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10곳 중 8곳 ‘중고신입’ 원하는데, 구직자 절반 "경력 없다"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제1차 KB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게시판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5 제1차 KB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게시판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연세대 4학년 김 모(26) 씨는 지난 2월 예정이었던 졸업을 1년 뒤로 미뤘다. 취업하러 둘러봐도 신입사원을 공개 채용하는 대기업이 드물어서다. 가끔 채용하더라도 ‘경력 3년 이상’ 같은 조건을 내걸었다. 결국 지난달부터 마케팅 회사에서 인턴을 하고 있다. 김 씨는 “눈높이를 낮춰야 할 것 같다”고 털어놨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4일 펴낸 ‘상반기 채용시장 특징과 시사점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민간 인사관리(HR) 플랫폼에 올라온 채용공고(14만4181건) 중 경력 채용만 원하는 기업이 전체의 82%에 달했다. 신입 또는 경력을 뽑는 기업은 15.4%였다. 신입 사원만 구하는 기업은 2.6%에 불과했다.

대한상의가 대졸 구직자 1000명을 설문한 결과(이하 복수응답) 53.9%가 “기업의 경력 중심 채용이 취업에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53.2%는 “대학 시절에 직무 경험을 쌓지 못했다”고 답했다. 기업 대다수가 경력직인 ‘중고 신입’을 선호하는데, 구직자 절반가량은 자격 미달인 셈이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지난 3월 매출 상위 500대 기업(126개사 응답)을 설문한 결과 지난해 대졸 신규 입사자의 28.9%가 중고 신입이었다. 2023년 중고 신입 비중(25.7%)보다 3.2%포인트 올랐다. 중고 신입의 입사 전 평균 경력 기간은 1~2년(50.8%)이 가장 많았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기업들이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는 인재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진다”며 “구직자를 위해 인턴과 학점 인정 연계형 현장실습을 확대하고, 교육 과정을 직무 기반 실무훈련 중심으로 개편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