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억 사기 후 해외도피…20년만에 내려진 단죄, 1심 징역 7년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이 함께 쓰고 있는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전경.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등법원이 함께 쓰고 있는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전경. 연합뉴스

 
캐나다 밴쿠버에 초고층 아파트를 짓겠다며 국내 투자자를 상대로 100억원대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로 수사선상에 오르자 도주했던 사업가가 20년만에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지귀연)는 11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기소된 건설 시행사 대표 정모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씨의 실형 선고에 따라 기존 허용했던 보석을 취소하고 정씨를 법정구속했다. 

정씨는 재판 과정에서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그가 캐나다에 출국해 있던 기간 동안 공소시효가 중단됐다며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의 산술적 피해액은 명목 금액만으로도 100억원이 넘고, 현재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더 높을 것"이라며 "피해자는 이로 인해 대부분의 재산을 상실하고, 현재까지 심각한 고통을 입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형사처벌을 면할 목적으로 15년가량 국외에 체류하다 범죄인 인도 절차를 통해 강제 송환됐다"며 "그동안 피해 회복이 이뤄진 사정을 찾아보기 힘들고, 피고인은 1998년 사기죄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전력도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정씨는 2005년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밴쿠버에 초고층 아파트를 짓는 데 쓰겠다며 한국인 투자자 A씨로부터 투자금 약 102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정씨로부터 사기 피해를 봤다는 고소가 2008년 7월 수사기관에 접수됐을 때 그는 이미 해외로 도피한 상태였다. 정씨는 다른 사기 사건으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받다가 추가 고소장이 접수되자 도주를 택한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2012년 4월 캐나다 법무부에 정씨에 관해 범죄인 인도를 요청했으나 캐나다 당국의 자료 보완 요구 등으로 송환이 지연됐다. 

이후 강제 송환이 결정됐지만 정씨가 변호사를 선임해 불복 소송에 나서면서 2023년 9월에야 캐나다 대법원에서 범죄인 인도 결정이 확정됐다. 검찰은 그해 11월 정씨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