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창고 거래량 20% 줄었다...'산업용 부동산' 경기침체 직격탄

수도권의 한 산업단지 내에 공장을 매각한다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정종훈 기자

수도권의 한 산업단지 내에 공장을 매각한다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정종훈 기자

경기 부진이 이어지면서 ‘산업용 부동산 시장’ 불황이 깊어지고 있다. 수요 부족에 공장·창고·지식산업센터 거래량이 급감하고, 물류센터 매물 적체와 공실 리스크도 해소될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1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전국 공장·창고(동식물 관련 시설 등 포함) 거래량은 10일 기준 4494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을 제외한 전 지역이 줄었다. 수도권 소재 공장·창고 거래량(2608건)은 15.6% 감소했고, 지방(1886건)은 25.3% 줄었다. 지역별로는 전북(-41.7%)이 가장 많이 감소했다. 대구(-34.8%), 경북(-32.8%), 강원(-29.7%) 등지도 감소 폭이 컸다. 

계속된 경기침체로 생산시설을 줄이거나,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매각을 추진하는 기업이 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공장·창고 매매를 전문으로 하는 K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폐업하거나 사업을 축소하는 중소제조업체가 늘면서 공장과 창고 매물은 쌓여 가는데 수요가 따라붙지 않는다”고 전했다.  

김영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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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아파트형 공장’으로 불렸던 지식산업센터 역시 경기 둔화 직격탄을 맞았다. 부동산플랫닛에 따르면 올 1분기 전국 지식산업센터 거래량은 552건으로 전 분기 대비 43%, 전년 동기보단 45% 감소했다. 최근 5년 새 가장 낮은 수치다. 2021년 1분기(2164건)와 비교하면 4분의 1토막 수준이다.  

지식산업센터 거래 한파는 수도권과 지방을 가리지 않았다. 수도권은 전 분기 대비 42.1%, 지방은 51.4% 감소했다. 수요가 줄면서 올 1분기 3.3㎡당 평균가격(1468만원)은 전년 동기 대비 12.2% 떨어졌다. 정수민 부동산플래닛 대표는 “지식산업센터 시장은 경기 둔화에 따른 기업 수요 위축, 누적된 공급 물량 등 복합적인 악재가 작용하면서 거래량과 거래금액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내수 침체로 물류 수요가 줄면서 물류센터 사정도 악화일로다. 대기업이 소유하거나 임차한 매물이 속출하는가 하면 오랜 기간 임차인을 찾지 못하는 물류센터가 적지 않다. 알스퀘어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상온 물류센터 공실률은 16%, 저온 물류센터는 38.5%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매물로 나온 대형 물류센터는 해외자본이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지만, 중소형은 매물 적체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텅 빈 물류센터가 늘면서 신규 공급도 바닥을 치고 있다. 코람코자산운용에 따르면 올 1분기 신규 물류센터 공급면적은 전년 동기 대비 8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물류센터는 신규 착공 감소에도 수요 둔화와 공급 과잉으로 공실 리스크가 지속하고 있다”며 “공실 및 미매각 위험이 커지면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자금 조달이 급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영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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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산업용 부동산 시장으로 들어오는 돈줄도 줄고 있다. 한국은행이 10일 발표한 산업별 대출금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부동산업 대출금은 전 분기 대비 2조5000억원 감소했다. 부동산업 대출이 준 것은 2013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상황이 이렇자, 산업·상업용 등 비주거용 부동산 시장에 초점을 맞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최근 한국부동산분석학회 학술대회에 발제자로 나선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중장기 수요를 고려하지 않은 채 산업용지와 물류센터, 지식산업센터 등이 공급되면서 과잉 공급과 수요 부족 사이클이 반복되고 있다”며 “새 정부는 비주택 부동산에 대한 정책 수립에도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