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일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임현동 기자
국민의힘이 강하게 반대해온 특검3법은 집권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처리됐다. 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이상 파견검사 총 120명(각 40·60·20명) 규모의 세 개 특검이 동시다발로 전개될 전망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매우 요구되는 특검”이라며 “우리가 거부권을 쓸 이유는 매우 적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대선 전부터 강조해 온 ‘내란 종식’을 뒷받침할 내란 특검법안(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ㆍ외환 행위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한 수정안)은 파견 검사 수가 기존 40명에서 60명으로 확대된 수정안이 상정됐다. 재석 198명에 찬성 194명, 반대 3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 의원 대부분은 법안에 반발해 표결이 시작되기 전 자리를 떴지만, 김예지ㆍ김재섭ㆍ안철수ㆍ조경태ㆍ한지아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와 정치브로커 명태균씨 연루 공천 개입 의혹, 건진법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김건희 특별법’(재석 198명, 찬성 194명, 반대 3명, 기권 1명)과, 2023년 폭우 당시 실종자 수색 작전 중 발생한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의 수사 방해 의혹을 수사하기 위한 ‘채 상병 특검법’(재석 198명, 찬성 194명, 반대 3명, 기권 1명)도 이날 본회의 문턱을 넘었다. 채 상병 특검법안이 통과되자 본회의장 방청석에 앉아있던 해병대 예비역 연대 관계자 50여명이 일어나 우원식 국회의장을 향해 거수경례를 하기도 했다.

5일 국회 본회의에서 채해병 특검법이 통과되자 해병대 예비역 연대 관계자들이 거수 경례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여야는 표결 전 토론에서 강하게 충돌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은 반대 토론에 나서 “민주당이 야당일 때는 대통령이 인사권을 갖는 검찰을 못 믿겠다고 할 수 있지만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검찰)인사권이 있는데 왜 혈세를 들여서 별도의 특검을 해야 하냐”고 주장했다. “특검 단 한 건의 비용만 민주당 추산 155억원”이라며 “정규직원(검찰)을 뽑아서 일을 안 시키고 또다시 돈을 들여서 아르바이트 직원(특검)을 또 뽑는 것을 보셨냐”고 비판했다.
반면 내란 특검법안을 대표 발의한 김용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이 야당일 때는)검찰을 못 믿겠다고 할 수 있다는 말은 국민의힘이 검찰과 내통했다는 것을 자백하는 것”이라며 “내란은 계속 옹호하면서 기승전 이재명만 얘기해 대선에서 외면받은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야당은 이날 통과된 내란 특검법안에 “독소조항”이 모두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박수민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본회의장을 퇴장한 뒤 기자들과 만나 “여야 합의를 통해 독소조항을 고치면서 할 수 있는데, 과거 독소조항을 그대로 둔 상태에서 표결이 시도되고 처리됐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이 말하는 독소조항은 수사 대상과 특검 추천 주체를 가리킨 것이다. 이날 통과된 법안에는 “12ㆍ3 비상계엄 관련 무인기 평양 침투 등의 방법으로 북한 공격을 유도해 전쟁 또는 무력 충돌을 야기하려 했다는 혐의”가 수사 대상으로 명시됐다. 외부를 끌어들여 국가를 위태롭게 했다는 이른바 ‘외환 혐의’다. 또 특별 검사 추천권을 민주당·조국혁신당 등에 줬다.
이는 대선 승리 전 민주당이 국민의힘 이탈표를 끌어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한 차례 삭제 혹은 수정했던 조항들이다. 당시 국민의힘이 강하게 반발하던 외환 혐의는 수사 대상에서 뺐고, 특검 추천 주체를 대법원장으로 바꿨었다. 민주당 스스로 독소조항으로 인정했던 조항들을 이번엔 함께 포함시켜 밀어붙였다는 게 야당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은 중앙일보 통화에서 “당시엔 저쪽이 거부권을 갖고 있었으니 원만하게 가려고 했다.그럼에도 국민의힘이 계속 반대했으니 이번엔 이왕 할 거 제대로 하자는 취지에서 원상 복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징계 청구 권한을 검찰총장에서 법무부 장관까지 확대하는 ‘검사징계법’도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날 본회의 1호 통과 법안이었다. 검사 징계는 검찰총장이 청구하고 법무부가 산하 검사징계위원회가 심의하도록 돼 있는데 법무부 장관도 직접 징계 심의를 청구할 수 있고, 검사의 잘못이 의심될 때는 법무부 장관이 법무부 감찰관에게 조사를 지시할 수 있도록 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검사징계법을 여당 복귀 기념 1호 법안으로 추진하는 것이 새 정부 성공에 도움될 것 같나”라며 “정쟁보다는 민생, 진영보다는 통합이어야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