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만 10년째 하고있다"…강서·양천구 주민들 분통 왜

19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화곡동 '국회대로 지하차도 및 상부 공원화' 공사가 진행 중인 구역을 화곡고가차도에서 바라본 모습. 이아미 기자

19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화곡동 '국회대로 지하차도 및 상부 공원화' 공사가 진행 중인 구역을 화곡고가차도에서 바라본 모습. 이아미 기자

 

고등학생 때부터 공사하고 있었는데 지금 스물여섯이에요.
 
인천 연수구에 사는 홍모(26)씨는 깊은 한숨과 함께 이렇게 말했다. 홍씨는 집에서 서울 강북으로 가기 위해 M6724번 버스를 타고 경인고속도로를 지나 신월IC를 통과해야 한다. 신월IC 일대는 10년째 도로 공사 중이라 차량 정체가 일상이라고 한다. 그는 “차선은 바리케이드로 임시로 나뉘어있고, 도로 바닥엔 철판이 깔려 소음이 심하다”며 “자차로 다닐 땐 이 구간을 피하려고 광명 쪽으로 돌아간다”고 털어놨다.

 
신월IC가 있는 국회대로는 지난 2015년부터 10년째 공사 중이다. 19일 찾은 국회대로는 8개 차로 중 2개가 막혀 있고, 도로 한복판엔 플라스틱 바리케이드와 각종 중장비가 있었다. 대로변을 따라 늘어선 상점들은 색 바랜 간판을 단 공업사와 주방용품점들이었다. 인적이 드물다 보니 식당이나 카페를 찾아보긴 어려웠다. 횡단보도는 약 500m마다 설치돼있었다.

 

두 개 공사 겹쳐 도로 공사만 10년…“공원까지 완공은 2030년”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공사가 길어진 이유는 이 일대에서 서로 다른 두 개의 공사가 겹쳤기 때문이다. 민간에서 지난 2015년부터 시작한 ‘신월여의지하도로’ 공사에 이어, 2018년부터는 서울시가 ‘국회대로 지하화 및 상부 공원 조성’ 공사를 시작했다. 신월여의지하도로는 2021년 4월 완공됐지만, 서울시 공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서울시는 국회대로 지하화 사업을 2027년 완공할 예정이었으나 일부 구간에서 주민 반발로 설계·공법이 변경되면서 2년 더 미뤄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상부 공원 조성까지 모두 마치는 시점은 2030년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공사가 마무리되더라도 이 부근에선 또 다른 공사가 예정돼 있다. 지난 1월 서울-인천 지하고속도로 건설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청라IC~신월IC 구간 공사가 2028년 시작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 공사는 통상 5~7년 소요된다고 한다. 신월IC 근처에서만 15년 이상 공사가 진행되는 셈이다.

 

강서구·양천구 주민들, “공사 장기화에 지역 침체된다” 분통

19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 '국회대로 지하차도 및 상부 공원화' 공사가 진행 중인 대로변에 있는 상가 공실. 이아미 기자

19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 '국회대로 지하차도 및 상부 공원화' 공사가 진행 중인 대로변에 있는 상가 공실. 이아미 기자

 
국회대로와 인접한 서울 강서구 화곡동, 양천구 신정동·신월동 주민들은 10년 넘게 지속된 공사가 교통 체증, 지역 침체의 원인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화곡8동에 거주하는 김모(67)씨는 “화곡동 집값이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주민들이 기댈 수 있는 건 국회대로 공사 완공뿐”이라며 “주변에 운동할 공간도 마땅치 않아 공원 조성만 기다리는데, 너무 늦어진다”고 말했다.

 
국회대로변 식당에서 일하는 A씨는 “먼지로 문 열고 환기를 하기 어려워 환풍기를 별도로 설치했다”며 “단골 때문에 이사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양천구 신정동에서 30년 거주한 주민 황모(71)씨는 “소음과 먼지 등 불편하긴 해도 공사 마치면 동네가 아주 좋아진다고 하고 기약이 있으니 이해한다”고 했다.

19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 국회대로에서 8개 차선 중 2개 차선을 막고 '국회대로 지하차도 및 상부 공원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아미 기자

19일 서울 양천구 신정동 국회대로에서 8개 차선 중 2개 차선을 막고 '국회대로 지하차도 및 상부 공원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아미 기자

 
서울시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4년까지 3년간 국회대로 지하화 공사 관련해 접수된 민원은 총 320건이었다. 한 해 100건 이상 민원이 쏟아진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인천·부천 시민들은 최대한 차량 흐름을 좋게 해달라고 하는데, 인근 주민들은 공사 현장 중간중간 신호등을 많이 설치해달라고 하는 등 상충하는 민원에 애로사항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동민 대한교통학회 수석부회장은 “주민 불편에 공감하지만, 지자체는 민원 하나하나에 대응해야 하기에 공기 지연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희정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국회대로 일대는 장마철 상습 침수 지역이라 지하 공사에 고려할 사항이 많다”며 “앞으로 서울 도심에서 기존 도로·철도를 지하화하는 사업이 더 활발해질 텐데, 이번 공사를 교훈 삼아 향후 더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