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쿠르스크 왜 방문?…트럼프 "푸틴 전쟁 끝낼 생각 없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한지 이튿날인 지난 2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로부터 탈환에 성공한 쿠르스크를 전격 방문했다. 국내적으로는 전후 복구와 민심 수습, 대외적으로는 종전협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움직임이란 풀이가 나온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쿠르스크 제2 원자력발전소 건설 현장을 시찰한 뒤 현지 장병과 주민 대표들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그는 “되찾은 영토는 반드시 복구하고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의 쿠르스크 방문은 지난달 26일 러시아군이 북한군과 함께 쿠르스크를 재탈환한 이후 처음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건설 중인 쿠르스크 2호 원자력 발전소를 방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1일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건설 중인 쿠르스크 2호 원자력 발전소를 방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또 트럼프 대통령과 2시간 전화 통화 직후 이뤄진 행보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러시아 측에 ‘조건 없는 30일 휴전’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푸틴은 전선을 직접 찾아 협상보다 ‘힘의 논리’를 우선시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CNN은 “서방이 요구하는 휴전을 거부하고 러시아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점을 과시하려는 의도”라고 짚었다. 러시아는 미국과 우크라이나 측이 동의한 30일 휴전에 반대 입장을 밝히며, 대신 러시아의 요구 사항이 담긴 평화협정 각서를 우크라이나 측에 역제안한 상태다.

심지어 월스트리트(WSJ)에 따르면 트럼프는 푸틴과의 통화 직후 유럽 정상들과 통화하며 “푸틴이 전쟁에서 이기고 있다고 생각해 전쟁을 끝낼 의사가 없다”고 직접 처음 밝혔다고 한다. 트럼프가 통화 이후 트루스소셜 등을 통해 내놓은 “많은 진전이 있었다” “푸틴은 평화를 원한다”는 발언과는 배치되는 모습이다.

푸틴은 지난 3월 쿠르스크 회의에서 군복 차림으로 탈환을 지시했던 모습과 달리 이날엔 평소처럼 정장 차림이었다. 쿠르스크 주민들에게 파손된 주택 복구, 경제 특구 지정, 피란민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다. 


외신은 “푸틴이 민간 지도자이자 재건의 상징으로서의 이미지를 부각했다”며 전쟁 장기화에 따른 민심 이반을 의식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고 짚었다. 뉴욕타임스(NYT)는 “많은 실향민들이 정부 지원 부족과 러시아 사회의 무관심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며 “이를 달래려는 시도”라고 했다.

러시아 대통령 공보실이 2025년 5월 21일 공개한 사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 둘째)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자원봉사자들과의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러시아 대통령 공보실이 2025년 5월 21일 공개한 사진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 둘째)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자원봉사자들과의 모임에 참석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정상 간 신경전이 난무하는 가운데 전장 상황도 긴박하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우크라이나 북동부 수미주(州)에 미사일 공격을 가해 병사 6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CNN은 “이번 공격은 지난해 11월 자포리자에서 벌어진 전쟁범죄 의혹 사건과 관련이 있다”며 “러시아군이 항복하는 우크라이나 병사 중 지휘관만 생포하고 나머지는 사살하라는 무선 교신 내용을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이 포착해 공개했다”고 전했다. 이는 제네바협약 위반으로, 전투 의지가 없는 포로를 살해하는 행위는 명백한 전쟁범죄에 해당한다.

한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지난 16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연 첫 고위급 회담 이후 추가 실무회담을 개최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알렉산더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은 현지 방송을 통해 “다음 주 바티칸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실무 협상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앞서 교황청도 레오 14세 교황이 장소 제공 의사를 밝혔다고 전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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