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5만 ‘대한 외국인’ 잡아라...실시간 통역 등 금융 서비스 봇물

28일 서울 명동의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간판의 모습. 연합뉴스

28일 서울 명동의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간판의 모습. 연합뉴스

265만 ‘대한 외국인’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금융사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거주 외국인이 늘어나는 추세인 데다 씀씀이도 커지고 있어서다. 송금 편의를 개선하는 건 물론 외국인 전용 상품이나 지점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29일 KB국민카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거주 외국인 체크카드 이용 고객 수는 2019년 대비 46%, 이용금액은 7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월평균 이용 건수와 금액은 각각 22.8건, 51만6000원으로 5년 전에 비해 각각 3.8건(20%), 8만4000원(19%) 늘었다. 최근 3년간은 20대 외국인의 카드 발급(39%)이 가장 크게 늘었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국내 금융에 대한 외국인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어 이들의 소비 트렌드를 분석하고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더욱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전체 외국인의 연간 소비 규모는 56조원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민정책연구원이 추정한 2023년 기준 국내 외국인의 신용카드 사용액은 56조2818억원으로 2019년 대비 65% 증가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같은 해 국내 신용카드 사용액(법인 제외) 814조5756억원의 6.9% 수준이다. 2030년대에는 해당 비중이 10%를 넘길 거란 전망도 나온다. 외국인 1인당 연간 신용카드 이용금액은 약 515만원으로 내국인(약 705만원)의 약 73%에 달했다.  

그간 저출생에 따른 노동력 부족, 외국인 유치 정책 등의 영향으로 국내 외국인 수는 빠르게 늘어왔다.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은 2000년 말 49만명(전체 인구의 1%)에서 지난해 말 265만명(5%)으로 늘었다. 5대 은행(KB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의 외국인 신규 고객 수도 2020년 말 약 18만 4000명에서 2023년 말 약 37만 7000명으로 증가했다. 누적 고객 기준으로는 지난 3월 670만명을 넘어섰다.   

구매력을 갖춘 외국인이 금융권의 블루오션으로 부상하면서 주요 은행들도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이날부터 오는 12월31일까지 외국인 고객이 국내에서 받은 급여소득을 해외로 송금할 경우 100% 환율 우대 혜택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지난 21일에는 금융권 모바일 웹 최초로 16개국 언어를 지원하는 외국인 전용 메뉴를 도입하기도 했다. 내국인에 비해 까다로운 신용카드 발급 기준도 일부 완화한다는 방침이다. 3분기에는 외국인 전용 신용대출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외국인 고객 전용 해외송금 서비스 ‘KB Quick Send’를 오는 30일 출시할 예정이다. 송금 수수료는 건당 5000원으로 부담을 줄인 데다, 최대 1영업일 이내 빠른 송금이 가능하다는 게 주요 특징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18일부터 전국 영업점 창구에서 외국인 고객을 위한 실시간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은행권 최초로 자체 개발한 실시간 채팅 시스템을 통해 음성 혹은 텍스트로 직원과 상담이 가능하도록 했다. 현재 13개국어에서 40여 개국 언어로 확대 지원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은 최근 외국인 고객 전담창구 ‘Global Desk’를 4곳 추가해 전국 12개 지점으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홍용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인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려는 노력은 금융포용 확대뿐 아니라 금융산업의 고객 다변화 및 수익기반 확대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외국인에 대한 정밀한 신용평가가 어려운 점 등 실무적 제약을 해소하고, 제도적 기반을 지속해서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