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오프를 앞두고 중국 국가 ‘의용군 행진곡’이 울려퍼졌다. 두팀간 경기였지만 국가는 한 번만 나왔다. 홍콩은 국제대회에 국기를 별도로 내걸지만, 국가는 중국국가인 ‘의용군 행진곡’을 쓴다.
중국국가가 연주되자 홍콩축구팬 약 200여명이 일제히 그라운드를 등지고 돌아섰다. 그러더니 두손을 들고 욕설을 의미하는 ‘가운뎃손가락’을 올렸다. 홍콩팬들은 야유를 보내더니 영어로 “We are Hongkong(우리는 홍콩)”을 외쳤다.
마치 축구장이 아닌 시위현장 같았다. 축구에 정치적인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됐다. 홍콩에서 지난 6월부터 송환법 반대 시위가 이어지면서, 홍콩과 중국 사이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앞서 지난 11일 홍콩-한국전에서도 홍콩팬 50여명이 같은 행동을 했다.
홍콩 축구팬들은 이날 4배 가까운 200여명이 모였다. 응원도 더 적극적이었다. ‘Hongkong is not China(홍콩은 중국이 아니다)’, 한자로 ‘광복홍콩, 시대혁명’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펼쳤다. 국내 경호 인력이 저지하려다가 홍콩팬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한 홍콩팬은 한국어로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중국과 홍콩 모두 1, 2차전에 패해 우승이 물 건너갔지만, 이날 경기는 정치적 이유로 관심이 집중됐다. 주최측은 홍콩과 중국 팬들이 충돌할 만일의 사태를 대비했다. 홍콩팬이 ‘5대 요구 수용하라’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입장하려다가 두고 제지당하기도 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중국과 홍콩은 물론 한국과 일본 취재진도 몰렸다. 공교롭게도 같은경기장에서 한국-일본전이 이어 열렸다. 국내 네티즌들은 국가간 대립이 치열한 시국에 펼쳐진 대결이라며 ‘이 시국 매치’, ‘멸망전’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홍콩팬들은 홍콩이 공격하면 응원하고, 중국이 볼을 잡으면 야유를 보냈다. 반면 약 30여명의 소수 중국 팬들은 홍콩팬들과 달리 차분하게 경기를 봤다. 일부만 “짜요(힘내라)”를 외쳤다.
중국(FIFA랭킹 75위)은 홍콩(139위)을 맞아 전반을 1-0으로 앞선채 마쳤다.
부산=박린 기자 rpark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