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人터뷰] 곽민선 아나운서, 팬들과 같이 즐길 줄 아는 누나

  온라인 친화적인 게임 장르의 특성상 전 세계 게임 팬을 시청자로 확보하여 진행되는 e스포츠는 해를 더할수록 그 규모와 명성이 커지면서 많은 방송인의 참여가 이어지고 있다. 이중 몇몇은 매끄러운 진행과 게임에 대한 탄탄한 지식이 어우러져 게임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최근 많은 활약을 보이는 곽민선 아나운서도 이 중 한 명이다. 경제채널과 종합편성방송에서 활약하던 그는 2019년 스포티비게임즈에 입사해 e스포츠 팬들과 인사를 나누며 본격적으로 e스포츠 아나운서 활동을 시작했다. 피파 온라인 4, 사이퍼즈 등 게임 리그 여러 곳을 누비며 아나운서로서 해야 할 역할에 충실했다. 그의 인지도를 한 번에 올려준 `맨시티 유니폼 입은 사진`이 온라인에서 뜨거워도 그는 꾸준히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 선수들과 스스럼없이 지내고, 모르는 것이 있다면 부끄러워하지 않고 선수들에게 질문하며 지식을 쌓아왔다. 자신의 유튜브 계정에 게임 플레이 영상을 올리고, 다른 크리에이터와의 협업을 통해 활동 범위를 넓혔다. 

  당장 유튜브에 `곽민선`이라는 이름을 검색을 하면 그가 그동안 e스포츠 아나운서로 활동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왔는지 확인할 수 있다. 그런 노력이 발했는지, 그는 e스포츠 팬들에게 점점 인정받으며 자신의 능력을 더 넓게 활용하기 시작했다. 

 

<프로필> 

본 명 : 곽민선

- 경 력

2016년 : MTN 머니투데이방송 아나운서
2017년 : 티브로드 뉴스 앵커
2018년 : 채널A 아나운서, 삼성전자 사내 아나운서
2019년~2020년 : SPOTV GAMES 아나운서



- 안녕하세요. 디시인사이드입니다.

 안녕하세요. 항상 인터넷으로만 보다가 실제로 뵙고 사무실에 방문하니 진짜 신기하네요. (웃음)


- 저희 잘 아시겠네요.

  너무 잘 알죠. 눈팅도 많이 해요. 제 화제성이나 이슈를 만들어주시는 것도 디시를 이용하시는 많은 이용자분들인 것이 분명하고, 제가 실수를 했을 때 질책을 가장 빨리해주시는 분들도 디시 이용자분들인 것 같아서 자주 봐요.


-
 최근 대회 때문에 자주 보시겠어요.

  그렇죠. 저에 대한 피드백뿐만 아니라 게임에 대한 피드백이 제일 빠르게 되는 곳이 디시잖아요. 실시간 채팅도 있지만, 라이브 방송에서 못다 한 이야기들을 정리해주는 느낌으로 보고 있어요. 항상 봐요.


- 게임 팬분들은 지식이 정말 엄청나세요. 아나운서 할 때 이분들 눈높이 맞춰서 진행해야 하니 힘들 것 같아요.

 정말 중계진 분들도 그분들의 글을 참고하실 정도예요. 디시인사이드 갤러리 켜 놓으시고 중계 준비하세요. 그 정도로 게임 유저분들을 신뢰하고 있어요. 너무 많이 아셔서 두렵다기보다는 오히려 도움을 많이 받아요. 저 같은 경우는 제가 배틀 그라운드(이하 배그)에 처음 얼굴을 비치기도 했고, 애초에 저에 대한 기대감이 낮으셨을 거로 생각했어요. 그래서 저에 대한 질책에 상처받기보다는 제가 거기서 도움을 얻는 부분이 많아서 좋은 점이 더 많아요. 팬분들이 제게 기대가 생기기 전에 많이 공부해야 할 것 같아요.


- 이번에 PUBG Global Invitational.S 2021(이하 PGI.S) 아나운서를 하게 되셨는데, 안 힘드냐는 질문이 있었어요.

 이 대회가 국제대회라 외국 선수분들과 함께 하잖아요? 국내 선수분들이라면 신나게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외국인 선수분들의 경우 아무래도 통역을 끼고 인터뷰를 하다 보니 발생하는 어려움이 있더라고요. 저희가 인터뷰 들어가기 직전에 어떤 질문을 할 것인지 통역사님께 미리 이야기를 드려야 해요. 제가 A라는 질문을 해서 선수분들이 답변하고, 제가 그것에 대해 파고들어 꼬리 질문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요. 힘든 것보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죠.


- 한국 선수들 인터뷰할 때는 그런 점에서는 만족이 되겠어요.

 네.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할 수 있기도 하고요. (웃음) 물론 중립을 지켜야 하지만요. 질문이 훨씬 자유롭죠. 통역 없이 하다 보니까 외국인 선수에게 3개의 질문을 한다면 국내 선수들에게는 두 배 정도로 할 수 있고요. 그리고 저 해명하고 싶은 게 있어요. 대회에서 사용되는 언어가 많아요. 태국어, 중국어, 일본어, 영어 등 많은 언어를 쓰다 보니까 많은 통역사분들이 계세요. 외국 선수분들 인터뷰는 무조건 통역사분들을 거치게 되어 있는데 영어권 선수 인터뷰 때는 제가 영어를 못해서 통역사분을 거친다고 생각하시더라고요. 하하하. 제가 통역사분을 필요로 하는 영어 수준은 맞지만, 이 점을 꼭 해명하고 싶었어요.


- 공식 공간에서는 통역사를 거치는 게 맞는데 시청자분들은 거기까지 생각을 못 하시니까요.

