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안보수장, 2주만 또 방북해 김정은 만나…北 '군수 하청공장화' 굳히기?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 AP, 연합뉴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 AP, 연합뉴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특별 지시에 따라 17일 평양을 방문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에 집중하는 틈새를 파고들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다 확실하게 승기를 잡기 위해 러시아가 북한의 전폭적 지원을 요청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북한이 러시아의 '군수 하청공장'으로 입지를 굳힐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러시아 관영 타스 통신에 따르면 이날 쇼이구 서기는 푸틴의 지시에 따라 방북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났다. 지난 4일 평양을 찾은 지불과 13일 만인데, 이번 방북은 당시 합의한 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것이라고 타스는 전했다. 당시 양 측은 북·러 간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신조약)에 근거한 양국 관계의 심화,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 군사 협력에 대해 논의했다고 한다.

쇼이구는 지난 3월 21일에도 평양을 방문해 2시간 동안 김정은을 접견하며 푸틴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지난 3개월 사이에만 김정은을 세 번 만났다.

북·러 양측은 북한군 추가 파병이나 무기 지원 등 군사 분야 협력, 이재명 정부 출범을 포함한 한반도 정세, 김정은의 러시아(모스크바) 답방 등을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키이우에 대한 파상 공세에 나선 러시아가 북한 측에 추가적인 병력·군수물자 지원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일 방북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를 접견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일 방북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를 접견하는 모습. 노동신문, 뉴스1

실제로 이날 AP통신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당국은 전날 밤 사이 러시아군의 미사일·드론 공격으로 최소 14명이 사망하고 44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번 공습으로 키이우에서는 수십 채의 아파트와 주택이 크게 손상됐다.


앞서 러시아군은 지난 9일에도 우크라이나 전역을 겨냥해 사상 최대인 500여대의 드론을 동원한 공격을 감행했다. 러시아는 최근 집중적으로 드론과 미사일을 앞세워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규모 공세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군 당국자가 지난 7일 북한군 파병의 대가로 러시아가 북한의 자폭 드론 생산을 지원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힌 것과도 맥이 닿아 있다. 러시아는 드론 생산량을 매달 2000기에서 5000기까지 늘리는 계획을 세웠으며, 여기에는 러시아의 군수 '하청공장'을 자처하는 북한이 생산한 물량도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우크라이나 측의 분석이다.

북·러 간 군사협력이 이어지는 정황은 한·미·일 3국의 주도로 11개국이 참여하는 '다국적제재모니터링팀'(MSMT)도 지난달 28일 발표한 첫 보고서에서 자세히 다뤘다. 보고서는 지난해 1월부터 12월 중순 사이 북한에서 러시아로 포탄과 방사포탄 약 900만 발이 러시아 화물선을 통해 49차례에 걸쳐 이전됐다고 밝혔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과 러시아가 신조약을 기반으로 군사적 밀착을 지속하는 모습"이라며 "국제사회에서 독자적인 세력권을 갖추길 원하는 양국의 협력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