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경제6단체 상근부회장단 면담에 앞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호준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 오기웅 중소기업중앙회 부회장, 김창범 한국경제인협회 부회장,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 김 직무대행, 박일준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 이인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이동근 한국경영자총협회 부회장.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30일 경제단체와 상법 간담회를 연다. 6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다음 달 4일까지 상법 개정 처리를 예고한 가운데, 경제계의 의견을 듣겠다는 취지다. 소송 남발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재계의 입장을 반영해 배임죄 폐지·완화 등 절충안을 도출해낼지 주목된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민주당은 30일 오전 국회에서 경제 7단체(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제인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무역협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부회장단과 상법 간담회를 개최한다. 민주당에서는 진성준 정책위의장, 허영 원내정책수석부대표 등이 참석한다.
앞서 경제 6단체는 지난 25일 국회를 찾아 김병기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경제단체는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계의 우려를 듣는 간담회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이에 5일 만에 민주당과 경제단체가 다시 만나게 됐다.
재계에선 우선 ‘다행’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대화를 위한 자리가 마련된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라며 “민주당이 이제 야당 아닌 집권 여당이니 이견을 조율하고,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기 위해 ‘보여주기 식’ 자리를 만든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진 정책위의장은 지난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윤석열 정권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법안 13건, 여야가 대선에서 약속했던 민생 공통 공약 법안 16건, 민주당이 신속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민생 법안 11건 등 총 40건을 6월 임시회 중에 추진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에서 열린 경제6단체와 기업인 간담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 삼성전자 회장, 이 대통령,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뒷줄 왼쪽부터).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상법 개정안의 핵심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것이다. 재계는 주주들이 이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배임죄 형사고발 등 소송을 남발할 수 있고, 외국계 헤지펀드가 법을 악용해 경영권을 공격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달 초 민주당 ‘주식시장 활성화 태스크포스(TF)’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전자주주총회 의무화 ▶집중투표제 활성화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3% 룰) 등의 내용도 상법 개정안에 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내용을 모두 포함할지는 당내에서도 이견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항목 하나하나가 다 기업에 파장이 너무 큰 내용이라 간담회에서 충분히 논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간담회에서 재계는 배임죄 폐지 또는 완화, 경영권 방어 수단 도입 필요성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당초 재계는 상법 대신 자본시장법 개정을 대안으로 내세웠지만, 지금은 그럴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상법 개정 시 소송 우려를 낮추기 위해 배임죄 완화를 함께 묶어 7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는 대안 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사회가 선한 관리자의 의무를 다했다면 회사에 손해를 미쳤더라도 경영상 판단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어야 상법이 개정돼도 부작용이 덜할 것이란 주장이다. 경제단체들은 간담회에서 제시할 절충안을 최종 조율 중이다.
이번 간담회에서 민주당·경제단체 간 소통 역할을 맡은 것이 한경협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민주당 측에서 대한상의가 아닌 한경협에 먼저 연락해 성사됐다고 한다. 한경협이 ‘재계 맏형’의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경협의 전신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국정농단 사태 이후 문재인 정부에서 주요 행사에 배제되며 ‘한경협 패싱’ 논란이 일었다.
최근에는 기류가 달라지고 있다. 한경협은 지난 3월 당시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10년 만에 공개 간담회를 가진 데 이어 최근 대통령·재계 간담회, 민주당·경제단체 간담회 등에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다. 한경협 측은 다른 경제단체들과 함께 힘을 모아 상법 개정안 등 현안에 대응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