 그런데 재밌었어요. 실제로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의 박지선 님은 영어로 통역을 잘하시면서 진행하시잖아요. 아무래도 게임 사용자분들의 기대치는 거기에 있다 보니 영어 잘하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했어요.


- 제가 항상 느끼는 건데 e스포츠 아나운서는 정말 힘든 것 같아요. 팬들 수준이 너무 높아요.  

 맞아요. 제가 아나운서로 방송한 지 올해 6년 차인데 e스포츠 아나운서로 활동하면서부터 저는 다시 1년 차가 된 것 같았어요. 내가 그동안 한 방송은 방송이 아니었구나 싶더라고요. e스포츠는 너무 어렵고, 생각할 것도 많고, 대본이 있는 방송이 아니라 행사의 의미가 크잖아요. 관중이 있다면 그분들과 함께 방송하고, 프로게이머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고, 게임에 대한 지식도 깊게 알아야 하고요. 게다가 변수도 많아서 챙길 것도 많아요. 제가 다른 채널에 있을 때의 시청자분들보다 e스포츠 시청자분들이 분야에 대한 지식이 높아서 제가 공부할 게 많아요. 


- 이번 대회 호스트로 섭외 받으신 건가요? (디시 이용자 'ㅇㅇ')

 네. 연락받았어요. 기분 정말 좋았어요. 제가 피파 온라인 4(이하 피파)로 먼저 얼굴을 알리면서 피파 관련된 게임 행사만 계속했었어요. 그런데 프리 선언하고 공식적으로 다른 게임 리그에서 섭외가 들어온 게 이게 처음이었어요. 예전에 스포티비게임즈에 있을 때 사이퍼즈라는 리그도 하긴 했는데 프리 선언을 하고 나서는 이게 처음 섭외를 받은 거라서 정말 기분이 좋았죠


- 게다가 보통 게임이 아니죠.

 배그잖아요. 그것도 국제대회. 정말 큰 대회이기 때문에 사람이 정말 많이 필요해요. 그래서 제가 들어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 기회를 잘 잡은 것 같다고 생각해 최대한 많이 보여드리려고 하고 있어요.


- PD나 제작진분들로부터 주문받은 게 있다면요?

 사실 제가 보여드릴 수 있는 게 굉장히 한정적이에요. 인터뷰 내용도 길고 깊게 갈 수 없고, 짧게 얼굴을 비치는 셈이라 PD님께서 제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생각보다 의상과 헤어, 메이크업에 신경을 많이 써주세요.


- 원래 배그는 하셨어요? (디시 이용자 'ㅇㅇ')

 다섯 판 해봤어요. 하하하.


- 진행 결정 되고 나서 한 몇 판 하셨나요?

  사실 한두 판 해봤어요. 그런데 게임을 하면 할수록 더 모르겠더라고요. 낙하산에서 내리자마자 죽은 적도 많아요. 오래 못 살다 보니까 오히려 게임을 공부할 수 없더라고요.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보다 남들이 하는 걸 보는 게 도움이 된 것 같아요.


- 어느 분 영상을 많이 보셨나요?

 트위치에 있는 배그 프로게이머 분들 영상은 다 봤던 것 같아요. 사실 피파도 그렇지만 배그도 저는 하는 것보다 보는 게 더 좋더라고요. 제가 하면 좀 무섭고. (웃음)
 


- 플레이 매력적으로 한다 싶었던 팀이 계시다면요?

 음…(한참 고민하더니) 저는 아프리카 프릭스와 포에이엠(Four Angry Men)이라는 중국팀이 있어요. 그 두 팀 플레이가 재밌더라고요.


- 대회 인터뷰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인터뷰 맡으면서 재밌었던 순간이 있었다면요? (디시 이용자 'ㅇㅇ')

 사실은 그 기간이 엄청 정신없이 지나갔어요. 그래서 에피소드는 딱히 없었던 것 같은데, 8주 중 이제 2주가 지났어요. 제 목표가 그거예요. 에피소드를 만들자. (웃음)


- 그게 만들어진다고 만들어지는 게 아닐텐데요. 하하하.

 맞아요. 그래서 저도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사실 인터뷰가 굉장히 뻔해요. 인게임적인 내용도 있고, 소감 묻고 각오 묻고 이렇게밖에 진행할 수 없어요. 유저들이 봤을 때 인상적이고 기억에 남는 인터뷰를 한 번은 꼭 해보고 싶어요. 사실 아무 질문이나 할 수는 없지만요.


- 대회 사이즈에 맞게 스트레스, 압박감이 점점 커지는 것 같아요.

 2주 차까지는 적응을 하는 거고, 이제부터 에피소드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커지고 있어요.


- 중계에 하루 얼마 정도를 투자하시나요? (디시 이용자 'ㅇㅇ')

 경기가 있는 날 경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데 반나절 걸려요. 인터뷰 준비 하면서 봐요. 그리고 다음 날 제가 빠뜨린 부분이나 하이라이트, 명장면을 다시 한 번 보죠. 저는 독특하게 선수들 SNS 계정을 다 살펴봐요.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유튜브 운영하시는 분들 혹은 아프리카 방송하시는 분들 것을 찾아보죠. 이 분이 플레이하고 나서 어떤 아쉬움을 이야기했는지 이런 걸 파악해요. 외국 선수들 중 저와 맞팔 되어 있는 선수들이 은근히 있어요. 파이널로 직행했다고 환호하는 것을 그때그때 올려주세요. 그걸 보면서 선수들의 실제 성격과 성향을 파악하려고 해요. 그거로 저와 개인적인 친분이 생기거나 소통을 하는 건 아니에요. 그런데 그분도 제가 인터뷰어인걸 알잖아요? 제가 한 번은 미국인 선수분에게 `네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사진을 봤어.` 이렇게 아는 척을 했어요. 서로 인스타 맞팔이고, 어제 치킨 먹은 거 다 봤어요. 이렇게 말했는데 그분이 그전에는 경직된 인터뷰를 했거든요. 그런데 제가 아는 척을 해주고 나니까 마음이 풀려서 엄청 웃어주고 말도 길게 해주고 그랬어요.
 


