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새끼 두꺼비 200만 마리 대이동’ 신호왔다…보호 만전

지난해 5월 대구 망월지에 비가 오자 새끼 두꺼비들이 뭍으로 나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 수성구]

지난해 5월 대구 망월지에 비가 오자 새끼 두꺼비들이 뭍으로 나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 수성구]

전국 최대 두꺼비 산란지인 대구 수성구 망월지에 비 소식과 함께 새끼 두꺼비 수백만 마리가 대이동하는 장관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대구 수성구에 따르면 저수지인 망월지 일대에 오는 16일 오후 늦게부터 소량의 비가 예보돼 있어 최대 200만 마리의 새끼 두꺼비가 이동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성구 녹색환경과 관계자는 “1㎜ 안팎의 비가 예보돼 있어 상황을 예의주시 중이다”며 “새끼 두꺼비들이 이동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양의 비긴 하지만, 비가 땅을 적실 정도로 내리면 열흘간의 이동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 망월지에서는 5월 중순 비가 오면 새끼 두꺼비 수백만 마리가 욱수산으로 이동하는 장관이 펼쳐진다. [사진 수성구]

대구 망월지에서는 5월 중순 비가 오면 새끼 두꺼비 수백만 마리가 욱수산으로 이동하는 장관이 펼쳐진다. [사진 수성구]

망월지는 1920년대에 자연적으로 조성된 농업용 저수지(1만8904㎡)다. 2007년 봄비가 내리던 날 망월지 인근을 지나던 등산객이 “차를 타고 등산로 입구로 향하던 중 두꺼비 수십 마리를 차로 치었다”며 환경단체에 신고하면서 전국 최대 두꺼비 산란지로 알려졌다. 

당시 수성구와 환경단체의 조사 결과 매년 2월부터 3월 초 사이 땅이 축축해지면 겨울잠에서 깬 성체 두꺼비가 망월지로 이동해 암컷 1마리당 최대 1만여 개 알을 낳는 것으로 파악됐다. 성체 두꺼비는 알을 2줄씩 15m 이상으로 낳은 뒤 떠내려가지 않게 나뭇가지 등에 감아놓고 다시 산으로 돌아간다. 이후 알에서 깨어난 올챙이는 물속에서 60~70일을 보내며 성장한다. 새끼 두꺼비들은 5월 중순쯤 비가 내리면 다시 욱수산으로 돌아간다. 이때는 비가 필수 요소다. 마른 땅에서 새끼들이 말라죽을 수 있어서다. 수성구는 앞서 2월 어미 100~200마리 이동을 포착했고, 비가 오면 새끼 100만~200만 마리가 이동할 것으로 예상한다. 

성체 두꺼비가 지난 2월 알을 낳기 위해 망월지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체 두꺼비가 지난 2월 알을 낳기 위해 망월지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성구는 두꺼비 로드킬을 방지하기 위해 펜스를 설치하고 이맘때마다 차량 통제 등에 나선다. 특히 새끼 두꺼비들이 이동할 땐 폐쇄회로TV(CCTV)를 설치해 이동이 확인되는 순간 직원이 파견돼 보호에 만전을 기한다. 수성구 녹색환경과 관계자는 “울타리를 넘어 이동하면 갈 곳이 없어 대부분 죽는다”며 “새끼 두꺼비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울타리 사이사이 흙을 채우고, 울타리를 벗어나는 경우 일일이 다시 안으로 넣는 등 직원들이 교대 근무하며 24시간 새끼 두꺼비가 서식지로 돌아갈 수 있도록 보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두꺼비는 수중과 육상 생태계 건강을 알 수 있는 환경 지표다. 이에 수성구가 망월지를 생태 경관 보전지역으로 지정하려고 2021년 11월 환경부에 신청하자, 재산권 침해 등을 이유로 지주들이 반발하면서 올챙이들이 떼죽음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건축물 허가 등에 제약이 발생하자 지주들은 “가뭄 해소와 망월지 수질 개선을 하겠다”며 2022년 4월 망월지 수문을 열었고, 수위가 낮아져 올챙이 대부분이 말라죽었다. 이에 지난해 5월 대구지법은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수리계 대표 A씨(71)에게 1심과 똑같은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김대권 수성구청장은 “망월지의 생태환경을 지속적으로 보존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