
이자비용에 허덕이는 기업. 챗GPT 이미지 생성
29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매출 기준 상위 500대 기업 중 302개사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이들 기업의 지난해 매출액 합계는 총 2964조6970억원으로 3년 전인 2021년(2362조8248억원)과 비교해 25.5% 늘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00조3075억원에서 197조9420억원으로 1.2% 감소했다. 이자지급비용(이자비용)은 22조9820억원에서 54조2961억원으로 136.3% 급증했다. 이에 따라 이자비용 대비 영업이익을 의미하는 ‘이자보상배율’은 8.72에서 3.65로 하락했다. 조사 대상 기업 중 70.9%인 214개사는 3년 새 이자보상배율이 하락했고, 개선된 기업은 88곳에 불과했다.
이자보상배율이 1 이하인 기업은 2021년 34곳에서 2022년 44곳, 2023년 59곳, 지난해 73곳으로 3년 새 2배 이상 늘었다. 경영 활동을 통해 낸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감당할 수 없는 상태에 놓였다는 의미다. 특히 20곳은 3년 연속으로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돌았다. 여기엔 롯데쇼핑·롯데케미칼·호텔롯데·롯데하이마트·코리아세븐 등 롯데그룹 계열 5개사, SK온·SK에코플랜트·SK네트웍스 등 SK그룹 계열 3개사, 이마트·신세계건설 등 신세계그룹 계열 2개사가 포함됐다.
업종별로는 석유화학(37개사)에서 이자보상배율이 2021년 12.34에서 지난해 0.64로 급락하는 등 하락 폭이 가장 컸다. 이 기간 석화 업종 매출은 총 405조8003억원에서 488조3527억원으로 20.3%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7조7309억원에서 4조7920억원으로 82.7% 급감했다. 이자 비용은 2조2468억원에서 7조5215억원으로 234.8% 늘었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고객사는 고정돼 있기 때문에 매출 자체는 유지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원가 비용이 올라 마진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철강·건설 업종도 좋지 않았다. 철강 13개사는 이자보상배율이 15.73에서 2.31로 급락했고, 건설·건자재 30개사도 8.13에서 1.64로 떨어졌다. 반면 조선·공기업·보험 등 3개 업종은 이자보상배율이 오히려 확대됐다.
이자비용 규모로는 현대차가 지난해 5조9324억원으로 가장 컸다. 2021년(1조9059억원) 대비 211.3% 급증한 수치다. 미국 조지아주 공장을 비롯해 최근 현대차의 대미 투자가 크게 확대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뒤이어 한국전력공사(4조6974억원), (주)SK(3조8918억원), 한국가스공사(1조5145억원), SK이노베이션(1조4670억원), SK하이닉스(1조2766억원) 순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