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질병관리청장으로 재직 중이던 2021년 11월 질병관리청 브리핑실에서 코로나19 중앙방역대책본부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광주광역시 출신인 정 후보자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가정의학과 전문의다. 같은 학교에서 예방의학 박사 학위도 받았다. 질병관리청의 전신인 국립보건원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고, 보건복지부 질병정책과장과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센터장 등을 거쳤다.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이던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유행 당시 언론 브리핑을 맡아 얼굴을 알리기 시작했다. 그 후 메르스 사태의 책임을 지고 다른 공무원들과 함께 징계받기도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2017년, 차관급인 질병관리본부장에 여성으론 처음 임명됐다. 2020년 9월엔 질병관리본부가 질병관리청으로 승격하면서 초대 청장이 됐다.
특히 정 후보자는 2020년 본격화한 코로나 팬데믹의 방역을 주도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사태 초기 감염 확산을 막고, 브리핑을 자주 진행하면서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이름 올리기도 했다.
5년 가까이 방역 일선에 있었던 그는 2022년 5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퇴임 후엔 서울대병원 임상교수로 강단에 섰다. 21대 대선을 앞두고는 더불어민주당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그 뒤로 꾸준히 복지부 장관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됐다.
정 후보자는 흔치 않은 여성 방역 전문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한 관료 생활을 20년 넘게 했던 만큼 복지부 내부 사정을 잘 안다는 게 강점으로 꼽힌다. 그가 인사청문회를 거쳐 장관직에 오르면 정진엽 전 장관(2015~2017년) 이후 8년 만에 다시 의사 출신 장관이 된다.
눈앞에 놓인 과제는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의정갈등의 해소 등이다. 정 후보자는 지명 직후 입장문을 내고 "코로나 대응 등의 업무를 수행하며 쌓은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정책을 검토하고 준비하겠다"면서 "복지부 장관이 되면 진정성 있는 소통과 협력으로 의정갈등을 신속히 해결하고, 국민의 목소리가 적극 반영된 의료개혁을 추진해 국민 건강권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최근 배우자의 주식 논란이 불거지면서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국민에게 마스크 착용·자가진단키트 사용 등을 당부하던 코로나 팬데믹 당시, 남편이 '수혜주'로 분류되는 해당 품목 생산 업체 주식을 사들였다는 지적이 나오면서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SNS 글을 통해 "공직자윤리법상 이해충돌 회피, 신고 의무 위반 소지가 다분한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여권 관계자는 "내부 검증이 길게 진행됐는데, 정 후보자의 남편 주식은 별문제가 없는 것으로 봤다"고 밝혔다.
한편 복지부 2차관에는 이형훈 한국공공조직은행장이 임명됐다. 행정고시 38회로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관 등을 역임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를 3년 넘게 이끌어온 오유경 식약처장은 유임됐다.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차관급 이상 인사의 유임 결정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에 이어 두 번째다. 대통령실은 "오 처장은 산업계와 학계, 관가를 두루 거친 전문가이며, 해당 분야에서 보여왔던 역량을 고려했다"고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