- 그럴 때 인터뷰이로서 기분 정말 좋을 것 같아요.

 맞아요. 되게 사소한 거지만요. (웃음)


- 정확한 정보를 물어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수의 마음을 얻는 것도 인터뷰어에게 중요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프로게이머 중 어린 선수들이 많은 편이라서 다가가는 게 어려울 것 같아요.

 맞아요. 선수들의 연령층도 그렇고, 유저분들의 연령층도 어린 편이세요. 리그를 보는 시청자들의 연령층도 그 정도로 어리다고 생각해요. 그분들의 마음을 사는 게 저의 임무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제가 올해 서른이 되긴 하는데 저는 열 번 째 스무 살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스무 살의 마음으로 계속 시청자들을 대하고 프로게이머를 대하려고 해요. 20대에는 꿈과 희망이 가득하잖아요. 열정도 넘치고. 30대에도 제가 꿈과 희망이 많고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면 20대분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제가 열심히 하는 모습을 프로게이머 분들도 알아봐 주시고 다가와 주시더라고요. 제가 그걸 피파에서 배웠어요.  
 


 저는 제가 아직 게임을 잘 모르고, 인터뷰를 잘하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제가 피파에서 딱 하나 자부할 수 있는 게 있어요. 현재 인터뷰를 할 수 있는 사람 중 피파 프로게이머들과는 누구보다 친하고 잘 안다고 생각해요. 다른 선배들과 비교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확신해요. 대기실에서 열심히 방송 보고 궁금한 거 적어놓고 선수들 오면 물어보는 제 모습을 보고 `이 누나는 우리에게 인터뷰해서 나를 당황하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나보다 한참 몰라서 내가 가르쳐야 할 존재인데 되게 열심히 한다.` 이런 이미지를 주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까 선수분들이 정말 도와주려고 하는 거예요. 특히 어린 선수분들의 경우 더 신나서 `누나 이건 이렇게 하는 거고, 이렇게 해서 이런 플레이가 나오는 거야` 대기실에서 중계해주시듯 제게 이야기를 해주시더라고요.


- 말씀은 그렇게 하시지만, 피파 보시는 분들은 제일 고마운 아나운서라고 하시더라고요. 역대 피파 아나운서분들 중 가장 칭찬을 많이 받았다고 하셨어요.

 진짜요? (웃음) 사실 피파는 계속 함께하고 싶은 게임이에요. 기회가 생긴다면 더 나은 모습 더 재밌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피파 프로게이머뿐만이 아니라 피파를 사랑하는 유저들이 `내가 예전에 피파 했을 때 이런 아나운서가 있었는데` 이렇게 저를 기억해주시는 게 제 꿈이에요. 그분들의 추억으로 남고 싶어요. 오랫동안 피파 유저들에게 인상에 남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 게임 팬들이 아나운서분들에게 예민한 이유를 제가 이해하는 게, 선입견일 수도 있지만, e스포츠를 발판으로 이용하는 경우가 있었어요.

 악플이어서 아픈 적도 있고, 오해여서 아쉬운 점도 있는데 사실 그것 또한 실제 그분들이 느끼고 반응한 거잖아요. 사용자분들이 느끼시는 부분이 있었다면, 그것에 대해서 변명할 것은 없을 것 같아요. 진행을 못 했으니 화낼 수도 있고, 오해할 수도 있어요. 저는 그런 것들을 불식시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만, 제가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저는 e스포츠에 오기 위해 많은 길을 돌아왔다고 생각해요. 저는 첫 방송을 경제채널 앵커로 시작했고, 그다음엔 뉴스 진행자를 하게 되었어요. 아나운서를 준비하는 많은 친구가 뉴스데스크에 앉고 싶어하는데, 저는 지상파도 최대한 시험 보고 다 떨어져 봤고, 뉴스데스크에도 그래도 이십 대 중반이라는 어린 나이에 앉아봤어요. 그랬더니 오히려 미련이 없는 거예요. `이 직업이 내가 생각했던 것만큼 거창한 게 아니구나, 내가 하고 싶은 방송 하고 행복할 때, 나에게 만족감을 주면 그게 최고의 직업이구나!` 생각했어요.
 


 경제채널에서 일할 때 경제방송을 했지만, 집에 올 때는 항상 게임방송을 봤어요. 그때는 게임 쪽으로 넘어올 생각을 못 했어요. 저도 선입견을 품고 있었어요. 아나운서는 뉴스를 해야 한다, 정통 언론인 이런 이미지가 강하잖아요. 저도 그런 게 있었는데, 제가 하고 싶은, 해야 할 것 같은 방송을 다 하고 나니까 미련이 사라지더라고요. 그래서 과감하게 다 그만두고 e스포츠로 넘어오게 되었어요. 저는 이제 오갈 데가 없어요. 하하하.


- 예전에 김민아 씨 인터뷰를 했는데, 큰 세상이 있다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꿈을 공중파에 한정 짓지 말라는 뜻으로 말씀하신 기억이 나요.

