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IPO 늦춘 LG전자 인도 가전구독도 석달만에 중단, 왜

조주완 LG전자 CEO가 2023년 인도 사업장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 LG전자

조주완 LG전자 CEO가 2023년 인도 사업장을 점검하는 모습. 사진 LG전자

 
LG전자가 인도에서 가전제품 구독 서비스 시범 사업을 3개월 만에 중단했다. 생각보다 시장 반응이 미지근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인도법인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다 최근 상장 시점을 전략적으로 재검토하면서 속도조절에 나선바 있다. 

11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해 11월부터 시작한 가전제품 구독 시범 서비스를 지난 1월 경에 중단했다. 지난해 12월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에 제출한 인도법인 상장예비심사청구서(DRHP)에서 LG전자는 “11월 인도 일부 브랜드숍에서 장기 가전 렌탈 형태의 구독서비스를 시범 출시했으며, 이를 우리 유통망 전반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당초 계획과 달리 서비스는 3개월 만에 중단됐다. 기존에 구독서비스를 신청한 고객은 지속 이용할 수 있지만, 신규 가입은 불가하다.  

인도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는 LG전자는 현지의 가전제품 구독 서비스 시장 역시 연평균 28%씩 커지며 성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DRHP에서 LG전자는 “밀레니얼 세대와 도시 거주자들은 효율성·편리성에 따라 유연한 소유 형태를 선호한다”라며 “초기구매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점도 매력적 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델리·노이다·구루그람 등 대도시 위주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막상 소비자들의 반응은 회사의 예측과 달랐다. LG전자 관계자는 “시장에 맞는 방식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는 과정”이라며 “사업을 정식으로 시작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렌털식의 구독 외 케어 서비스는 여전히 진행 중이며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LG전자는 국내외 확장을 통해 2030년까지 구독 사업 매출을 지난해 3배 이상으로 키운다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이에 대해 업계와 LG전자 내부에서는 인도 구독 시범 서비스의 가격 형성이 비교적 높았고, 가전을 소유하는 것을 선호하는 인도인들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인도 현지 매체 핀샷은 “거대한 인도에서 반품·배송을 반복하면 고객 경험이 되려 망가질 수 있다”라며 “LG전자가 구독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는 2019년 말레이시아에서도 구독사업을 시작했으며, 지난해에는 태국과 대만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LG전자 관계자는 “문화적·경제적 이유로 방문 및 케어 서비스가 어려운 국가는 사업 진입이 어렵다. 이미 형성된 시장에 우선 접근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확대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