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도 못 내는 기업 비중 역대 최대 “도소매·부동산 중기 부진”

지난달 18일 서울 명동거리 한 공실 상가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달 18일 서울 명동거리 한 공실 상가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기업 10곳 중 4곳은 영업 적자이거나, 번 돈으로 대출 이자도 다 못 갚았다. 건설 경기 부진, 소비 위축에 도소매업과 부동산업을 중심으로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컸다. 

1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기업경영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외부 감사 대상 비금융 영리법인 기업(3만4167곳) 중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의 비중은 40.9%로, 전년(39.0%)보다 1.9%포인트 높아졌다. 2013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다.  

이자보상비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것으로, 기업의 이자상환능력을 보여준다. 100% 미만이면 영업을 통해 번 돈으로 이자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이자보상비율이 0% 미만인 기업 비중은 28.3%로 1년 새 1.3%포인트 늘었다. 역시 역대 가장 높았다. 기업 10곳 중 3곳이 영업 적자란 의미다.

조사 대상 기업 전체의 이자보상비율은 298.9%로 전년(221.1%)보다 높아졌지만 2022년(443.7%)에는 크게 못 미친다. 특히 비제조업 부문 중소기업의 이자보상비율은 2023년 127.6%에서 지난해 109.1%로 오히려 낮아졌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정영호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정보기술(IT) 경기가 회복하면서 제조업 대기업을 중심으로 전체 기업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증가했지만, 개별 기업으로 보면 어려워진 곳이 늘었다는 의미”라며 “조사 대상의 83%가 중소기업이고 그중에서도 비제조업의 비중이 큰데 도소매업ㆍ부동산업을 중심으로 영업이익이 줄어든 곳이 많다 보니,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 기업 비중도 커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출을 받은 기업들의 이자 부담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금융비용(이자비용) 부담률은 1.8%로 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졌던 2023년(1.7%)보다 소폭 증가했다. 지난해 10월부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했지만, 당국의 부채 관리 강화 기조 탓에 대출금리는 크게 하락하지 않거나 오히려 상승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자보상비율이 300%를 넘는 우량 기업 비중은 38.2%로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300~500%, 500% 초과인 기업이 각각 7.1%, 31.1%로 모두 1년 전(7.5%, 32.9%)보다 줄었다.   

한편 지난해 기업들의 성장성과 수익성은 고루 개선됐다. 2023년에 바닥을 찍은 기저효과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성장성 지표인 매출액 증가율은 2023년 -2.0%에서 지난해 4.2%로 플러스 전환했다. 수익성 지표인 매출액 영업이익률(5.4%)과 세전순이익률(5.2%)도 2023년의 3.8%, 4.5%와 비교해 모두 상승했다. 다만 중소기업의 수익성(매출액 영업이익률 4.8%→4.6%, 세전순이익률 3.4%→3.0%)은 나빠졌다. 

기업간 양극화가 심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정 팀장은 “성장성과 수익성 지표가 개선되고 있음에도 0% 미만 기업의 비중이 늘어난 것을 단순히 기업 간 양극화 확대로 보기는 어렵다”며 “제조업에서도 반도체가 큰 부분을 차지하는데, 특히 지난해는 직전년도 업황 악화의 기저효과로 매출이 상당히 늘어난 영향도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