 맞아요. TV 아나운서가 사람들이 생각하는 아나운서 이미지인데, 저는 지금 그런 개념이 사라졌어요. 선배님들 프리 선언 많이 하셨잖아요. 많은 아나운서분들이 뉴미디어로 나오게 될 것 같아요. 뉴미디어에서의 아나운서는 그 롤이 세분화되고 다양화되었다고 생각해요. 고정된 역할이 있고, 주어진 대본을 읽는 진행자가 아니라 사람들과 더 많이 소통하고 개인적인 매력을 보여주면서 콘텐츠를 풍성하게 하는 롤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뉴미디어의 기저에는 e스포츠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도 몰랐어요. 그런데 e스포츠 활동하면서 느꼈어요. 와 뉴미디어 시장이 정말 크구나, 많은 시청자분들이 존재하고, 그분들이 이슈까지 만드는구나.


- 재밌는 건, 우리가 생각하는 아나운서 시장은 작아진 것 같은데, 되게 커졌대요. 정말 일할 곳이 많대요. 대신 프리랜서이기에 불안하다 이런 이야기는 제가 들어봤어요.

 제가 그래서 유튜브를 해요. 하하하. 사실 불안해서 한다기보다는 제가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어서 저를 보여줄 만한 포트폴리오가 되게 애매한 거예요. 여기서도 했고, 저기서도 했는데 나를 어떤 아나운서, 어떤 사람이라고 말을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이 생기더라고요. 제가 지상파에서 활동하다 프리랜서를 했다면 `아, 쟤 공중파 있던 애` 이렇게 말할 수 있는데 저는 사람들이 누구나 알만한 히스토리는 없어요. 피파 아나운서라는 건 피파 사용자분들만 아시잖아요. 그러다 보니 제 히스토리를 쌓고 싶다는 생각도 헸었어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다 보면서 그걸 좀 해소한 것 같아요.


- 방송용 말고 피파 실제로 자주 해요?

 네. 자주 해요. 저는 한 번 할 때 몰아서 하는 스타일인데 그저께 같은 경우는 새벽 세시까지 피파 했어요. 다음날 방송 있는데. 하하하. 하다 보면 이길 때까지 하게 돼요. 그리고 피파가 일대일 개인전만 하는 게 아니라 풋살모드, 다인모드도 있다 보니까 모드 별로 하다 보면 시간이 빨리 가요.


- 피파 상대할 때 짜증 나는 팀컬러와 가장 편한 팀컬러를 알려주세요. 대장은 제외하고요. (디시 이용자 'ㅇㅇ')

 저는 맨체스터 시티나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 팀으로 만났을 때 별로 안 좋아요. 잘하시는 분들이 많기도 하고, 팀이 워낙 좋기도 하고요. 만났을 때 편한 팀이라… 편한 팀이라기보다는 전 K리그 팀을 만나면 기분이 좋아요. 정말 K리그를 사랑하시는 유저 분이 상대 팀으로 온 거잖아요. 나는 완전 적폐팀인데 상대는 K리그 팀이네? (웃음) 그리고 제가 피파 아나운서로 활동하면서 유저분들에 대한 애정이 정말 커졌어요. 정말 예뻐요. K리그와 연관되어서 K리그 스쿼드를 짜기 시작한 것도 최근 들어 많아졌어요. eK리그라고, 실제 연맹과 같이 진행하는 리그도 생겼고, 실제 프로축구 선수들이 최근에도 랜선 토너먼트 대회를 헸어요. K리그를 알리기 위한 노력으로 피파와 계속 콜라보를 했는데 그 성과로 많은 축구 팬들이 피파로 유입된 것도 있고, K리그 스쿼드를 써주시는 피파 유저 분들도 제가 게임 안에서 봤어요. 그때 정말 뿌듯했어요.


- 나도 기여했다?

 그렇죠. 하하하. eK리그 진행할 때 제가 정말 행복했던 게, 제가 좋아하는 것 중 축구와 피파가 있었거든요. 그 두 개를 같이 할 수 있었던 일이었어요.


- 덕업일치 하셨군요.

 네. 맞아요. 하하하. 그때 정말 행복했어요.


- 부담스럽진 않아요? 좋아하는 걸 하면 객관적인 시선을 잃을 수가 있으니까요.

 제가 아차 싶었던 순간이 있었어요. 저라는 사람은 뚜렷하고 성대한 목표를 가지고 `이걸 이뤄내고 성공할 거야` 이런 사람이 아니라 제가 덜 벌고 덜 풍족하더라도 그때그때 하고 싶은 거 하는 삶을 즐기고 싶었어요. 그런데 일이잖아요.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할 수 없더라고요.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했을 때 이게 비판도 따가워요. 제가 많이 들었던 비판 중에 축구 공부 하라는 말이 있었어요. 저는 공식적으로 스포츠 아나운서로 뽑히거나 축구 아나운서로 일을 시작한 건 아닌데 e스포츠 아나운서를 시작하고, 유튜브를 하면서 제가 축구팬임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면서 저를 축구 아나운서로 보시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래서 `축구 공부 더 해라.` 이런 피드백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나에게 축구는 취미고 몰라도 좋아할 수 있는 건데 왜 아프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계실까?` 이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니까 이분들의 말씀이 너무 당연한 거예요. 제가 피파 콘텐츠를 하고, 축구 좋아하는 거 밝히고 나서 스포츠 쪽에서 일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작은 의미로의 축구 아나운서로 활동하게 된 거예요. `이분들의 피드백을 조금 더 빨리 흡수하고 받아들여 축구 공부 더 열심히 했다면 좋았을 텐데` 했어요. 죄송하고 개인적으로 아쉬운 마음이 많았어요.
 


