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힙합 뮤지션인 크러쉬의 존재감이 더욱 두드러진다. 2012년 첫 싱글을 내고 뮤지션으로서의 기지개를 켠 그는 천천히 차근차근 욕심내지 않고 다양한 뮤지션들과의 작업을 통해 서서히 자신의 음악세계를 대중에게 알린 뒤 지난 4월 싱글 '가끔'으로 주요 음원차트 1위에 오르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6월 5일, 그는 대부분의 곡을 자신이 작사, 작곡, 편곡한 첫 정규앨범 '크러쉬 온 유'를 발표했다. 정통 힙합 R&B라는, 어찌 보면 대중들에게 아직은 낯선 장르로 세상과 인사한 그의 앨범은 신인이 발표한 정규앨범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발매 직후 수록곡 전곡이 음원차트 상위권에 진입, 음악계에 신선한 자극을 불어넣고 있다. '요즘 대세', '가요계 핫 피플', '특급 신인' 등 그를 향한 칭찬과 대중성과 작품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앨범 평가가 그를 향한 대중과 전문가들의 기대치를 가늠하게 한다.
<프로필>
이 름 : 크러쉬
본 명 : 신효섭
생년월일 : 1992년 5월 3일
데 뷔 : 2012년디지털싱글 'Red Dress'
- 앨 범
2012년 : 마스터피스 EP'Rhythm Genius'
2014년 : 1집 'Crush On You'
- 싱 글
2012년 : 'Red Dress'
2013년 : 'Crush On You', '어디 갈래'
2014년 : '가끔'
-안녕하세요. 디시인사이드입니다.
안녕하세요.
-왠지 아실 것 같아요.
알죠. 많이 들어가요. 힙합 갤러리 자주 들어가서 모니터링 많이 해요.
-글은 안 쓰고요?
네. 들어가서 상처 많이 받았어요. (웃음). 보고 수렴할 부분들은 많이 모니터 하지요. 여러 군데에서 해요. 해야 하죠.
-그럼 힙갤은 예전부터 한 건가요?
아뇨. 이번 음반 활동하면서 시작했어요. 원래는 커뮤니티를 잘 몰랐는데요, 아무래도 앨범을 내다보니까 이제는 여러 곳을 가죠. 힙합플레이야 같은 힙합 게시판 많잖아요. 그런 곳에 들어갔죠.
-이번 앨범 모니터링하셨으니 아실 텐데, 빅뱅 태양 씨와 같은 장르로 동시에 활동해 비교가 돼요.
아, 태양 형님! 저는 사실 태양 형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데요, 워낙 예전부터 존경하는 형이고, 팬으로서 이렇게 비교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큰 영광이에요.
-태양이 낫다, 크러쉬가 낫다 논쟁하더라고요. (웃음).
그게 굉장한 거죠. 오히려 제가 태양 형한테 죄송할 정도예요.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거진짜 감사한 일인 거죠.
-태양 씨 앨범은 어떻게 들었나요? 같은 R&B로서 솔직하게 평가해 주세요. (디시 이용자 'ㅇㅇ')
저요? 정말 좋게 들었어요. 지금도 듣고 있어요. 저는 '눈, 코, 입'이란 곡이정말 좋아요.
-그럼 태양 앨범 수록곡 중 '같이 피처링했으면 좋았을걸' 생각한 곡은 있나요?
딱히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어요. 제가 누가 될까 봐요.
-장르 음악 좋아하시는 분들은 힙합 R&B가 이 정도로 관심 받은 적이 없다며 두 분이 같이 활동하시는 게 득이 더 크다고 하더라고요.
신 자체에서 이 음악이 비주류의 음악이었다면 주류 음악으로 접근해 가는 것 같아요. 예를 들면 범키 형이라든지 자이언트 형이라든지. 계범주, 정기고 형도 있잖아요. 그런 선배들이 신 자체의 스케일을 넓혀가고 있다는 것 자체로 큰 의미를 느낄 수 있는 것 같아요.
-앨범 이야기를 하자면 2012년 첫 싱글을 내고 1집 앨범을 내는데 2년이 걸렸어요.
감회가 엄청 새로워요. 굉장히 후련한 기분이기도 하고요. 그동안 준비해왔던 곡들을 다 작업 끝내고 어찌 보면 첫 결실을 맺는 거니까요. 이게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 시작을 하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었던 건 사실이에요. 여러 가지 음악 외적인 일들 있잖아요.
-외적인 일이라면요? 계약관계?
