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무더위가 본격화되면서 카공족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음료를 한 잔만 주문한 뒤 오랫동안 자리를 차지하거나, 심지어 장시간 맡아두고 비우는 사례가 반복되며 카페 업주와 손님들의 불만이 커진 탓이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동네 스타벅스에 외출 빌런이 있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공개된 사진에는 매장 내 테이블에 칸막이를 세워두고 헤드셋과 키보드 등을 설치해 둔 모습이 담겼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23일 스타벅스 한 매장에서 최근 개인용 칸막이를 세워두고 긴 시간 자리를 비운 카공족을 비판했다. 서 교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계정에 “최근 SNS에 ‘동네 스타벅스에 외출 빌런이 있다’라는 제목과 함께 게시된 사진이 해외에서도 주목받고 있어서 우려된다”고 말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매장 내 테이블에 칸막이를 세워두고 헤드셋과 키보드 등을 설치해 둔 모습이 담겼다.
서 교수는 “카페에서의 이런 식의 민폐 논란은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어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를 본 외국인이 정말로 의아해했다”며 “어떻게 공공장소인 카페에서 자기 영역을 마음대로 표시하고 저런 개인행동을 할 수 있냐며 고개를 갸우뚱해 민망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경상북도 안동시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도 프린터기 등을 설치한 카공족 사진이 공유되며 당시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지난해 경상북도 안동시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도 프린터기 등을 설치한 카공족 사진이 공유되며 당시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됐다. 사진엔 각종 서류가 펼쳐져 있고, 옆 좌석에는 프린터가 놓여있는 모습이 담겼다. 작성자 A씨는 “이제 스타벅스는 1인 오피스. 오늘 아침, 프린터기와 A4용지를 들고 나타난 사람을 구경했다”고 전했다.
에어컨이 가동되는 카페에 장시간 머물려는 소비자 수요가 늘면서, 일부 매장에선 최소 주문 조건을 두거나 콘센트를 막아두는 등 이용 수칙을 만드는 추세다. 이날 서울 영등포구의 한 커피전문점에는 ‘S 사이즈(스몰) 주문 시 매장 내 취식 불가’라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아르바이트생 B씨는 “1000원대 음료를 주문하고 장시간 매장을 이용하는 카공족 때문에 생긴 수칙”이라고 말했다.

23일 영등포구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 ‘S 사이즈(스몰) 주문 시 매장 내 취식 불가’라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박종서 기자
지난 4월 서울 시내 한 스타벅스 매장에서도 “30분 이상 좌석을 비울 경우 직원이 정리할 수 있다”는 안내문을 게시했다. 온라인상에선 해당 조처에 대해 “왜 30분이나 자리를 비우냐”는 반응과 “카페를 전세 낸 손님이 너무 많다”는 의견 등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카페 점주들의 고민도 깊다. 영등포구에서 5년째 카페를 운영 중인 김모(44)씨는 “오래 머무는 손님이 있는 건 이해하지만, 다른 손님들이 자리가 없어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잦다”며 “회전율이 떨어져 마냥 카공족을 반길 수 없다”고 말했다. 송파구에서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 중인 김모(28)씨는 “카공족이 많다 보니 좌석을 늘려야 하나 고민이 된다”면서도 “좌석을 늘리면 도난 등 물품 안전상 책임 부담이 커져 고민”이라고 말했다.
반면에 대학가를 중심으로 마케팅을 위해 일부러 카공족을 공략한 카페들도 많다. 23일 오후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인근의 한 카페는 카공족으로 북적였다. 카페 이용자 20여명 중 15명이 테이블에 노트북 등을 올려둔 모습이었다. 해당 카페 후기에선 “콘센트가 많다”, “카공하기 좋다” 등 반응이 다수였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일상생활의 미학화, 공부의 일상화 등 복합적인 이유로 MZ세대에게 카페란 커피를 마시며 느긋하게 대화하기보단 자리를 점유해 공부하는 곳이 됐다”며 “공부하는 건 자유지만, 업체도 1인 1음료 주문 수칙을 마련하는 등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