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3억원’ 같이 나른 비서실장… 2심도 위증죄 “유죄”

서울 중구에 위치한 신한은행 본점. 연합뉴스

서울 중구에 위치한 신한은행 본점. 연합뉴스

 
‘남산 3억원’ 재판에서 위증을 한 혐의로 기소된 신한은행 전 임직원들이 2심에서도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5-3부(부장판사 정덕수 구광현 최태영)는 9일 전 신한은행 비서실장 박모(66)씨의 위증 혐의에 대해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함께 기소된 이모(62)씨는 벌금 300만원, 서모(66)씨는 무죄를 선고한 1심의 결론도 그대로 유지됐다.

 
박 전 비서실장 등은 지난 2012년 배임‧금융지주회사법‧은행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신상훈 전 신한금융지주 사장과 이백순 전 신한지주 부사장 재판에서 기억과 다른 허위진술을 한 혐의로 2019년 기소됐다. 수사 및 재판 끝에 2017년 종결된 사건이었지만, 2018년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신한은행 임직원들의 조직적 위증 의혹이 있다’며 권고해 재수사 끝에 재판에 넘겨진 것이다. 신 전 사장과 이 전 부사장 역시 위증으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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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상훈(9대), 이백순(10대) 전 신한은행장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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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비서실장은 이백순 전 부사장이 남산에서 신원미상의 인물에게 3억원을 전달할 때 동행했던 인물이다. 신상훈‧이백순 전 사장은 이 돈을 마련하기 위해 이희건 신한은행 명예회장의 경영자문료 명목으로 지급되던 돈을 늘리고, 친분이 있던 재일교포 주주에게서 돈을 빌리는 등 혐의로 2012년 재판을 받았는데, 박 전 비서실장은 이 때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위증을 한 죄가 인정됐다.  


1심 재판부는 3억원을 만드는 과정을 신상훈 전 사장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발언, 검찰 중수부 수사를 받고 있던 라응찬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사건을 대비해 경영자문료 관련 논의한 바가 없었다는 취지의 발언 등이 본인의 기억에 반하는 허위진술이라고 판단했다. 다만 경영자문료 사용에 대해 이희건 명예회장에게 보고한 바 있다는 취지의 발언 등 일부 발언은 허위라고 보기엔 증명이 부족해 일부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사건 관련자들의 수사기관 조사 내용과 진술에 비춰볼 때, 박 전 비서실장의 일부 증언에 대해 위증으로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일부 무죄를 선고한 부분도 동일하게 유지했다. 검찰은 벌금형이 너무 적다며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의 양형에 변화를 가져올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며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남산 3억원’ 당사자는 피고인이라 위증죄 피해

앞서 신상훈 전 사장과 이백순 전 부사장은 위증혐의로 기소된 재판에서 1심 무죄, 2심 무죄를 받았다. 이들은 박 전 비서실장과 다르게 2012년 재판 당시 피고인 신분이었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을 증인석에 세우는 건 방어권 침해에 해당해, 증인 적격이 없다’고 판단해 위증죄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고, 2심 재판부는 ‘증인적격은 있으나 증인의 지위에서 진실을 말할 의무보다 피고인 지위에서 방어할 권리가 더 우선된다’며 위증은 맞으나 처벌할 수는 없다고 봤다.

박 전 비서실장과 전 임직원들은 2012년 재판에서 피고인이 아니었고, 당시에도 ‘피고인(신상훈 전 은행장 등)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 진술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재판부가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한 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