아뇨, 아뇨. 그런 건 아니고요. (웃음). 작년에 힙합계가 한창 뜨거웠잖아요. 그런 일(콘트롤 디스전)도 있었고…. 저는 직접적으로 연관되지는 않았지만 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았어요. 그런데 어찌 보면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그 덕분에 신 자체가 이렇게 커지는 데 큰 보탬이 된 것 같기도 하고…. 일단, 저만 생각하자면 제가 외주 작업을 좀 했었잖아요? 그 사이에 계속 앨범에 대한 갈증이 있었어요. '앨범을 빨리 내고 싶은데, 내가 언제 낼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했죠. 그래서 이번에 앨범 내고 나서 굉장히 큰 보람을 느꼈고, 불안한 마음도 많이 없어졌어요.
-아메바 컬처에 들어간 지 1년 만에 정규앨범을 냈더라고요. 앨범 수록곡 거의 다 본인이 작사, 작곡, 편곡까지 다 했는데 1년이라는 시간은 좀 짧아요.
사실 앨범 트랙 중 몇 트랙들은 그전에 이미 작업을 끝내놨어요. 저는 짧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워낙 작업을 많이 하는 편이어서요. 집중을 빨리했었던 것 같아요.
-앨범 제목이 크러쉬 온 유(Crush on you)인데 전에 낸 싱글도 같은 제목이었어요.
저는 '크러쉬 온 유'라는 이름 자체로 독자적인 브랜드를 가지고 가고 싶었어요. 처음에 앨범 타이틀을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는데, 전체적인 트랙들로 봤을 때 앨범 자체는 저의 음악 정체성이고, 첫 시작였어요. 그렇기 때문에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나만의 독자적인 브랜드를 가져가고 싶었던 마음이 컸어요.
-말씀하신 것 중 '정체성'이 저도 인터뷰 전부터 궁금했어요.
어쨌든 제 앨범 자체는 흑인음악을 기반으로 한 앨범이에요. 흑인음악은 장르가 굉장히 다양하잖아요. 한 장르에 국한되지 않고 흑인음악을 기반으로 하는 여러 장르 안에서 다양하게, 스펙트럼 넓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게 제 정체성이었어요.
-하지만 그런 면 때문인지'첫 작품이었기에 대중적인 코드로 가려고 한 게 아니냐' 의견도 많았지요.
저는 대중적이라는 기준을 정확하게 모르겠어요. 그 부분에 대해서 저는일부러 대중가요를 겨냥하고 음악을 만들었다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거든요. 제 입맛에 맞는 곡으로 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고, 제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었던 건데…. 그런 글도 많이 봤어요. 애매하다고요. 깊지도 않고 좀 그러네, 대중 입맛에 억지로 맞춘 것 같은 느낌 이런 글이요. 사실 그걸 의도한 건 아니었거든요. 그런 생각을 하고 만든 건 아닌데….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한 거였어요.
-수록곡 전체가 차트에 진입했는데 솔직히 예상했죠?
아뇨, 아뇨, 아뇨. 진짜 아니에요. 지금도 되게 신기해요. 이 결정체가, 내 음악들이, 결과물들이 이런 방식으로 증명되었다는 게 굉장히 신기하고 예상도 못했어요. 전 곡이 차트에 진입할 줄은 몰랐어요.
-덕분에 본인 이름이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올랐단 말이에요. 눌러봤을 것 같아요.
눌러봤죠. (웃음). 와~ 와~ 이렇구나. 했죠. 신기했어요.
-그런데 크러쉬를 모르는 분들은 '크러쉬? 그룹이야? 아이돌이야? 록밴드 아냐?' 이런 이야기 많이 하시더라고요.
그냥 크래쉬라고 하시는 분이 제일 많았어요. 트래쉬라고 하는 분도 많았고요. (웃음).
-크러쉬란 이름을 쓴 이유는 뭔가요?
다른 인터뷰에서 많이 이야기했는데요, 사실 말씀해주신 것처럼 이 이름이 록밴드에서 쓸 법한 이름이잖아요? 또 '크러쉬 온 유'라는 문장 자체도 '널 깨부수겠다' 이렇게 해석될 수도 있고. 그런데 저는 그게 아니었어요. '너에게 반했다', '너에게 빠졌다'라는 뜻도 있잖아요. 매력적이고 로맨틱한 뜻이 정말 좋아서 제 타이틀로 했지요.
-힙갤러 중 한 분이 '옛날 만화 크러쉬기어에서 따온 거냐고 물어봤어요. (디시 이용자 '갤봇')
아뇨. 그 만화 전혀 몰라요. (웃음).
-본인은 이번 앨범의 작품성에 대해 만족하는 편인가요? (디시 이용자 '223')
작품성이라고 하면 뭘 말하는 건가요?
-정말 자기 색을 잘 담아냈구나, 곡이 잘 완성돼 있구나,열심히 만든 게 느껴지는구나 이런 걸 작품성이라고 보통 생각하는 편이지요.
그냥 제가 솔직하게 담아내고 싶었어요. 표현하고 싶었던 음악적인 부분들에 대해서는 후회 없이 다 한 것 같아요. 그런 측면에서는 작품성이라고 봐주신다면 제가 만족을 안 한다거나 그런 것은 없어요. 후회 없어요.
