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중대한 발견은 중국 선조들이 남중국해를 개발·이용하고 왕래했다는 역사적 사실을 실증한다.”

중국 국가문물국은 지난달 20일 남중국해 북서쪽 대륙붕 약 1500m 깊이 해저에 위치한 난파선 2척에서 다량의 유물을 발견했다. 사진은 이번 해저 유물 탐사에 사용된 중국의 심해 유인 잠수정 선하이용스(深海勇士)의 모습. 사진 차이나데일리 캡처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수중 고고학’ 탐사에 열중하고 있다. 섬과 암초 주변에서 발굴한 해저 유물을 이 일대 영유권 주장을 강화하는 역사적 근거로 삼기 위해서다.
1990년대 초 이 지역에서 수중 고고학 탐사를 시작한 중국은 지난 2007년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중국명 시사군도)에서 침몰선 화광자오(華光礁) 1호를 인양하며 본격적으로 유물발굴에 나섰다. 남송시대 동남아시아를 오가던 거로 추정되는 이 배에선 도자기 1만여점이 발견됐다. 이후 중국은 2009년 해저문화유산센터(CUCH)를 세우고 수중 고고학 집중 육성에 나선다. 베트남·필리핀 등 인근 국가와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격화된 시점이다. 미국 외교전문 매체 디플로맷은 “중국은 남중국해 분쟁지역인 파라셀 군도와 스프래틀리 군도(중국명 난사군도) 사이에 약 200여 개의 해저 유적지가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지속적으로 유물 발굴을 해왔다”고 전했다.
2014년엔 첫 수중 고고학 전문 선박인 카오구(考古) 1호를 취역했고, 발굴한 도자기·동전 등의 유물을 전시할 해양 박물관도 대거 지었다. 지난해 8월에도 파라셀 군도에 침몰한 3척의 고대 상선에서 60여점의 도자기·동전 등을 발굴했다. 지난 2월엔 2억5000만 위안(약 464억원)을 들여 하이난(海南)성 충하이(瓊海)시에 수중 고고학 센터를 개관했다. 이곳엔 수중 고고학 연구와 난파선 유물 복원 등을 위한 각종 시설이 갖춰져 있다.

중국 국가문물국은 지난달 20일 남중국해 북서쪽 대륙붕 약 1500m 깊이 해저에 위치한 난파선 2척에서 다량의 유물을 발견했다. 사진 차이나데일리 캡처
리샤오제(勵小捷) 전 국가문물국 국장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리 전 국장은 국가문물국 국장이던 지난 2015년 봉황TV와 인터뷰에서 “난파선과 섬에 세워진 건물이나 비문 등 고대 중국의 역사적 유물이 대거 발견된다면 그 모두는 역사적으로 중국이 해당 섬과 항로에 대한 주권을 가졌으며 해당 해역에서 정기적인 경제·무역 활동을 했음을 시사한다”며 “그렇기에 수중 고고학은 국가 이익을 수호하고 국가 주권을 보여주며 역사적 증거를 제시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굴 작업을 벌인 난파선이 중국 명나라 홍치제(1488~1505)와 정덕제(1506~1521) 시기 해외에서 중국으로 물품을 싣고 나르던 배로 추정된다는 점을 국가문물국이 강조한 것에도 이러한 의도가 깔려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은 남중국해 유물을 해상 실크로드와 연결지어 자신들의 이 일대 주권을 입증하는 방편으로 생각한다”며 “이번 침몰선도 영유권 주장에 설득력을 더해줄 거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베트남·필리핀 선조도 남중국해 활동”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지역
더구나 1982년 중국을 포함한 168개국이 비준한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은 한 나라는 해안선으로부터 12해리까지 영해, 200해리까지 배타적 경제수역(EEZ)을 가진다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구단선은 베트남·필리핀 등 인접 국가의 영해·EEZ를 침해한다. 2016년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는 이를 근거로 “중국이 구단선에 대한 역사적 권리·영유권 주장을 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판결했다.
그럼에도 중국은 PCA 판단을 인정하지 않는다. UNCLOS 체결보다 훨씬 먼저 선포된 구단선에 대해선 유엔해양법이 제한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편다.
중국은 해저 유물을 남중국해에서 무력을 사용할 근거로도 활용 중이다. 디플로맷은 “중국은 수중문화유적 보호관리 조례를 들어 자신들이 관할하는 해역에서 해외 단체가 허가 없이 중국의 유물을 탐사하는 걸 금지하고 있다”며 “이를 근거로 분쟁 해역에서 해군 등을 동원해 다른 나라 선박을 쫓아내고 있다”고 전했다.
분쟁 섬에는 훠궈식당·슈퍼마켓…민간인 말뚝박기 수법

지난 4월 26일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 융싱섬(우디섬)에 120석 규모의 훠궈 식당 콴자이샹즈 싼사점이 문을 열었다. 사진 진르터우탸오 캡처
사할린=고엽도?…中, 러시아 땅에 청나라 명칭 표기

지난 2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