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일에 세포가 날뛴다”…어디에도 없는 콩쿠르 만든 조수미

10일 중국 중국 스자좡에서 공연한 조수미와 조수미 콩쿠르의 입상자들. 앞줄 왼쪽부터 이기업, 조수미, 지하오 리, 줄리엣 타키노, 조르주 비르반. 사진 중국 분기 문화협회

10일 중국 중국 스자좡에서 공연한 조수미와 조수미 콩쿠르의 입상자들. 앞줄 왼쪽부터 이기업, 조수미, 지하오 리, 줄리엣 타키노, 조르주 비르반. 사진 중국 분기 문화협회

“훈장 받은 것도 기뻤지만, 정말 눈물이 났던 이유는 따로 있었어요.”

소프라노 조수미가 지난달 26일 프랑스 파리에서 받았던 문화예술공로훈장 수여식을 떠올리며 말했다. 그는 훈장 중 최고 등급인 ‘코망되르’를 받았다.

공연으로 중국 스자좡(石家莊)에 머물고 있는 조수미는 9일 중앙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훈장을 받고 난 후 조수미 콩쿠르의 참가자 10명이 나를 위해 깜짝 공연을 했다”며 “전혀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놀랐고, 마치 사랑하는 자식들을 만난 듯 눈물이 났다”고 했다.

훈장 수여식에서 ‘아리랑’을 깜짝 공연한 이들은 지난해 7월 프랑스에서 열린 제1회 조수미 콩쿠르의 참가자였다. 소식을 듣고 각자의 도시에서 파리로 날아와 함께 노래한 것. 조수미는 “이 장면이 바로 조수미 콩쿠르의 특별함을 보여준다”고 했다. 그는 “어디에도 없던 콩쿠르를 만들었다. 이제 조수미 이름을 건 페스티벌을 내년 시작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조수미 콩쿠르 1회가 지난해에 끝났는데, 지금도 참가자들이 함께 활동하는 듯하네요.
“저 역시 외국에서 콩쿠르로 경력을 시작한 콩쿠르 키드잖아요. 심사위원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항상 여기에서 1ㆍ2ㆍ3등 주면 뭐하나, 뒷바라지해야지 하고 생각을 많이 했어요. 내가 하는 대회만큼은 입상자들을 무대 세우고 스타로 만들고 경험 쌓게 해주려 했고, 1년 동안 그렇게 했죠.”


1년 동안 입상자들의 활동은 어땠나요.
“1위를 한 중국의 지하오 리는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와 데뷔했고요, 2위를 한 조르주 비르반은 뉴욕 메트로폴리탄 무대에 섰어요. 오늘 중국에서 입상자들과 함께 공연하기 위해 리허설을 했는데 이미 다들 프로가 됐어요. 자신감이 있고, 노래의 폭이 커졌어요.”

상 주고 끝나는 콩쿠르가 아니군요.
“제가 정이 많아요. 애정만큼은 자신이 있죠. 그 애정을 느낀 젊은 성악가들이 루마니아에서, 독일에서, 러시아에서 파리로 와 나를 위해 깜짝 아리랑을 불러준 거죠.”

프랑스 최고 등급의 훈장이 주는 의미는 무엇이었나요.
“이런 건 받으면 받을수록 더 많이 좀 받았으면 좋겠어요. (웃음) 참 기분이 묘해요. 받고 나면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이제 뭘 더 할 수 있지? 어떤 걸 더 할 수 있지? 저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게 해주는 하나의 에너지예요.”

큰 규모의 콩쿠르를 지난해 성료했고, 내년에 2회 대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또 다른 이상과 아이디어가 있나요?
“콩쿠르를 4, 5년 준비하면서도 꿈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실현되니 정말 즐거웠어요. 삶의 세포가 미쳐서 날뛰는 느낌이죠. 더 많은 걸 하고 싶어요. 어떤 때는 잠도 못 자고 계획을 세우고,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바로 쓰고 실행하죠.”

아티스트보다는 기획자의 모습이네요.
“사업을 하셨던 아버지를 많이 닮은 것 같아요. 이제 콧대 높은 디바가 신비스럽게 숨어있는 시대는 갔어요. 사람들과 연결되기를 갈구하고 나눠야 하는데 그런 아이디어가 자꾸 떠올라요.”

어떤 아이디어가 남았나요.
“이건 비밀이었는데…. 제 꿈이 또 뭔지 아세요? 한국의 큰 도시에서 페스티벌을 여는 거였어요. 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지고, 모든 사람이 볼 수 있는 음악 축제죠. 클래식 음악에만 장르를 한정하지도 않을 거고요. 파크와 공연장을 넘나들며 음악을 들을 수 있고요. 사실 8, 9년 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제 정리가 끝난 상황이고요. 내년 저의 세계 무대 데뷔 40주년에 맞춰 ‘조수미 페스티벌’을 시작하려고 해요.”

10일 중국 스자좡에서 공연한 소프라노 조수미 사진 중국 분기 문화협회

10일 중국 스자좡에서 공연한 소프라노 조수미 사진 중국 분기 문화협회

 

상당히 자유로운 축제가 될 것 같은데요.
“제가 보수적인 클래식 아티스트예요. 무대에서는 대담해 보여도, 모든 돌다리를 100번씩 두드리는 사람이죠. 마이크로 노래하는 것도 싫어해요. 평생을 발성 연습하며 살았는데 마이크가 내 목소리를 마음대로 하니까요. 그런데도 올림픽ㆍ월드컵에서 노래하는 이유는 내 목소리를 좀 희생하더라도 많은 사람과 함께 할 수 있어서죠. 그렇게 용기 있는 결정을 해야 할 때가 있어요.”

1986년 이탈리아 트리에스테에서 데뷔했고 내년이 40주년이죠. 두 번째 콩쿠르와 첫 번째 페스티벌, 그리고 또 다른 프로젝트도 있나요?
“40주년 기념 음반이 나오는데, 지금은 비밀이지만 정말 놀라운 시도를 할 생각이에요. 하고 싶은 일은 위험을 감수하고 하는 거죠. 살아오면서 해보고 싶은 일을 써 놓은 비밀 일기장이 있는데 그걸 다 이뤄가는 재미가 쏠쏠해요.”

비밀 일기장에서 얼마나 이뤄지고 얼마나 아직인가요?
“안 믿어도 좋은데 98%가 이뤄졌어요. 그래도 하고 싶은 게 또 있다니까요!”

조수미가 제1회 조수미 콩쿠르 입상자들과 함께 하는 공연은 22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다. 조수미와 바리톤 지하오 리, 테너 조르주 비르반과 이기업, 소프라노 줄리엣 타키노가 함께 한다. 이들과 함께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 지휘자 최영선이 오페라의 주요 아리아들을 부르는 무대다. 같은 공연은 21일 성남아트센터, 24일 춘천문화예술회관에서도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