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캐나다산 원유 수입…"싸긴 한데 도입 확대는 아직"

미국 셰일 원유와 가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셰일 원유와 가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캐나다산 원유가 한국에 들어왔다. 중동이나 미국산에 비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본격적인 도입 확대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2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지난 4월 캐나다산 원유 54만8000배럴(8230만 달러)이 한국에 들어왔다. 수입사는 HD현대오일뱅크다. 올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캐나다산 원유가 수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같은 기간 전체 원유 수입량(8067만6000배럴) 대비 0.7% 수준으로, 비중은 미미하다. 사우디아라비아가 30.1%로 가장 많고, 미국(18.5%)이 뒤를 이었다.

가장 큰 장점은 가격이다. 4월에 수입된 캐나다산 원유 단가는 CIF(운송·보험료 포함) 기준 배럴당 69.77달러로, 같은 기간 미국(77.50달러)이나 사우디아라비아(75.96달러)보다 저렴했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북미 지역 내 캐나다산 원유의 경제성이 좋아져 수입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캐나다산 원유가 국제 시장에서 비교적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데는 구조적인 배경이 있다. 우선 주요 산유지인 앨버타주가 캐나다 내륙에 위치해 있다 보니 해상 수출이 어렵고, 연방제 국가 특성상 다른 주로 통하는 송유관을 건설하는 데에도 난항을 겪었다. 그 결과 생산된 원유의 95% 이상이 지리적으로 접한 미국으로 수출되면서 가격 협상력이 떨어졌고, 황 함량이 높은 중질유라는 점도 저평가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지난해 앨버타주에서 밴쿠버까지 이어지는 송유관이 완공되면서 태평양을 통한 아시아 수출이 용이해졌다. 미국과 관세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은 올 3월 캐나다산 원유를 역대 최대치인 730만 배럴을 수입하며 수입처 다변화에 나섰다. 원유 수입의 60~70%를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 역시 무역 불확실성 확대 속 새로운 공급원 확보 위해 캐나다산 원유 수입을 검토해왔다.


다만 본격적으로 도입하기엔 아직 제약이 있다. 여전히 캐나다의 수출 기반 시설이 충분하지 않은 탓에 안정적인 물량 확보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당초 예상과 달리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산 원유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지 않으면서 아직도 물량 상당수가 미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내외 변수가 많은 만큼 단순히 가격이 낮다는 이유만으로 수입을 결정할 순 없다”며 “최근 석유수출국 협의체인 OPEC+의 증산 움직임으로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 캐나다산 원유의 가격 경쟁력도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HD현대오일뱅크도 당장 캐나다산 원유 수입을 확대하기보단, 먼저 한국에서 정제 공정과의 적합성부터 점검하겠다는 입장이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캐나다산 원유가 국내 공정에 최적화될 수 있는지 검토한 뒤 향후 확대 도입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