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이재명 선거운동원이냐"…부정선거 다큐관람에 국힘 '부글'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울의 한 영화관에서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 관람을 마치며 이영돈PD와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영돈PD, 윤 전 대통령, 전한길 전 역사강사. 김종호 기자

윤석열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울의 한 영화관에서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 관람을 마치며 이영돈PD와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영돈PD, 윤 전 대통령, 전한길 전 역사강사. 김종호 기자

 
21일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부정선거'를 관람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강한 불만이 국민의힘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윤 전 대통령은 탈당한 상태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대선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며 '부글부글' 끓고 있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전 대통령은 탈당했다. 저희 당과 이제 관계없는 분"이라며 "개인적 입장에서 봤을 때 윤 전 대통령은 계엄에 대한 반성·자중을 할 때 아닌가"라고 말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도 "윤 전 대통령은 저희 당을 탈당한 자연인"이라며 "윤 전 대통령의 일정에 대해 코멘트해 드릴 것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선거에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에 대해선 "그런 평가도 하지 않는다"고 말을 아꼈다.

김문수 대선 후보는 윤 전 대통령의 영화 관람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그는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유권자 중 누구라도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면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해명하고, 해명할 노력을 계속 해야 한다"며 "앞으로 부정선거 의혹을 완전히 일소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 내부에서는 윤 전 대통령과의 완전한 선 긋기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탈당을 계기로 중도층 공략에 나서려던 상황에서, 그가 다시 부정선거 프레임을 들고 대선 이슈의 중심에 설 가능성에 우려가 집중되고 있다.

한동훈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국민의힘은 '윤 어게인', 자통당, 우공당, 부정선거 음모론자들과 손잡으면 안 된다"며 "국민의힘이 자멸하는 지름길"이라고 비판했다.

조경태 의원은 "이재명 민주당 제1호 선거운동원을 자청하는 건가"라며 "본인 때문에 치러지는 조기 대선에 반성은커녕 저렇게 뻔뻔할 수 있는지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한심하다"고 꼬집었다.

김근식 송파병 당협위원장도 "제발 윤석열, 다시 구속해주세요"라며 "우리 당이 살고 보수가 거듭나기 위해서는 재구속만이 답"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선거를 탈탈 다 털어먹으려고 하는 것 같다"며 "당이 윤 전 대통령과 절연이라도 해야지, 그냥 놔둔다면 당이 사실상 부정선거론을 용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의 온라인 단체대화방에도 "선거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만류해야 한다", "윤 전 대통령이 자중해야 한다"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김문수 후보 측 관계자는 "윤 전 대통령이 그냥 가만히 있어야지 지금 왜 그런 영화를 보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악재다. 탈당으로 우리를 다시 보게 된 중도층이 어떻게 생각하겠는가"라고 말했다.

한편 뉴스1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영화 관람 후 "좋았다"는 짧은 소감을 남겼다. 이 영화는 이영돈 PD와 전직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가 기획하고 제작했다.

윤 전 대통령이 내란 재판을 제외한 외부 공개 행보에 나선 것은 지난해 4월 4일 오전 11시 헌법재판관 전원일치로 파면당한 이후 처음이다.

이영돈 PD는 상영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윤 전 대통령이) 다른 것보다 컴퓨터나 전자기기 없이 투명한 방식으로 (선거가) 치러져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전 씨는 "대통령이 함께했는데 다른 뜻이 있는 게 아니라 2030 청년이 많이 보러 온다고 해 응원차 영화를 직접 관람했다"며 "다른 대선에 대한 선거 메시지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은탄핵 반대하는 2030 청년에게 용기를 주고 격려하기 위해 영화를 보러 온다고 통보했다"고 말했다.

전 씨는 윤 전 대통령 메시지가 있었냐는 거듭된 질문엔 "특별히 없었다"고 했다. 6·3 대선 불복을 시사했냐는 물음엔 "그런 의도는 없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