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23곳 약탈당했다"…LA, 비상사태 선포·야간 통행금지령

기자회견하는 캐런 배스 LA 시장. AFP=연합뉴스

기자회견하는 캐런 배스 LA 시장. AFP=연합뉴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단속에 반발한 시위가 수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LA 시 당국이 야간 소요 사태를 막기 위해 도심 일부 지역에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캐런 배스 LA 시장은 10일(현지시간) 오후 기자회견에서 LA 다운타운(LADT) 지구 내 주요 시위 지역인 1제곱마일(약 2.6㎢)을 대상으로 이날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통행금지령을 발령했다고 밝혔다. 

배스 시장은 "로스앤젤레스 시내에 지역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반달리즘(공공시설 등의 파괴·훼손)과 약탈을 막기 위해 통행금지령을 발령한다"며 "통금령은 수일간 검토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밤 23개 사업장이 약탈당하고 반달리즘의 속성이 광범위하게 확산한 뒤 우리는 그것이 필요한 기준점에 도달했다"면서 "여러분이 LA 시내를 운전하다 보면 그래피티(낙서)가 어디에나 있고 상당한 피해를 야기한 것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배스 시장은 통행금지령을 며칠간 시행하고 추후 지속 여부를 다시 평가할 것이라고도 했다. 


LA 시위 현장. AFP=연합뉴스

LA 시위 현장. AFP=연합뉴스

 
짐 맥도널 LA경찰국장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 이 명령을 위반하는 사람은 "체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맥도널 국장은 "이번 통행금지는 도시 전역에서 며칠째 불안이 커지는 상황에서 생명을 보호하고 재산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통금 명령에서 제외하는 경우에 대해선 해당 지역 내 거주자와 일정한 거주지가 없는 홈리스, 취재 자격을 갖춘 언론인, 공공 안전 및 긴급 구조 인력 등이라고 안내했다. 

이번 통금은 시위 장기화에 따라 현장을 관리하는 경찰의 피로가 누적된 데다, 약탈 등 추가적인 범죄 행위까지 잇따르면서 당국이 야간 시위를 전면적으로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특단의 조처를 내린 것으로 보인다. 

LA 다운타운에서는 이날까지 시위가 닷새째 이어지면서 경찰 명령에 불응하거나 불법 행위를 저질러 체포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다. 경찰은 시위 현장 일대에서 지난 9일 114명을 체포한 데 이어 이날 197명을 추가로 체포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은 도심 주요 고속도로인 '101 프리웨이'를 불법으로 점거한 67명이 체포됐다. 

또 시위 현장의 혼란상을 틈타 도심 상점을 약탈하는 범행도 늘고 있다. 지역 방송 KABC는 지난 며칠간 약탈을 저지른 이들이 아디다스 매장과 애플 스토어, 약국, 주얼리 상점 등을 표적으로 삼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