-100점 만점으로 한다면?
기자님은 어떤 점수 주시겠어요?
-리스너 입장으로 95점 드릴게요.
너무 후하신 것 아닌가요? 하하하.
-들으면서 편하게 들었거든요.
음… 저는 80점? (웃음)
-다른 가수분들이 앨범 듣고 좋은 평가를 많이 해주셨어요. 윤종신 씨, 싸이먼디 씨, 박재범 씨 등…. 가장 가슴에 와 닿은 말은 뭔가요?
다른 분들도 다 감사했지만 윤종신 선배님 말씀이 정말 와 닿았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윤종신이라는 뮤지션의 굉장한 팬이었어요. '환생' 부르실 때부터 좋아했고, 가사나 음악 세계에 굉장히 깊은 고찰이 있기 때문에 제가 굉장히 존경했던 뮤지션 중 한 분이신데, 그분에게 '요즘 가장 돋보이는 뮤지션'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내가 '음악 허투루한 게 아니구나'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앨범을 제가 들어보니까 곡 배치가 남녀가 만나고, 연애하고, 싸우고 헤어지고, 다른 사람 만나고 사랑하다가 첫사랑이 떠오르는 흐름으로 진행한 것 같더라고요.
진짜요? 정말로요? 생각해보니 그러네요. 사실 가사적인 주제 전달에 대해 트랙을 배열했다기보다는 노래 분위기로 배열했어요. 그런데 지금 이야기해주시니까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스토리 연속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나요?
아뇨. 그 정도는 아니에요. 1번 트랙이 '눈이 마주친 순간'인데, 그걸 바탕으로 무언의 복선을 제시하는 것으로 트랙을 배열한 건 맞아요. 예를 들어 '눈이 마주친 순간'은 첫눈에 반한 이야기를 하고, 그다음 트랙인 'A Little Bit(어 리틀 빗)'에서 둘이 조금 더 가까워졌다는 것, 그다음인 'Hey Baby(헤이 베이비)'에서는 너를 갖고 싶다고 이야기하고, 4번 트랙인 'Whatever You Do(왓에버 유 두)'에서는 완전한 연인이 되고. 이런 이야기를 생각했던 건 맞는 것 같아요.
-혹자는 너무 사랑 노래만 한 거 아니냐고 이야기해요.
네. 맞아요. 그런데 사실 앨범 수록곡들 중 빠진 곡들이 있어요. 그런 곡들 중 세상 이야기를 하는 곡도 있고, 제 가족 이야기를 한 것도 있고요. 그런데 앨범 만들 때 들어갈 트랙들을 고르잖아요 그 곡들이 앨범과안 맞더라고요. 사랑 이야기의 임팩트가 세다 보니까 그 곡들을 넣었을 때오히려 반감을 일으킬 수 있겠다느낌이 들더라고요. 물론 그런 이야기를 넣을 수 있었지만, 제가 이 앨범을 내고 제 음악을 접을 게 아니잖아요. 계속 진행형이니까 다음 작품에서 보여드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나이가 아직 어려 사회비판적인 것들, 스웨거 곡을 하기에는 나이가 어리다 생각 때문에 안 넣은 건 아니고요?
아니에요. 제가 어리다면 어리지만 솔직히 굉장히 힘든 시기도 많이 겪었어요. 그런 것들이 있었기에 그런 이야기를 충분히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요, 다음 작품에서 볼 수 있으실 거예요.
-가사 중 본인 사연이 들어간 노래가 있나요?
'Hug me'도 제가 느낀 그런 감정을 그대로 담았고, '가끔'도 그렇고요. 'A Little Bit'도… 거의 다 제 경험담에서 나온 가사들이었던 것 같아요.
-이번 'Hug me'로 음악방송에 나오시는데, 가장 많이 이슈가 된 게 춤추시는 거요.
춤… 왜 추냐며. 하하하. 뭐 하는 거냐고 하시더라고요.
-왜 추셨나요. 하하하.
사실 그거 때문에 상처 많이 받았어요. (웃음). 저는 음악을 처음 시작할 때부터 퍼포먼스적인 부분에서 욕심이 많았어요. 누구나 다, 음악 하는 사람들이라면 마이클 잭슨 좋아하잖아요. 또 아티스트라면, 뮤지션이라면 그런 퍼포먼스도 음악예술적인 부분의 일환이라고 생각할 거예요.저는 그런 면에 관심도 많았고, 욕심도 많았어요. 그래서열심히 준비했던 거예요. 아직 저는 계속 진행형이고, 저 자신도 부족한 부분들을 조금 더 채워나가기 위해 노력할 거고요.
-보신 분들이 춤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삐걱삐걱, 덜컹덜컹.
헉! (테이블에 엎드려 한동안 일어나지 못 했다)
-왜요. 하하하.
