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기자간담회에서 정한석 집행위원장, 박광수 이사장, 박가언 수석프로그래머(왼쪽부터)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상영작 편수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늘리고, 작품성 있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영화에도 문호를 적극 개방한다는 계획이다.
영화제 측은 29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같은 계획을 발표했다. 박광수 이사장, 정한석 신임 집행위원장, 박가언 수석 프로그래머가 참석했다. 행사는 온라인으로도 생중계됐다.
가장 큰 변화는 비경쟁 영화제에서 경쟁 영화제로의 전환이다. 한 해를 대표하는 최고의 아시아 영화를 선정하는 경쟁 부문과 부산 어워드(Busan Award)를 신설한다. 이를 통해 우수한 아시아 영화를 적극적으로 발굴·소개하는 한편, 아시아 영화의 위상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목표다. 경쟁 부문은 14편 내외를 선정, 영화의전당 등 주요 상영관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대상, 감독상, 심사위원특별상, 배우상, 예술공헌상 등 총 5개 부문을 시상한다. 경쟁 부문과 비전 부문에서 상영되는 데뷔작 감독의 작품 중 한 편을 선정, 뉴커런츠상을 수여한다. 또한 한국 독립영화계의 신인 감독과 작품을 발굴해왔던 비전 섹션을 아시아 전역으로 확장해 운영한다. '비전-아시아', '비전-한국' 두 갈래로 구성되며, 각 부문에서 12편 등 총 24편 내외의 작품을 선정한다.
지난달 취임한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부산영화제와 아시아 영화가 함께 걸어온 기억과 연대를 돌아보는 한편, 아시아 영화의 현황을 파악하고 미래 발전을 도모할 것"이라며 "한국 영화가 직면한 위기를 진단하고 해법을 함께 모색하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포럼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29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기자간담회에서 정한석 집행위원장, 박광수 이사장, 박가언 수석프로그래머(왼쪽부터)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지난해 224편이었던 상영작 편수를 240여편으로 늘리고, 상영관도 추가 확보할 예정이다. 심야 상영 프로그램인 미드나잇 패션은 기존 이틀에서 4일간(목∙금∙토∙일)으로 확대 운영하고, 공포·판타지 등 장르물 뿐 아니라 예술 영화도 상영한다.
지난해 넷플릭스 영화 '전,란'이 개막작으로 선정돼 논란을 빚은 것과 관련, 정 위원장은 "향후에도 OTT 작품이라고 해서 배제하지 않고, 작품의 중요성을 선정 기준으로 삼겠다"며 "보편적 재미가 있는 작품이라면 극장 영화, OTT 영화 가리지 않고 개막작으로 선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화제 측은 최근 영화제 프로그래머 인력이 줄어든 것에 대해선 추가 채용을 하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대신, 선정위원회 구조를 슬림화하고, 기존 프로그래머 진을 중심으로 프로그램 선정과 운영을 진행해 조직의 효율성과 유연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박 수석 프로그래머는 "영화제에 지원되는 국비가 2010년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작년엔 스폰서를 적극 유치해 겨우 한숨 돌렸는데, 올해는 경기가 안 좋아 걱정이 많다"면서도 "제한된 예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해 잘 치러내겠다"고 말했다.
박 이사장은 "장기적으로는 칸 영화제나 베니스 영화제 같은 글로벌 영화제를 염두에 두고 있다. 충분한 역량이 있다고 판단되면 글로벌 영화제로 전향도 가능하다"면서도 "아직은 시기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는 9월 17일부터 26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