- 예를 들면 배성재 아나운서의 같은 경우 야구 팬인데 특정 구단을 좋아한다고 밝히지 않았어요. 하지만, 아나운서님은 수원삼성 팬임을 밝혔고, 그렇게 되면 팬들 사이에서 선입견이 생기게 되는 거죠. 쟤는 수원 삼성 경기에서는 객관성을 잃을 거야, 우리 팀 선수와는 인터뷰 안 했음 좋겠어 이런 여지가 생기는 거죠.

 맞아요. 저도 그런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제가 특정 구단 팬이라고 밝힌 것에 대해서 리스크보다는 장점이 더 많다고 생각했어요. 리스크는 사실 개인적인 거거든요. 제가 예를 들어 어떤 일을 못 할 수도 있겠죠. 어떤 섭외가 안 올 수도 있겠죠. 그런데 장점이 뭐냐고 생각했냐면, 제가 K리그를 진심으로 좋아해요. 제가 특정 구단 팬이고 축구를 좋아한다고 밝힘으로써 K리그 자체에 관한 관심을 사람들과 즐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한테 그런 팬분들이 정말 많았어요. `저 K리그 안 보는데 누나가 하도 수원 좋다고 해서 봤더니 재밌더라, 나도 수원 응원할게요` 하고 수원 팬분들이 많이 생긴 경우가 첫 번째고, 두 번째는 `누나 때문에 K리그 봤는데 저는 다른 구단 응원하고 싶으니 다른 팀 추천해달라` 이런 분들도 많았어요. 그래서 저는 추천도 많이 해드렸어요. 제가 수원 팬이라고 해서 수원팬들하고만 소통하는 게 아니에요. 상대 팀이 반드시 존재하기에 그분들 다 경기장에서 만나요. 특정 팀 응원한다고 해서 다른 팀 응원하는 팬과 싸우고 헤어지는 게 아니라 함께 K리그를 사랑하는 사람이잖아요. 경기장에서 어떻게든 만나게 되니까 다 같이 좋아하자는 게 제 마인드예요. 아직은 제가 수원 삼성 팬임을 밝히고 나서 사람들이 좋아해 주시는 것들을 더 많이 봤어요. 그래도 솔직히 걱정되기는 해요.


- 'FC 서울 일은 안 들어오겠구나' 생각 안 해봤나요?

 솔직히 많이 걱정되긴 해요. (웃음) 그래도 최대한 중립을 지킬 수 있어요. 그런데 그것도 저는 또 하나의 재미라고 생각해요. 저 말고도 많은 진행자분들이 특정 구단 팬임을 밝힌 경우가 있어요. 장지현 선배님의 경우 첼시 팬이라고 밝히셨는데 첼시와 손흥민의 토트넘이 경기해요. 우리나라 많은 분이 토트넘을 응원하잖아요. 지현 선배님은 그때 첼시를 응원하시는 게 아니라 중립적으로 중계하시고, 오히려 첼시를 보고 왜 그럴까요, 저렇게 하면 안 된다는 비판을 하시는 모습이 저는 더 좋아 보였어요. 그게 재미포인트인 것 같아요. 제가 얼마나 객관성을 잃지 않고 방송하느냐 이거요.


- 본인 피파 실력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시나요? (디시 이용자 'ㅇㅇ')

 네. 하하하.


- 진짜요?

 네.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게 있는 게 저는 wCG 이벤트로 실제 프로 축구 선수들과 리그를 한 적이 있었어요. KBS 위 켄 게임에 방영된 이벤트 매치이기도 한데 제가 포항 스틸러스 강상우 선수와 함께 공동 득점왕을 했습니다


- 그럼 이제 월클 가능한가요?

 저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웃음)


- 왜 곽민선 더비에 관심이 없으신가요?

 아! 사실 관심 엄청 많아요. 곽민선 더비가 있었을 때 제가 PD님과 전화를 관심 없다는 듯이 받았는데 그건 방송 재미를 위한 콘셉트였죠. 사실 관심 많습니다. 피파 프로게이머 분들 대부분, 지금 활동하고 계시는 주역 분들 예를 들면 샌드박스 게이밍의 원창연, 변우진 선수, 아프리카프릭스의 박준효 선수 그리고 신보석 선수, 정말 많은 선수가 1992년생이기도 한데, 사실 정말 친해요. 제가 의지를 많이 하기도 하고요. 선수들이 저에게 도움을 요청할 때도 있어요. 같이 콘텐츠 하자고 할 때도 있고요. 정말 좋은 친구들이죠. 곽민선 더비도 저도 재밌게… 그런데 정말 재밌던 게 둘다 저와 친한 친구인데 더비가 되고 사람들이 기대하니까 실제로 어색해졌어요. 하하하.
 


- 솔직히 두 분이 경기 붙으면 어느분을 조금 더 응원하는 것 같아요? (디시 이용자 '듀하')

 어… (고민을 하더니) 저는 정재영 선수요. 이유가 있어요. 정재영 선수가 (박)준효보다 조금 더 소심해요. (웃음)


- '소심' 강조하겠습니다. 하하하.

 그래서 졌을 때 타격감이 클 것 같아요. 준효는 오히려 본인이 강하고, '나는 져줄 수도 있어' 이런 강단이 있는 친구거든요. 정재영 선수는 '아, 왜 그랬지?' 고민을 많이 하는 타입이라서요.


- 그런데 정재영 선수가 프로게이머 가능성 있다고 하셨는데, 욕심은 생기나요.