아, 저는 개인적으로 첫 방송 때 삐걱삐걱 거리긴…. 저 처음 들었어요. 그래도 방송하면 할수록 여유가 생기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 지적해주신 그런 삐걱삐걱, 덜컹덜컹을 최소화시키고 좀 더 공연장에서 할 법한 동작들 위주로 하고 있습니다.
-춤은 언제 연습하셨나요?
한 반 년 정도? 그런데 그전부터 천천히 연습을 시작했고, 제대로 들어간 건 반 년 전 정도요.
-댄스 뮤지션으로 본인은 가능성 있나요?
댄스 뮤지션이라고 하기보다는… 음. 애매하네요. 댄스가수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닌데… 하하하.
-음악방송 나오는 거에 신기해하는 반응이 나와요. 의외로 꼬박꼬박 나오네, 이렇게요.
저도 놀랐어요. TV를 보는데 제가 나오니까요. 물론 제가 방송을 한다는 것에, 음악방송을 나오는 거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계신 분들도 있지만 어쨌든 저는 한 번이라도 더 제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컸어요. 앨범 내고 '듣기 싫으면 듣지 말고 듣고 싶으면 들어라' 이런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면 사실 배부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해요. 그렇기에 저는 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는 게 맞다고 생각했고, 덧붙여서 삐걱삐걱, 덜컹덜컹하면서도 춤을 추는 것도 'Hug me'를 들고 나왔을 때 무대 위에서 혼자 노래 부르고 있으면 그것도 큰메리트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Hug me'가 타이틀로 별로다, 다른 곡을 하지 왜 이곡을 타이틀로했느냐 지적도 많아요.
네. 맞아요. 지적 많았어요. 일단은 '허그 미'라는 노래를 작업했을 때 바이브가 굉장히 좋았어요. 녹음할 때나 노래를 편곡할 때 분위기 자체를 즐겼고, 이 노래를 빨리 방송이든 공연장이든 무대 위에서 불러 드리고싶었어요. 그리고 또 '허그 미'를 앨범 수록곡 중 가장나중에 만들었어요. 나머지10곡이 먼저 나와 있었고, 누구나 다 마찬가지겠지만 매 트랙을 타이틀곡으로 다 생각해봤어요. 그런데(다른 곡들은) 제가 보여드릴 수있는 아이덴티티가 많이 드러나지않는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허그 미에는 제가 확실하게 보여드리고 싶은 부분이 있었기에 타이틀곡으로 한 거죠.
-아직 신인이라 개코 씨의 유명세를의식하고 '허그 미'를 타이틀로 한 건 아닌가요?
그건 아니에요. 전혀 아닙니다.
-개코 씨 2음절 랩이 '일리어네어'의 '연결고리'라는 곡에서 영감을 얻은 것 같다는 지적이있어요. (디시 이용자 'Lazy Man')
제가 하나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이 앨범이 원래 4월에 나올 예정이었어요. 곡 작업은 2월에 끝났고요. 그러니까 개코 형이 도끼 형 집에 가서 '연결고리'를 듣지 않은 이상 연관이 없어요. 원래 앨범 릴리즈 날짜는 4월 28일이었는데 늦춰졌고, 앨범 마스터링을 2월에 끝냈기에 '연결고리'의 이음절 랩과는 전혀 연관 없지요. (주: '연결고리'가 수록된 '일리어네어'의 앨범 '11:11'은 5월 21일 발매됐다)
-사람들이 '11시'라는 가사 때문에 더 그렇게생각했지요.
저도 처음에 형한테 '형, 11시 59분의 에펠탑이 무슨 뜻이야?' 하고 물었어요. 뜻이 있대요. 11시 59분에 에펠탑이 꺼진다고 했나? 하여튼 그런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하셨어요.
-피처링 참여하신 분들이 많은데, 그분들이 랩 메이킹을 할 때 자기들의 개성을 넣었더라고요.
네. 맞아요. (웃음). 자이언티 형도 그랬고. 그런데 사실 그런 재미있는 요소를 제가 일부러 요구했어요. 예를 들면 자이언티 형 노래 중 'Babay'라는 노래가 있는데 그게 그 형첫 앨범 타이틀곡이었어요. 거기 있던 가사 중 일부가 제 노래 '헤이 베이비'에 들어갔죠. 어찌 보면 '헤이 베이비'는 'Babay'의 파트2 느낌이 될 수 있는 곡이에요. 여러 가지로 참여해주신 분들, 박재범 형도 자기 노래에 썼던 가사를 다시 썼지요.
-피처링은 먼저 부탁을 한 건가요, 아니면 가수분이 노래를 듣고 참여하고 싶다고 연락이 온건가요?
