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은" 주어 26번 등장…두산건설, 성남FC에 현금 50억 왜?

2020년 12월 3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두산건설 본사. 연합뉴스

2020년 12월 30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두산건설 본사. 연합뉴스

두산그룹의 주요 계열사 두산건설은 2010년 그룹 전체를 뒤흔들 수준의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맞기 시작했다. 전년부터 2조원가량 규모의 일산위브더제니스아파트 사업을 추진하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 등에 따라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벌어졌기 때문이다.

두산건설은 사옥 등 온갖 자산을 내다 팔기 시작했다. 2003년 의료법인 두산의료재단으로부터 126억원에 매수한 성남시 정자동 부지도 그중 하나였다.

유동성 위기 두산건설, 병원부지 비싸게 팔려 용도변경 청탁 

해당 부지에선 앞서 두산의료재단이 병원 신축 공사를 진행하다 사업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중단했고, 부지 용도를 병원시설에서 업무시설로 변경을 추진하던 도중 두산건설에 매각한 것이다.

두산건설은 뒤이어 부지 용도 변경과 용적률 상향을 추진했지만, 성남시는 번번이 거절했다. 이런 와중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10년 당시 성남시장으로 취임하면서 두산건설에 병원 건축허가 취소와 이에 따른 원상복구 이행 처분을 내렸고, 두산건설이 따르지 않자 2013년까지 5회에 걸쳐 5억65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했다.

여기에 유동성 위기까지 겹친 두산건설은 서둘러 정자동 부지의 용도변경을 하고 용적률을 상향한 다음 매각할 계획을 세웠다. 바로 이 대목에서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사건이 불거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2022년 9월 1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성남FC 클럽하우스. 뉴스1

2022년 9월 1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성남FC 클럽하우스. 뉴스1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유민종)는 지난달 30일 뇌물공여 혐의로 전 두산건설 대표 A씨와 특정범죄가중법상 제3자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전직 성남시 전략추진팀장 B씨를 불구속기소 하면서, 공소장에 두산건설의 구체적인 범행 경위를 적시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 특히 A·B씨의 공소장임에도 불구 “이재명은~” 주어인 문장이 26차례나 등장해 이 대표의 공소장을 방불하게 했다.

검찰은 성남FC 인수 이후 운영자금 150억원을 마련하려던 이 대표 등 성남시 관계자들에게 두산건설이 2015년부터 “정자동 부지의 용도를 변경하고 용적률을 상향하며, 기부채납 중 일부를 면제해달라”라는 부정한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성남FC에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현금 50억원을 분할해 공여한 것으로 판단했다.

현금 50억 주고 용적률 250→670%, 매각 차익 1649억원 얻어

이후 두산건설은 정자동 부지의 용도를 병원시설에서 업무시설로 변경하고 용적률은 250%에서 670%로 높이는 데 성공했다. 이어 2017년까지 두산,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등으로 구성된 시행사에 부지를 매각해 1775억가량을 거둬들였다. 매각 차익은 약 1649억원에 달했다. 이에 더해 두산건설은 해당 부지에서 진행된 분당두산타워 신축 공사 일감까지 따내 2518억원가량의 매출을 일으키기도 했다. 또한 부지 매각 대금 등 가운데 1200억원은 다시 두산건설로 지원됐다.

두산건설은 이 과정에서 특혜 논란 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단계적으로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재명 대표와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 등 성남시 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언론 동향을 파악했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두산건설 측은 이날 중앙일보에 “현재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드릴 말씀이 없다”라고만 밝혔다.

10월 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10월 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장진영 기자

성남FC 인수 뒤 운영 자금 안 걷히자…이재명 “현안 가진 기업 접촉”

두산건설의 상대방인 성남시 쪽의 혐의를 집중해 보면 검찰은 ‘윗선’으로 이 대표를 지목하고 있다. 공소장엔 ‘이재명’이 30여 차례 언급됐다. 그 중 주어로 쓰인 문장만 피고인인 B 전 팀장보다 10배 이상 많은 26번이다. 

성남FC 운영도 이 대표가 주도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당시 성남시장인 이재명은 대표이사를 배제하고 정진상 등과 함께 자금 마련, 성과금 지급, 인사, 선수단 운영 등 주요 사안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며 자신 또는 정진상과 가까운 사람들을 주요 보직에 채용해 구단을 운영했다”가 대표적이다. “앞으로 성남FC 운영과 관련된 사항은 정진상과 상의해서 결정해라”라는 취지의 말도 했다고 검찰은 공소장에 적었다.

 
특히 이 대표는  2014년 정자동 부지의 용도변경 등 대가로 성남FC의 운영자금을 받을 수 있는지 검토했는데, “운영자금을 현금으로 받는 것은 적법한 기부금품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성남FC는 영리목적 법인으로서 기부채납을 받을 수 있는 주체에 해당하지도 아니하였으며, 현금의 기부채납은 허용되지 아니하다”라는 결론을 내렸던 것으로 파악됐다. 불법성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2015년엔 두산그룹이 인수한 중앙대의 캠퍼스 통폐합 과정에서 뇌물수수 의혹 등이 불거지고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자 이 대표는 정자동 부지에 대한 논란으로 확산할 것을 우려해 용도변경 등 절차를 보류하기도 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 대표의 이런 행위에 대한 동기로 검찰은 2015년 2월 한 언론사 인터뷰 기사를 지목했다. “난 정치인이다. 당연히 정치적 이득을 고려한다. 이재명이 성남구단을 잘 운영하는 것을 보니 능력이 있는 사람이구나! 더 큰 역할을 맡겨도 되겠다. 이런 소리를 듣는 것이 궁극적으로 내가 노리는 정치적 이득이다.”

그러나 이 대표는 성남FC 운영자금을 모으는 데 상당한 애로를 겪었다. 2014년 두 차례에 걸친 40억원 규모의 일반 공모 유상증자에서 8억원만 확보한 게 대표적 사례다.

검찰은 “(이 대표는) 정치적 약속을 이행하지 못할 것을 우려하여 성남시 핵심 관계자 등과 함께 기업들의 자발적인 후원이 아닌 성남시로부터 각종 사업이나 건축 등의 인허가 등을 받아야 하는 현안을 가진 기업을 개별적으로 접촉하여 운영자금을 제공받는 방법을 모색하기에 이르렀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이로써 피고인 B씨는 이 대표, 정 전 실장 등 성남시 관계자들과 공모하여 피고인 A씨 등 두산건설 관계자들로부터 정자동 부지를 병원시설에서 업무시설로 용도 변경해주고 그 용적률을 상향시켜 주는 것은 물론 기부채납 15% 중 5%를 면제해달라는 부정한 청탁을 받고 그 대가로 피고인 A씨 등으로 하여금 제3자인 성남FC에 현금 50억원을 공여하게 했다”고 결론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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