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합병 11년 만에 포털 서비스 ‘다음(Daum)’을 분사한다. 의사결정이 보다 자유로운 독자 경영 체제 아래서 재도약 계기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크루유니언)가 지난 3월 경기도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 앞에서 포털 서비스 '다음'을 운영하는 콘텐트 CIC(사내독립기업)의 분사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카카오는 22일 이사회에서 포털 서비스 다음 운영사인 콘텐트CIC를 분사한 뒤 100% 자회사인 ‘다음준비신설법인’을 설립하기로 의결했다. 이로써 다음은 2014년 10월 카카오에 흡수합병된 지 11년 만에 카카오에서 분리된다. 신설법인으로 이관되는 카카오 사업은 현재 콘텐트CIC가 운영하고 있는 다음 메일·카페·검색·뉴스·쇼핑 등이다. 카카오는 신설법인이 당장은 다음 서비스를 운영 대행하는 형태로 사업을 영위하되, 연말까지는 신설법인으로의 영업 양수도를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와 함께 한국 포털 사이트 전성시대를 연 다음은 모바일 시대가 오면서 영향력이 급격하게 축소됐다.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국내 검색엔진 시장에서 다음의 점유율(5월 평균)은 양사 합병 직후인 2015년 12.48%에서 2020년 6.07%, 올해 2.84%로 지속 하락했다. 네이버가 1위 자리를 지키는 와중에 다음은 구글, 빙(마이크로소프트) 등 외국 검색엔진에 잇따라 추월당했다. 카카오는 2023년 5월 다음을 사내독립기업(CIC)으로 전환했고, 올해만 두 차례에 걸쳐 다음 앱을 전면 개편하는 등 체질 개선을 꾀했다. 개인 맞춤형 콘텐트 큐레이션 챗봇 ‘디디’와 숏폼 콘텐트 서비스 ‘루프’ 등 트렌드에 맞춘 신규 서비스도 최근 내놨다. 분사를 통해 다양한 시도로 새 성장동력을 찾는게 목표다. 신설법인 대표로 내정된 양주일 현 콘텐트CIC 대표는 이번 분사에 대해 “심화하는 시장 경쟁 상황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조치”라며 “더 빠르고 유연한 의사결정 구조 하에 포털 다음의 재도약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새로운 실험과 도전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일각에선 카카오가 다음 매각을 염두에 두고 분사 조치를 밀어붙였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3월 카카오가 내부 직원들에게 다음 분사 계획을 밝히자 카카오 크루유니언(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은 “이번 결정은 사실상 매각과 다를 바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서승욱 크루유니언 지회장이 경기 성남시의 카카오 사옥에서 다음 분사에 반대하는 단식 농성을 벌이기까지 했다. 비슷한 시기에 카카오모빌리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카카오헬스케어 등 주요 계열사 매각설이 불거진 것도 그런 의심을 키우는 요소로 작용했다.
카카오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 당시 관련 질의에 “현 시점에서 매각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지속 가능한 회사가 될 수 있도록 현재 연계된 회사들을 모두 사업 협력으로 맺어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은 현재 카카오 안에서 구조적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판단했다. 서비스가 잘 성장할 수 있는 독립 경영 구조와 자율적 실험을 할 수 있는 구조로 만들어 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이날 “당시와 달라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