제가 먼저 다 연락했어요. 제가 곡을 편곡할 때, 혹은 곡을 다 만들어 놓고 이 부분에 이 사람이 정말 필요하다 생각했기에 피처링 부탁을 하려 접촉했지요. 음악을 먼저 들려드린 다음에 '당신을 위한 노래이니 마음에 들면 같이 해주세요'라고 했어요.
-진짜요?
아뇨. (웃음). 그런데 정말 다 적재적소에 맞게 피처링을 도와주신 것 같아요. 그래도 몇몇 트랙은 정말 뮤지션을 생각하고 만들었어요. 3번 트랙, 4번 트랙 등….
-이 분 정말 내가 생각했던 데로 표현 잘했다 하신 분은요?
자이언티 형이요. 자이언티 형과 같이 한 노래는 2년 전 둘이 서로 스케치를 끝냈었던 곡이었어요. 딱 알맞게, 멋있게 됐죠. 자이언티 형이 사실 아이디어 뱅크예요. 둘이 잘 맞아떨어져 좋은 곡이 나온 것 같아요.
-두 분 다 마이클 잭슨 좋아하고요?
네.
-듣자마자 '이거 마이클 잭슨 오마주네' 그랬거든요.
그렇게 느껴주시는 거 정말 감사해요. 어쭙잖게 하면 욕먹는데 그래도 그 트랙이 아직 크게 욕을 먹지는 않아서…. 오마주라고 생각해주시는 것 자체가 마이클 잭슨 팬으로서 정말 영광이에요.
-아, 제일 좋아하시나요?
엄청 많은 뮤지션이 있는데 그분들중 한 분이죠.
-야한 가사가 눈에 띄어요. 그중에서도 'Give it to me' 수위가 굉장히 높다는 이야기가 많아요.
그 곡은 슬로우잼(미디움 템포의 무드송으로 러브 테마가 주류. 잼처럼 노래가 끈적거린다는 뜻에서 이름이 붙여짐)이라는 장르예요. 장르가 약간…. 물론 우리나라에서는 우리나라 음악을 해야 하는 게 맞는 건데, 저는 본질적인 것, 오리지널리티를 굉장히 가지고 가고 싶었어요. 그런 측면에서 재범이 형이 했던 작업물 보면 슬로우잼에 담긴 노래들의 가사 수위가 굉장히 높았어요. 일부러 의도해서 '우리 진짜 야한 노래 만들자' 이건 아니었어요. 곡의 분위기에 맞게끔 가사를 쓴 거고, 그렇게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했던 것 같아요.
-1집부터 19금 딱지가 붙은 곡을 낸 패기가 좀 놀랐어요. 1집이면 '무난하게 갑시다' 이야기를 많이 하죠.
그것도 아까랑 맞물린 이야기인데요, 정말 제가 대중성을 고려하고 만든 앨범이었다면 솔직히 무난하게 했겠지요. 그렇지 않을까요?
-그럼 대중들이 음악의 여러 장르에 대해 귀가 트였다고 정리할 수 있는 건가요?
그렇죠. 아까 이야기가 나왔듯 장르의 규모가 확장되면서 이런 노래가 차트에 진입할 수 있었을 것 같아요. 불과 2, 3년 전에 이런 노래를 했다면… 말도 안 되죠. 그만큼 같은 장르에 있는 선배들이 많이 잘 해주시고 길을 닦아 놓으셨기 때문에 제가 있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소속사에서 엄청나게 푸쉬하는 게 느껴져요. '허그 미' 뮤직비디오를 세 버전이나 냈더라고요.
아… 그렇게 해주셔서 감사하지요. 저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콘텐츠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소셜 네트워크가 발달한 세상이잖아요. 보이는 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여지느냐에 따라서 사람의 음악도 그렇고, 반향이 되지 않나 생각이 들어요.
-유튜브를 검색하니까 '허그 미' 외국인 반응 동영상이 올라와 있더라고요. 한국에서 음악을 내도 당연히 전 세계에 다 공유되는 그게 재밌지 않나요?
그러니까요. 정말 신기해요. 제 노래를 듣고 리액션을 해주는데 '오우!' 이러면 저도 '오우!' 그래요.하하하.
-지금까지 음악 활동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을 이야기해주신다면요?
6월 5일이었어요. 이 앨범 나온 날이요.
-아, 2012년에 '마스터피스'라는 그룹으로 나왔다가 공중분해됐다고 들었어요.
망했어요. 쫄딱. 하하하. 반응이 아예 없었거든요. 그래도 그게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됐다고 생각해요. 여러 가지로, 모든 부분에서. 제가 느낀 건 어쨌든 음악을 하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해야 하는 거예요. 그런 것 외에도 많은 걸 깨달았지만, 진짜 하고 싶은 걸 해야 해요.
-그래도 신기했던 게 그렇게 실패하면 슬럼프에 빠지는데 금방 다른 활동을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그 당시 슬럼프가 굉장히 컸어요. 그 그룹 활동이 잘 안 되고 굉장히 고생했어요. 힘들어했고, 음악도 안 하려고 했어요. 진짜에요. 그럴려고 했었어요.