 저도 기회가 생기면 대회에 나가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아마추어 대회요. 실제로 나가보려고 했어요. 수원삼성 스쿼드로 선수 내고 싶었어요. 그런데 아무도 저와 팀을 안 해주더라고요. 그게 3인 구성이잖아요. 안 나가고 싶어서 안 나간 게 아니라 팀원이 안 구해져요. 저와 하기 싫은가 봐요. 하하하. 상금 욕심 없이 순수하게 하려고요.


- 아나운서 커리어에서 대표적인 종목이 배그와 피파예요. 직접 경험하면서 느낀 각 게임의 장점을 하나씩 알려주신다면요?

 두 게임의 매력이 너무 달라요. 두 게임 모두 꼭 해보시고,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우선 피파는 말 그대로 `즐겜`이에요. 내가 좋아하는 팀으로 나만의 스쿼드를 맞추고, 선수들을 계속 키워나가고 게임에 이겨서 bp를 얻어 선수들 카드를 강화하다 보면 애정이 생겨요. 난 이런 포메이션을 해야지, 톱엔 누구를 세워야지 이렇게요. 그리고 이번에 라커룸 기능이 추가되면서 선수들에게 아이템을 장착시키고 색감 있게 유니폼을 바꿀 수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내 팀이라는 애정이 강해져서 즐겜하고 힐링해요. 피파 하고 나면 그래서 저도 기분이 좋아져요.

 배그는 반대로 처음엔 되게 무서웠어요. 저는 잘하지 못해서 보기만 하는데 잘하는 분들에게는 스트레스 해소가 확실히 될 것 같아요. 배그는 피파와는 반대로 끊임없이 내 한계를 넘어가는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몇 명이 남았는지 보이잖아요. 내가 몇 명을 킬했는지도 보이고. 카운팅을 계속 보면서 숨 막히는 싸움을 하고, 숨죽여야 하고. 나의 한계를 넘어서는 데서 희열을 느끼는 것 같아요. 나 이번에 몇 등했어, 이번에 치킨 먹었어 이게 그때그때 승부욕을 해소할 수 있고 성취감도 빠르게 얻을 수 있는 게임이에요. 둘 다 다른 의미로 스트레스 해소가 될 것 같아요.


- 스포티비게임즈를 나오고 나서 오히려 더 e스포츠쪽으로 강화된 아나운서가 되었어요. 퇴사가 신의 한수였던 것 같아요.

 맞아요. 저도 신의 한 수였다고 생각해요. 스포티비게임즈에게 정말 고마운 것도 많아요. e스포츠 아나운서로 여기가 정말 경쟁률 높아요. 많은 아나운서 지망생 후배님들이 물어봐요. 어떻게 하면 내가 e스포츠 아나운서가 될 수 있나요? 어떻게 하면 게임판에서 제가 일을 할 수 있나요? 이렇게요. 기회가 없다고 보면 없다고 할 수 있지만, 사실 기회를 만들려면 만들 수 있어요. 인스타그램에 게임을 하는 티를 내도 되고, 유튜브에 게임 콘텐츠를 운영해도 되는 부분도 있죠. 하지만 리그 아나운서 진입장벽은 정말 높다고 생각해요. 그걸 가능하게 발판을 마련해준 게 스포티비게임즈였죠. 그리고 피파 온라인 4라는 귀중한 게임을 만나게 해주셨고요.
 


 제가 원래 감스트님 영상을 보면서 피파 방송을 즐겨봤는데 스포티비게임즈에서 그 리그를 담당하고 있었어요. 카트라이더 할래, 피파 할래, 던전앤파이터 할래, 사이퍼즈도 있어 이렇게 게임을 말씀하실 때 저는 `무조건 피파 하고 싶어요.` 했어요. 이 리그는 제가 계속 봤으니까요. 그렇게 인연이 되어서 지금까지 왔는데 정말 감사하게도 제가 퇴사하고 나서도 리그에 들어갈 수 있고 유저 분들과 소통할 기회가 있는 게 정말 좋은 것 같아요.


- 아버님이 게임 좋아하신다고 들었어요. 아버님이 정말 좋아하시겠어요.

 제가 아나운서가 되고, 뉴스를 했을 때보다 게임 쿠폰을 제가 드릴 때 행복해하시더라고요. 하하하. 진짜예요. 그때 딸이 e스포츠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에 행복해하시고 자랑스러워하세요.


- 효녀시네요. (웃음)

 저희 아빠가 게임을 정말 많이 하세요. 지금은 세븐나이츠를 하시는데, 제가 넷마블과도 일을 헸었어요. 블레이드 엔 소울 레볼루션 채널에서 콘텐츠를 했거든요. 그때 인연으로 넷마블과도 일을 했는데, 어떻게 세븐나이츠 쿠폰을 얻어 아빠께 드렸던 적이 있어요. 무척 좋아하시더라고요. (웃음) 많이 드리고 이런 게 아니라 간혹가다 한두 장 드리는 건데도 '우와' 하시더라고요.


- 피파, 블레이드 앤 소울, 사이퍼즈, 마구마구 등등 다양하게 방송을 하셨는데 피파를 제외하고 애착 가는 게임이 있다면요.

