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미의 ‘나는 아이돌 기획자다’ (2)
![방탄소년단(BTS)의 성공으로 K팝 산업에 대한 관심은 증가했다. 유입되는 자본의 유입도 활발하다. 하지만 대규모 자본 유치가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진은 UN 총회에서 연설을 한 BTS. [사진 빅히트뮤직]](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206/07/094336ba-a3e8-4a79-b91f-25d177fb9c9e.jpg)
방탄소년단(BTS)의 성공으로 K팝 산업에 대한 관심은 증가했다. 유입되는 자본의 유입도 활발하다. 하지만 대규모 자본 유치가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사진은 UN 총회에서 연설을 한 BTS. [사진 빅히트뮤직]
특히 아이돌 시스템의 글로벌 성공 사례를 지켜보면서 산업에 대한 관심은 막대하다. 이에 따라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자본의 유입도 활발하다. 문제는 대규모 자본을 유치했다고 해서 무조건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자본은 물론 인력, 시간, 효율적인 운영 등 여러 요소가 뒷받침돼야 하고, 설령 이 모든 조건이 갖춰진다 하더라도 100% 성공을 보장하긴 어렵다. 자본 규모가 크면 성공 확률은 높아질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엔터4사 2021년 실적. 그래픽= 전유진 yuki@joongang.co.kr
예전에는 가수가 연기를 하거나(특히 아이돌이) 타 분야에 진출하는 것이 금기 시 돼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엔 준비 단계부터 광범위한 활동 영역을 고려해 트레이닝을 시키는 경우가 많다. 가수 활동을 하면서 연기를 병행하거나 어느 정도 활동을 하고 난 뒤 개인 활동 시기에 연기를 하기도 한다. 이 반대의 경우도 있다. 연기자를 준비하다가 기획자 눈에 띄어 아이돌로 데뷔한다. 최근에는 장르 간 이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분야에 대한 명확한 구분은 점차 약화되고 있다.

1~4세대 K팝 아이돌.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실상 음반 기획사가 시장의 신뢰를 받고 ‘K팝 산업’으로 인정받은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 무수한 기획사 중 상장사는 아직 10개도 안된다. 대형주 위주인 유가증권시장(코스피)상장은 하이브가 유일하고 일부 대형 음반 기획사(SM,JYP,YG,FNC,큐브 등)가 코스닥에 올라와 있다.
그만큼 자본을 투자해 회사를 시작하는 것은 쉬울 수 있어도 그 회사를 유지하고 어느 정도 가치나 성과를 인정받는 회사로 만드는 것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의미다. 어느 정도 결과를 냈다고 해도 브랜드로 완전히 자리잡기까지 예상보다 적지 않은 자본과 시간, 공이 들어간다는 방증이다.
산업이기 때문에 자본이 중요하기도 하지만 자본이 많다고 무조건 성공을 보장 받는 것도 아니다. 올해 앨범을 내고 성공적인 활동을 한 그룹이 내년에도 인기가 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한마디로 예측불가능하고, 리스크가 높으며 컨트롤마저 어려운 사업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기획사를 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목표엔 당연히 이윤 창출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이윤 창출만이 목적이라면, 난 기획사가 아닌 다른 사업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 대형, 중소형, 해외, 정보통신(IT) 계열의 엔터테인먼트 회사까지, 지난 15년 간 다양한 규모와 구조로 사업을 영위하는 기획사 또는 서비스사를 두루 거치면서 직·간접적으로 지켜보고 내린 결론이다.
돈만이 목적인 곳도 물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K팝 기획사 종사자들은 음악 혹은 음악과 연관된 콘텐트와 아티스트 등 무형의 자산에 대한 가치를 알고 애정을 갖고 있다. 문화 콘텐트라는 매력적인 도구를 통해 자신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와 메시지가 있다는 점이 다른 상품을 파는 산업과 다르다. 이게 기획사의 존재 목적이자, 시작의 이유다. 초심을 잃지 않고 회사를 유지하는 일은 또 다른 이슈지만.
산업 특성상 “사람으로 장사한다”는 비판적 시각이 있다. 하지만 반대로 사람을 매개로 하는 콘텐트라는 점이 매력이 되기도 하고 문화적으로도 큰 영향력을 미치는 요소다. 이런 특성을 가진 회사에서는 리더부터 말단 직원들까지 회사가 가고자 하는 목표나 방향성이 잘 공유되는 기업 문화가 특히 중요하다. 만들고 싶은 콘텐트가 어떤 것인지, 어떤 리더가 되고 싶은지가 정해지면 이게 곧 장기 방향이 된다. 장기 방향은 단순히 ‘아이돌 키워 돈을 벌자’와 같은 단기 목표를 세우는 것보다 나은 결정과 선택을 하게 하는 힘이 된다. 동시에 아티스트가 프로 의식을 가지고 연습하고 자기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브리핑실을 방문한 BTS를 취재하는 백악관 출입 기자들. 워싱턴=UPI 연합뉴스
하지만 일부의 문제를 K팝 산업 전체의 문제점으로 확대해 폄하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 다행히 최근 방탄소년단(BTS)의 성공으로 이 산업에 대해 궁금해 하고 관심도 많이 생겼다. 제대로 들여다보려는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는 건 종사자로서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다.
윤선미 퍼스트원엔터테인먼트 프로듀싱 본부 총괄 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