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7월 검찰 조사를 앞두고 김주현 당시 대통령실 민정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의혹이 17일 불거졌다. 연합뉴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지난해 7월 3일 오후 4시8분쯤 김 전 수석에게 비화폰으로 전화를 걸어 17분49초 동안 통화했다. 이어 오후 4시29분에는 김 전 수석이 다시 김 여사에게 전화해 15분58초 동안 통화했다고 한다. 이 날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김 여사를 서울 창성동 대통령경호처 부속건물로 비공개 소환해 대면 조사(지난해 7월 20일)하기 17일 전이었다. 검찰 조사를 앞두고 대통령 부인인 김 여사와 민정수석이 30분 넘게 통화한 셈이다.
정치권에선 김 여사가 검찰 출신인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하며 수사에 대비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김건희씨의 비화폰 사용은 국정 관여 의혹을 뒷받침하는 증거”라며 “김주현 민정수석이 윤석열·김건희의 법률 대리인으로 각종 수사 무마에 앞장섰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당시 김 여사가 검찰 조사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었던 만큼 경우에 따라 피의자에게 수사 기밀을 유출했거나 봐주기 수사 의혹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전날 심 총장이 지난해 10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두 차례 통화한 사실이 전해졌는데, 당시는 검찰이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불기소 처분을 앞둔 시점이었다. 또 명태균 공천 개입 의혹이 확산되던 시기이기도 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이를 두고 ‘김건희-민정수석-검찰총장’의 짬짜미로 검찰의 황제 출장 조사와 무혐의 면죄부가 성사됐다”고 했다.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 뉴스1
전날 심 총장과 김 전 수석 사이 통화가 확인된 만큼 김건희 특검팀의 수사가 심 총장을 비롯한 검찰을 향할 가능성도 있다. 김 여사 사건에 대한 ‘대통령실의 수사 방해 의혹’과 ‘공무원 등의 수사 지연‧은폐 의혹’은 김건희 특검법의 수사 대상이다. 다만 심 총장 측은 전날 “검찰 사건과 관련해 통화한 사실은 없다”고 해명했다.
김 여사의 비화폰 내역이 드러나며 영부인 국정개입 의혹은 확대 양상이다. 앞서 수사기관은 대통령경호처로부터 비화폰 서버 기록을 제출받아 분석하는 과정에서 김 여사가 비화폰을 이용한 기록을 확인했다고 한다. 김 여사의 비화폰 내역에서 정부 각료와 연락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날수록 영부인 국정개입 의혹은 확대가 불가피하다. 김 여사는 12‧3 비상계엄 선포 전날인 지난해 12월 2일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일반 전화로 두 통의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김 여사 관련 수사를 총괄 지휘할 민중기 특별검사는 이날 김 여사 대면 조사가 필요하냐는 취재진 질의에 “이뤄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민 특검은 김 여사가 지병으로 입원한 것에 대해선 “언론 보도로 알게 됐다”며 “특검보 임명이 되면 (조사 방향을) 차츰 논의해 보겠다”고 했다. 민 특검은 이날 홍지항 인천지검 부천지청 총무과장(검찰 부이사관)을 특검 지원단장으로 임명하며 인선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검 사무실은 서울 종로구 KT광화문웨스트 빌딩으로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 특검은 특검보 임명이 마무리되는 대로 파견검사, 파견공무원 등 수사팀 인선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