 사실 제가 가장 자주 하는 게임은 롤이에요. (웃음) 애착이 많이 간 건 사이퍼즈 리그요. 지금은 코로나19  때문에 오프라인 대회가 없어서 사실상 제 롤은 없어요. 최근에 온라인 리그로 진행했을 때도 저는 투입되지 않았어요. 그런 걸 떠나서 개인적으로는 사이퍼즈 리그를 엄청 많이 좋아하고 애정하고 있어요. 사이퍼즈라는 게임의 아기자기하고 귀엽고 재밌는 부분도 있겠지만, 리그 현장에서의 유저분들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저 되게 감동하였어요. 사이퍼즈 리그에는 사이퍼즈 캐릭터로 코스프레하고 많이 오세요. 그리고 카메라를 두려워하지 않으세요. 카메라가 비치면 캐릭터의 모션을 해주세요. 저는 그걸 실제로 처음 봤어요. 코스프레하고, 행동하시는 걸 처음 봤는데 감동을 받았어요. 내가 좋아하는 게임을 위해서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 코스프레를 하고, 리그에 와서 실제로 즐기는 모습이 매우 예뻐 보였어요. 나도 뭔가를 좋아하면 저렇게 미쳐서 좋아해야겠다는 열정을 배웠어요. 오프라인 대회가 언젠가 열린다면 제가 아나운서로 못 간다고 해도 그 리그 현장에 팬으로라도 무조건 가고 싶은 마음이 커요.
 


- 얼마 전에 구독자 10만 명 넘으셨는데 버튼 받았어요?

 아뇨. 아직 못 받았어요.


- 10만 이벤트 안 하세요?

 실버버튼이 오면 하고 싶은데, 사실 이벤트라기보다는 마음 먹은 게 있어요. 저 기부 하고 싶어요. 


- 멋지다. 생각한 게 있으세요?

 제가 10만이 된 기념으로… 조용히 하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다음 주 중에 한 곳에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 실력 있는 아나운서인데 외모로 이슈가 되는 경우가 많아 이 사람이 정말 실력 있는지 모른다며 아쉬워 하는 분이 많아요.

 너무 과분하신 말씀이세요. 일단 그렇게 말해주시는 분들이 혹시라도 계신다면 정말 감사해요. 그리고 사실 외모는 첫인상이잖아요. 그런데 계속 보다 보면 외모는 안 보이고 실력이 드러나게 돼요. 실력이 드러나지 않는다 이런 말씀은 첫인상을 과하게 평가해주시는 말씀이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부담되는 건 사실이에요. 외모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사실 어그로성 이슈도 있었어요. 제가 축구팀 유니폼을 입은 짤도 커뮤니티, 특히 디시에서 많이 좋아해 주셨고, 감스트님과 방송하면서 인방갤에서도 저를 많이 봐주시기도 했어요. 저는 어쨌든 그런 첫인상으로 이목을 많이 끈 만큼 앞으로 못하면 큰일 나겠다는 생각을 더 많이 했어요.
 


- 이슈 만큼 실력이 안 되면?

 네. 사람들에게 이슈가 됐다는 건 어떻게 보면 장점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지켜보는 눈이 많다는 거잖아요. 그래서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해요.


- 지켜보는 눈이 많이 늘어난 게 실감이 되나요?

 딱히… 하하하. 피부로 와 닿지는 않지만 언제 실감이 되냐면 제가 리그를 진행할 때나 방송 나왔을 때, 저를 모르시는 분들이 `저 누나 누구야?` 물어보잖아요? 그때 `피파 그 누나잖아`라고 말해줄 때 느껴요.


- 맞아요. 질문 공지에도 댓글에 '이분 누구야?'가 있었고, 대댓글로 '피파하는 누나잖아' 그랬어요.

 그렇게 말씀해주시는 분들도 피파 유저로 리그를 즐기시는 분들이시잖아요. 저도 그거 보고 대댓글 달아주고 싶은데 속으로만 '감사합니다.' 말하죠. (웃음) 그리고 저는 좋은 댓글들 항상 캡처해놔요.


- 전세계 시청자들에게서 반응이 좋은 거 알고 계세요?

 아뇨. 몰라요. 진짜 좋아요?


- 네. 그래서 더 안타까운 걸 거예요. 이 사람 잘하는데 사람들은 사진으로만 평가하니까 오히려 게임 팬들이 '이 누나 잘해' 이렇게 이야기해주시는 거죠.

 사실 저는 제가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실력으로요. 아직도 너무 많이 어려워요. 인터뷰하기도 어렵고, 게임도 아직 너무 어렵고, 제가 아무리 공부해도 중계진 선배님들과 프로게이머들 못 따라가요. 그리고 몇 년 동안 하고 계신 게임유저분들이 있는데 지금 시작해도 그분들 못 따라가잖아요. 다만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건 게임을 최대한 같이 즐기고, 재밌는 에피소드를 만드는 거밖에 없을 것 같아요. 저한테 잘하는 아나운서는 다른 게 아니라 진심으로 같이 즐길 수 있는 아나운서라고 생각해요.


- 아나운서라는 꿈은 어떻게 가지게 되었나요?

 철학적으로 들어갈 것 같긴 한데. (웃음) 아나운서라는 직업이 꿈이었다기보다는 제 꿈이 있는데 이걸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 이 직업을 빌린 것 같아요. 저는 제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거기에는 여러 전제조건이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선한 영향력을 주려면 일단 제가 선하고 좋은 사람이어야 해요. 그리고 영향력을 주려면 제가 그만큼 인지도가 생기고, 전문성을 인정받든 어떤 궤도에 올라가야 해요. 어떻게 보면 이게 명예욕, 권력욕일 수도 있는데 선한 영향력을 주면서 느끼는 만족감이 어렸을 때부터 컸어요. 제가 어렸을 때 TV를 많이 봤는데, 그때 봤던 TV 아나운서의 모습이 많은 사람을 설득하고 소통하는 모습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그 직업을 선택해서 일하고 있긴 한데, 그 직업의 의미가 많이 달라졌기 때문에 지금은 아나운서는 어떤 직업이다, 이렇게 규정 안 하고 제 마음대로, 저라는 존재로 일하고 있는 것 같아요.


