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인(神人), 인간 수명 길흉화복 주관”…허경영 구속기소

지난 5월 16일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사기와 정치자금법 위반, 준강제추행 등의 혐의를 받는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오른쪽)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16일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사기와 정치자금법 위반, 준강제추행 등의 혐의를 받는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오른쪽)가 구속 전 피의자심문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나는 신인(神人)’이라며 고가의 영성상품을 판매하고 신도들을 추행한 등의 혐의를 받는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가 재판에 넘겨졌다. 의정부지검 형사4부(장욱환 부장검사)는 11일 사기와 횡령, 정치자금법 위반, 준강제추행 등 혐의로 허 대표를 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허 대표는 2019년 1월부터 2023년 7월쯤까지 양주시 장흥면의 종교시설 ‘하늘궁’에서 자신에게 영적 능력이 있다고 주장하며 고가의 영성상품을 판매하고, 법인자금을 사적·정치적 용도로 사용한 혐의를 받는다. 또 ‘에너지 치료’를 명목으로 신도들의 신체를 접촉하는 등 추행한 혐의도 적용됐다. 

허 대표는 신도들에게 ‘나는 신인(神人)이고, 인간의 수명과 길흉화복을 주관한다. 헌금을 내면 현세에 복을 받고 원하는 일이 이루어진다’고 속여 헌금 등 명목으로 총 3억2400여만원을 편취했다.

또 고가의 영성상품을 판매해 거액을 벌어들인 뒤, 자신이 1인 주주로 있는 법인의 자금 중 389억원을 개인 명의의 부동산 매입과 변호사 비용 등에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법원은 1인 법인의 경우라도 법인과 개인 소유주는 별개이며, 법인 자금을 개인적으로 임의 사용하면 횡령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그는 2020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면서 법인자금 약 80억원을 정치자금 명목으로 기부받아 사용했다. 정치자금법은 법인자금을 정치자금으로 사용하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준강제추행 등 혐의와 관련해 허 대표는 2017년 봄부터 2023년 7월쯤까지 신도 10여 명을 상대로 총 49차례 준강제추행과 1차례 준유사강간을 저지른 것으로 검찰은 판단했다. 검찰은 종교 지도자인 허 대표가 심리적으로 저항할 수 없는 상태인 피해자들을 상대로 치료행위를 빙자해 이런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해당 혐의를 적용했다.

본인이 운영하는 종교시설 '하늘궁'의 여성 신도들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가 지난해 7월 19일 경기북부경찰청에서 입장을 발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본인이 운영하는 종교시설 '하늘궁'의 여성 신도들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허경영 국가혁명당 명예대표가 지난해 7월 19일 경기북부경찰청에서 입장을 발표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은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뒤 검사 6명과 수사관 8명으로 전담수사팀을 꾸려 집중 수사를 벌였고, 허 대표의 범죄수익 389억원에 대해 추징보전 조처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법이 정한 보호를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심리치료 지원 등 범죄 피해자 지원을 했다”며 “여죄에 대해서도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며, 피고인에게 그 죄에 상응하는 중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공소 유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허 대표, 조사 과정에서 혐의 부인

허 대표는 앞선 경찰 조사 출석 당시 성추행 등 혐의를 부인해왔다. 또 “고소인(신도)들이 돈을 뜯어내기 위해 고소한 것”이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앞서 허 대표는 1997년 15대 대선 공화당, 2007년 17대 대선 경제공화당, 2022년 20대 대선 국가혁명당 후보로 세 차례 대선에 출마한 바 있다. 하지만 20대 대선 당시 TV 토론에서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양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책보좌역” 등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4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확정받아(10년간 피선거권 제한) 이번 대선에서 출마 자격을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