-그런데 그 후 VV:D(비비드)에 들어가고, 그러면서 다른 뮤지션들을 만나 여기까지 왔어요. 이렇게 말하면 그렇지만, 망한 걸 기점으로 인생이 순탄하게 풀린 것 같아요. 본인도 그렇게 생각하세요?
네.
-너무 순탄하게 흘러도 되나 걱정은 안 돼요?
계속 걱정돼요. 지금도요. 이런 기회들이 쉽게 오는 것들이 아니니까 계속 불안해하고, 걱정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다른 내일을 보면 지금 열심히 해야 하고, 노력해야 하는 게 맞아요.
-그래서 점점 춤 실력이 성장한 건가요? (웃음).
하하하.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다른 인터뷰를 보니까 다이나믹듀오의 영향을 많이 받고, 같은 회사에서 랩하고 싶어 오디션 많이 봤다고 했는데 그게….
맞아요. 아메바 컬처예요.
-그런데 연락 안 왔다면서요. (웃음).
제가 오디션을 보고 아메바 컬처에 들어온 게 아니라 슈프림 팀 곡 작업을 하면서 쌈디 형이 소개해 줘서 회사에 들어왔어요. 아마 제가 냈던 데모곡 확인도 안 하셨을 거예요.확인해 봤냐고물어보기는 했는데,기억 안 난대요. (웃음)
-본인이 보낸 건 안 듣고 버리더니 쌈디 씨 추천으로 본인 영입했을 때 조금 기분 나쁘지는 않았나요? (웃음)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하하하.
-우상이었던 다이나믹듀오와 같은 회사에서 일하고, 친하게 지내고, 함께 일을 해요.
기분이 색달라요. 되게 저한테 굉장히 영광스러운 일들이에요. 감사해요.
-우상과 같이 일하면 깨는 순간도 많을 텐데요.
개코 형 그냥 모자 안 쓰고 있으면…. 깬다고 말하기 보다는 '아, 평범한 사람이구나' 하죠. (웃음).
-크러쉬를 잘 모른 사람들은 '갑툭튀' 했다고 생각할 텐데 원래 알고 있던 분들은 고생 많이 했다며 일대기를 올리더라고요.
갑자기 나타났다는 반응들을 보면 조금은 속상함이 있긴 했어요. 나름대로 열심히 해왔고,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표면적인 것만 보고 판단해주시는 그런 부분들이… 그래도 아직 저는 더 노력하고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계속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채찍질하면 피곤하지 않아요?
그렇게 안 하면 발전이 없어요. 스스로 담금질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럼 본인은 노력형 뮤지션이라고 생각하겠네요.
그렇죠. 노력을 많이 했죠. 타고난 게 없거든요. 춤을 타고나서 잘 추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노래를 잘 하는 것도 아니고요.
-왜요, 목소리 유니크하다고 칭찬 많던데요.
아, 감사합니다. (웃음).
-가창력도 좋지만 음색이 유니크하면 메리트가 크지요. 본인은 자기 목소리가 유니크하다는 생각 안 했나요?
그래서 그걸 연구 많이 하고 노력도 많이 했어요. 그런 부분들에서 메리트를 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고음을 잘 하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래서 유니크한 부분에 집중을 많이 했어요. 계속 녹음해 보고, 제가 그 목소리가 마음에 들 때까지 했어요. 만들었어요.
-그게 만들어지나요?
글쎄요. 그런데 해 보니까…. (웃음).
-유명해질 때까지 성장 스토리가 궁금해요. 힙합을 어떻게 접하고, 어떤 레슨이나 커뮤니티를 통해 실력을 키워나가셨나요? (디시 이용자 '213')
어… 일단 처음 힙합을 접했던 건 다이나믹 듀오 형들 앨범 나오기 전인 중학교 1학년 때부터였어요. 맙 딥(Mobb Deep)이라는 래퍼들이랑 미국 힙합 뮤지션, 나스의 '일매틱'을 들으면서 '리듬감 있고, 경쾌함이 있는 음악이구나' 생각했죠. 그러면서 힙합을 접했어요. 그러다 바로 다이나믹 듀오 1집이 나오면서 '와, 한국에도 이런 힙합 뮤지션들이 있구나' 하면서 빠져들게 됐지요.
실력을 어떻게 키웠냐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저는 계속 흑인 음악을 들었어요. 듣고, 듣고, 또 듣고 그러다 따라 부르고 그랬어요. 랩 가사도 적어보고요. 그러다가 중학교 3학년 때 홍대 언더그라운드에서 공연도 해봤어요. 커뮤니티의 힘을 따로 빌리거나 하는 건 없었어요. 인터넷에 올리지도 않았고요. 그냥 스스로 담금질하면서 녹음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중3 때부터 클럽에서 공연했다고 하면 부모님들이 굉장히 싫어했을 텐데요.
