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봄, 역대 가장 더웠다…전세계가 이상기후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남산 둘레길 그늘에서 한 시민이 땀을 닦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남산 둘레길 그늘에서 한 시민이 땀을 닦으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3~5월은 역대 가장 따뜻한 봄이었다. 전국적으로 고기압 영향을 많이 받은 가운데, 햇빛과 바람도 기온을 끌어올리는데 한몫 했다. 반면 빗방울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게 떨어졌다.

7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3~5월 전국 평균기온은 평년(11.9도)과 비교해 1.3도 높은 13.2도로 집계됐다. 1973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은 봄철 기온이다. 그 다음은 1998년(13.2도), 2016년(13도) 등의 순이다.

특히 3월(평년 대비 +1.6도), 4월(평년 대비 +1.7도) 두 달 동안 기온이 유독 높게 나타나며 봄철 고온 현상에 큰 영향을 미쳤다. 3월 11~13일, 4월 10~12일은 각각 사흘 연속 일 평균 기온이 역대 1위였다.

올해 봄 우리나라 주변 기압계 모식도. 자료 기상청

올해 봄 우리나라 주변 기압계 모식도. 자료 기상청

지난 봄이 유독 따뜻했던 건 이동성 고기압의 국내 영향이 컸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또한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는 맑은 날이 많고, 따뜻한 남풍이 자주 유입된 것도 기온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3개월간 일조 시간은 755시간에 달해 2017년(765.4시간) 다음으로 많았다.

올해와 1998년, 2016년처럼 봄철 기온이 높았던 해는 모두 우리나라 동쪽·남동쪽에서 고기압이 발달하면서 따뜻한 남풍이 자주 불었다. 올 봄은 여기에 더해 맑은 날씨까지 작용한 셈이다.


봄철 기온 상위 3개 연도 기상 수치 비교 표. 자료 기상청

봄철 기온 상위 3개 연도 기상 수치 비교 표. 자료 기상청

임교순 기상청 기후변화감시과 사무관은 "이동성 고기압이 강하게 작용하니 일조시간이 긴 맑은 날이 많아지고, 고기압이 있으면서 남풍을 불게하니까 순간적으로 높은 기온이 만들어졌다. 올 봄엔 이러한 삼박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가장 높은 기온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반면 이번 봄 전국 평균 강수량은 관측 이래 6번째로 적은 154.9mm에 그쳤다. 평년(222.1~268.4mm)과 비교하면 턱없이 모자란 봄비가 내린 셈이다. 3~5월 세 달 간 강수일수도 17.9일로 역대 세번째로 적었다.

전국적인 봄 가뭄이 이어진 지난달 24일 강원 춘천의 한 저수지가 바짝 말라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적인 봄 가뭄이 이어진 지난달 24일 강원 춘천의 한 저수지가 바짝 말라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연합뉴스

3월엔 89.4mm(역대 8위)로 꽤 많은 비가 내렸다. 하지만 지난달 들어선 5.8mm에 그쳐 5월 기준 가장 적은 강수량을 기록했다. 강수일수(3.3일)와 상대습도(57%)도 모두 최하위였다. 국내 상층 대기가 건조한 가운데, 우리나라 주변 저기압이 주로 북쪽이나 남쪽으로 통과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전국 곳곳의 저수지가 말라붙어 바닥을 드러내는 등 가뭄도 심화됐다.

손꼽힐 정도의 높은 기온과 건조한 날씨가 함께 찾아오는 건 이례적이다. 그러나 이상 기후는 올해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나타났다. 인도, 스페인 등에서는 최고 40도를 훌쩍 넘는 고온 현상이 두드러졌다. 브라질, 남아공엔 폭우로 인한 홍수가 발생해 수많은 인명피해가 났고, 폭풍·폭설·이상 저온 등도 세계 곳곳에서 이어졌다.

임 사무관은 "기온은 해마다 꾸준히 높아지는 양상이라 전 지구적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은 거라고 볼 수 있지만, 강수량은 변동폭이 크기 때문에 직접적 연관성을 찾긴 어렵다. 해외에서 나타난 이상 기후도 국내 상황과 곧바로 연결할 순 없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