- 대중이 기대하는 아나운서의 모습, 뉴미디어에서 기대하는 아나운서의 모습, 이게 분명 달라요. 그러나 그 선을 지켜야 하는 건 당연한 거고, 그 선을 지키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게 저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해요.

 많이 어려울 것 같아요. 그걸 적절하게 가져가면서 여론을 보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아나운서가 할 수 있는 표현의 범위가 작았다면, 지금은 사람들의 시선이 변하고 원하는 수요가 생김에 따라 그 범위가 넓어지고 있어요. 그것에 맞춰서 적절하게 해야 하는 것 같아요. `이 정도는 구독자들이 봐도 불편하지 않겠다, 즐겨주시고 이해해주실 것 같아.` 싶은 건 그 정도로 진행하죠. 어렵긴 해요. 사실 유튜브에서 대중의 관심을 얻으려면 어느 정도의 선을 넘어야 하는 것도 있고, 아나운서의 롤을 망각해야 하는 것도 있거든요.
 


- 인터뷰 준비를 하면서 느낀 게, 유튜브 콘텐츠에서 참 조심하시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좀 더 리미트를 해제해도 될 것 같은데, 이분 마음이 여리신 분인가 생각했어요.

 맞아요. 저도 마음이 여린 것도 있고, 눈치를 보는 것도 있어요. 저는 제가 아직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예를 들어 최근 수원삼성 콘텐츠를 했는데 수원삼성 미디어데이 진행을 앞두고 있었어요. `내가 이걸 올리면 미디어데이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걸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콘텐츠를 만들게 되는 거예요. 지금은 눈치를 보는 단계지만, 저는 제가 자리를 잡고 더 많은 구독자에게 사랑을 받으면 눈치 안 보고 여러 콘텐츠 만들고 싶어요. 선을 넘는 게 아니라 틀을 깨나가는 작업을 해야 하는 것 같아요.


- '누나 나죽어' 하는 분들에게 한말씀 해주신다면? (디시 이용자 'ㅇㅇ')

 누나도 죽어. 하하하. 너무 귀여워요.


- 손흥민 VS 박지성. (디시 이용자 'ㅇㅇ', '리켈메')

 손흥민 선수요. 박지성 선수가 손흥민 선수를 고를 것 같거든요. 후배 사랑.


- 호날두 VS 메시. (디시 이용자 'ㅇㅇ')

 메시.


- 리버풀 VS 맨유. (디시 이용자 'ㅇㅇ')

 음… 맨유.


- 스램제 순위요. 요즘 이게 핫한가봐요.

 스콜스 램파드 제라드죠? 저는 제라드, 스콜스, 램파드 이렇게 할게요.


- 부먹 VS 찍먹. (디시 이용자 'ㅇㅇ')

 부먹이요. 귀찮아서요.


- 콘제비(아이콘 에우제비우) 1카 VS 호날두 은카. (디시 이용자 'ㅇㅇ')

 무조건 콘제비. 아이콘 에우제비우 무조건 써보고 싶었어요. 저 아이콘 한 번도 안 써봤거든요.


- 피파온라인4 VS 배그. (디시 이용자 'ㅇㅇ')

 피파는 버릴 수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배그도 사랑합니다. 하하하.


-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 하나 알려주세요.

 제 30대 목표가 나눔이에요. 20대 키워드는 성장이었고 30대는 나눔이었는데 제가 아직 나눌 게 없는 거예요. 그래서 나눔을 할 수 있도록 성장하고 싶은 게 목표입니다. 제가 첫 기부로 어린이 재단을 선택한 이유는, 제가 정말 아이들과 학생들을 좋아해요. 놀이 용품 만들고 오프라인에서 실제로 게임을 할 수 있는 그런 사업이 있다는 걸 알게 되어서 지원을 한 건데 저는 어렸을 때 노는 경험, 게임을 하는 경험, 유희를 즐기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계속 나누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그러려면 제가 더 커야 하고, 더 성숙하고 성장해야 해요. 올해는 자리를 잡는 게 목표예요. 지금 사실 자리 잡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서요.


- 좀 불안하세요?

 불안함은 없고요, 욕심은 있어요. 잘할 수 있는데 기회가 더 왔으면 좋겠다는 이런 욕심이요. 배그가 첫 시작이에요.


- 바쁘신 와중에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동영상 인사 남겨주세요. 
 


 그와 나눈 대화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건 `e스포츠 아나운서가 되기 위해 많은 길을 돌아온 것 같다`라는 말이었다.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것이 있다. 누구나 인정하는 성공의 루트를 따라야 하나, 내 마음이 끌리는 것에 도전해야 하나. 그 역시 직업인으로서 똑같은 고민을 치열하게 했고, 그 과정을 통해 `내게 만족감을 주면 그것이 최고의 직업`이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동안 그가 마주쳐야 했던 수많은 생각이 `길을 돌아왔다`라는 문장 하나에 담겨있는 것 같아 인터뷰가 끝난 다음에도 그 말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행복과 만족을 주는 일을 찾은 그의 행보는 거침없다. e스포츠 아나운서로서 다양한 종목에서 캐스터로 활약하고 있고, '시청자와의 소통'이라는 아나운서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듯 온·오프라인 매체를 가리지 않고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많은 길을 돌아왔다는 건 그만큼 많은 풍경을 봤고, 많은 사람과 인연을 맺었으며, 길마다 다르게 쏟아지는 햇살과 비바람을 맞아봤다는 뜻이다. 많은 길을 걸으며 그가 쌓아온 '곽민선' 만의 자산을 이제 대중에게 펼쳐보일 일만 남았다. 


사진 = 곽민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