제 친누나도 음악을 하기 때문에 아버지께서 반대를 많이 하셨어요. 그랬는데 어느 순간부터 서포트해주셨어요. 제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끝까지 하니까요.
-집안에 예술 하는 사람이 둘이면 정말 힘든데.
동생도 미술 해요. (웃음).
-그럼 본격적으로 음악을 하자 결심한 건 중3?
네. 그쯤이었던 것 같아요. 중3, 고1 이때요.
-친구들이 약간은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을 것 같아요.
이상한 눈 이런거보다는요, 그냥 제가 음악에 빠져들면서 친구들과 교류를 많이 안 했어요. (웃음). 혼자 방구석에서 열심히. 하하하.
-중학교 때 처음 만든 곡이 '자갈치'라고 하셨더라고요.
자갈치, 하하하. 그게요, 노래를 막 만들고 그런 게 아니라요, 비트를 막 찍었어요. 타닥타닥. 그거 만들 때 제가 '자갈치'라는 과자를 먹고 있었어요. 노래를 저장해야 하는데 '제목 없음' 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자갈치'라고 저장한 거죠.
-그거 공개할 생각 없느냐고 물으려 했는데 안 하시겠네요.
어디 있는지도 몰라요. 그래도 처음 만들었던 곡이라 기억해요.
-비비드에는 어떻게 들어가시게 됐나요?
일단 2012년 가을쯤에 '그랜드라인 파티'에 갔다가 홍대 길거리로 나왔는데 거기서 자이언티 씨를 발견했어요. 그때가 마스터피스 망하고 침체기였거든요. 암흑기였죠. 그래서 제가 너무 절실했던 나머지 자이언티 형한테 가서 '제 음악 좀 들어주세요' 그랬어요. 형이 메일로 보내달라고 저한테 이야기해줘서 바로 집에 간 뒤 데모를 보냈죠. 답장이 왔어요. 만나자고요. 만나서 이런 크루가 있는데, 자기가 속해 있는 크루가 있는데 거기 들어올 생각이 있느냐고 해서 알겠다고 해 그때부터 활동하게 된 거죠.
-크러쉬의 인생에자이언티, 쌈디, 스윙스 씨가 큰영향을 끼쳤더라고요. 스윙스 씨와는 가장 먼저 작업해 첫 싱글을 냈죠?
네. 처음에는 그레이 형과 작업을 되게 많이 했었어요. 지금도 많이 하지만요. 그레이 형이 스윙스 형과 굉장히 친해요. 그래서 저를 스윙스 형에게 소개해줬고, 저는 스윙스 형에게 제 노래를 들려드렸죠. 스윙스 형이 '같이 해보자' 해서 작업하게 됐어요. 또, 여러 언더 공연에 게스트로 섭외해 주셨지요. 쌈디 형은 그 이후에 여러 뮤지션들을 소개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해주셨어요.
-세 분 중 인생을 드라마틱하게 바꿔준 분을 꼽자면요?
자이언티 형이요.
-그런데 그 자이언티 씨와 지금 굉장히 많이 비교돼요. 서로 신경 쓰지는 않지만 묘한 느낌은 있을 것 같아요.
그렇죠. 어쨌든 저도 같이 계속 음악 하고, 같은 회사에서 소속돼 있는데 서로 그런 부분들을 의식 안 한다고 하면 사실 거짓말이에요. 그렇다고 견제한다? 이런 문제가 아니라 저도 자이언티 형에게 배울 게 있고, 제 음악에 그 형의 DNA가 있다고 생각해요.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아요.
-스윙스 씨와는 무슨 관계인가요? 연인 관계? (웃음) (디시이용자 'Unvoice')
아, 그런 관계는 아니고요. (웃음). 그런데 요즘 사실 자주 못 봤어요. 연락도 안 한 지 오래된 것 같아요. 제가 연락을 먼저 해야 하는데. 죄송해요.
-친분 하나도 없는데 이분과 작업해보고 싶은 뮤지션이 있다면요?
음… 누가 있을까요? (고민하더니) 친분이 아예 없는 사람이요? 제가 흑인음악을 좋아하고, 여러 장르의 음악을 다 좋아하지만 되게 감성적인 음악도 좋아해요. 노리플라이의 권순관 형이요. 같이 해보고 싶어요. 권순관 형의 음악 정말 좋아요. 자기 전에 들어요.
-아까 본인이 좋아하는 가수분들이 많다고 하셨는데 딱 한 분만 롤모델로 꼽아주신다면요?
아… 누구를 말씀드려야 하지? 누구든 팝을 지향하고, 트렌디한 음악을 지향하는 사람들의 표본은 마이클 잭슨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마이클 잭슨이요.
-그럼 본인이 생각하는 역대 최고의 음반도 마이클 잭슨 음반 중 하나? (웃음).
그렇죠. 아, 그런데 되게 여러 가지가 있어서 정말 고민돼요. 아….
-앨범 하나만 찍어주세요.
죄송해요. 제가 잠깐 찾아봐도 될까요? (열심히 휴대전화에 저장된 음악을 검색한다) 뭐가 좋을지 보고 있어요. (웃음).
-성격이 신중한가 봐요.
아뇨. 그것보다도…. (또 열심히 찾는다)
-음악밖에 모르는 바보? 이런 느낌이네요.
와, 진짜 이거 되게 고민된다. 저는 '데인저러스' 앨범으로 꼽을게요.
-그럼 찾는 김에 힙합 R&B가 익숙지 않은 분들께 이 장르를 정말 잘 알려주는 앨범을 하나 추천해 준다면요?
아아아~ 이것도 찾아볼게요. 죄송합니다. (또 휴대전화 속 앨범을 열심히 찾는다) 앨범으로 소개해 드려야 하는 거죠? 아, 너무 많아서… 진짜 많아요. 아아아~.
-하하하. 입문서를 골라주시면 돼요.
그럼 어셔의 2집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아니면 어셔의 앨범 중… (다시 찾는다) 진짜 다 명반인데요, 어셔 앨범 중 이런 앨범이 있어요. (어셔 3집 '8701' 앨범 재킷을 보여준다) 그냥 모든 앨범이 다 소장가치가 있어요. 그냥 어셔의 앨범이라고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어셔 앨범 다.
-술 마시면 볼에 뽀뽀한다는 소문이 있는데 사실인가요? (디시 이용자 'xXzl존동훈Xx')
그런데 그게 딱 한 번 그랬는데 제가 무슨 뽀뽀 중독자가 됐더라고요. 모든 사람이 다 그러더라고요. 아닌데, 진짜 아닌데.
-누구한테 했어요?
비비드 형들한테 다… 며칠 동안 한 게 아니고 그니까 하루에!
-앞으로 보여줄 작업물이 얼마나 있는지 예고해주신다면요? (디시 이용자 'Lazy Man')
완곡으로 만들어 놓은 작업물이 많지는 않지만, 아이디어를 스케치해놓은 트랙들은 상당히 있다고 생각해요. 적지 않은 정도?
-마지막 질문입니다. 본인이 걷고 싶은 음악의 길을 한 문장으로 정리해주세요.
걷고 싶은 길이요? 와, 광범위해요. 조금 안 어울릴 수도 있는데요, 계단이요. 계속 올라가야 하는 계단처럼 계단을 올라갈 때마다 힘이 들 수도 있어요. 예를 들어 63층 계단을 올라간다고 생각했을 때 한 40층 정도 되면 힘들잖아요. 그런데 등산도 마찬가지겠지만, 어디서 그런 글을 본 적이 있어요. 한 계단 오를 때마다 수명이 연장된다고요.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것처럼 장수하면서 계속 발전하고 싶어요. 저는 지금 50층 건물에서 9층? 10층에 온 것 같아요.
-바쁘신 데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동영상 인사말 남겨주세요.
직접 마주하고 앉아 이야기를 나눈 뮤지션 크러쉬는 아직 TV 음악방송에 자신의 얼굴이 나오고, 리스너들이자신의 앨범을 듣고,자신의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는 '현실'에 많이 얼떨떨하고, 신기해했다. 힙합 커뮤니티에서 활동도 안 하면서 음악을 해왔다는 그가 음반 피드백을 하겠다며 인터넷 이곳저곳을 다니며 제목을 클릭하고, 내용을 읽고,고개를 끄덕끄덕거린다니말 다했다.
거기에 음반을 추천해 달라고 하니 "어떡하지? 어떡하지?"를 연발하며 정말 몇 분을 휴대전화에 저장된 플레이리스트(도대체 이 많은 음악을 언제 다 들었나 싶을 정도로 참 많더라)를 빠른 손놀림으로 검색하는 모습을 보니뭔가 순수하게 음악을 사랑하는,때묻지 않은음악 마니아 청년을 만난 것 같아 유쾌한 기분이었다.
스스로 '쫄딱 망했다'라고 호탕하게 표현했던 실패와 슬럼프를 겪은 뒤 그는 "하고 싶은 걸 해야 한다"라는 단순하지만 정말 찾기 어려운 원칙을 발견했다. 그리고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그 음악으로 전쟁터에 나왔다. 발매 전 사람들이 좋아해 줄지, 자신의 음악을 받아들일지 거듭된 고민이 있었을 테지만, 타협 없이 자신의 뚝심 그대로 나온 결과는 사람들의 박수였다. 그렇게 대중들은 좋은 뮤지션을 찾아냈고, 크러쉬는 이제 그들이 선사해 준 날개를 달았다.
사진 = 박유진 기자(zinpark@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