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중앙일보가 한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디딤돌 대출(일반‧신혼‧신생아특례 합산) 1~8월 취급 잔액’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디딤돌 대출 잔액은 34조2717억원이었다. 하지만 이후 잔액은 매달 급증해 지난 8월 말 기준 50조1718억원까지 불어났다. 1월 말과 비교하면 약 46.3%(15조9001억원) 폭증한 수치다. HUG는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으로 주택 관련 보증업무 및 정책 사업의 수행하는 곳이다. 특히 서민과 신혼부부 및 신생아를 출산한 가정을 대상으로 한 주택 정책대출인 디딤돌 대출을 운영하고 있다.
반면, 금융위원회 산하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관리하는 대표적 주택 정책대출인 보금자리론은 올해 들어 증가세가 크게 둔화했다. HF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보금자리론 잔액(112조6457억원)은 가장 최신 집계치인 지난 7월 말 잔액(114조2002억원)과 비교해 1.38%(1조5545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인 1월~7월 사이 HUG의 디딤돌 대출 증가 폭이 39.7%(13조6344억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양대 주택 정책대출이 정반대의 방향으로 운용됐다고 풀이할 수 있다.
금융위 특례보금자리 폐지, 국토부는 신생아특례 출시
반면, 국토부와 HUG는 디딤돌 대출의 조건을 더 완화했다. 대출금리가 연 2.35~3.3% 수준으로 시중은행과 비교해서 여전히 많이 낮은 데다가 올해 2월부터 신생아특례대출을 추가로 출시해 소득 기준(1억3000만원 이하)과 대상주택(9억원 이하) 범위도 더 넓어졌다. 여기에 더해 국토부는 신생아특례대출의 소득 기준을 2억5000만원까지 올리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실제 신생아특례대출은 올해 2월 말까지만 해도 잔액이 1976억원에 그쳤지만, 이후 계속 급증해 지난 8월 말 기준 4조1315억원까지 늘었다.
가계부채 우려에, 금융위는 정책대출 ‘관리모드’
실제 금융위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과 은행권을 중심으로 한 규제 영향에 지난달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5조2000억원 증가하면서, 8월 증가 폭(9조7000억원)의 56.5% 수준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이 기간 전월 대비 정책대출은 2조2000억원 증가하면서 8월 정책대출 증가 폭(1조8000억원)보다 4000억원 오히려 늘었다. 정부 규제 약발이 정책대출에서는 전혀 먹히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권에 정책·전세대출같이 규제 적용을 받지 않는 상품에 대해 “지역·소득별 DSR 산출을 더 정교하게 만들어 보고하라”고 요청했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정책·전세대출에 DSR 규제를 적용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보고 있다.
정책대출 증가는 집값 상승에도 영향을 끼친다. 정책대출 대부분이 6억원 미만의 저렴한 주택에만 공급되지만, 해당 주택을 판 자금으로 대출을 보태 상급지로 갈아타려는 수요를 자극해서다. 14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정책금융은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공급을 늘려 어려운 계층에 주는 대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취약 계층 보호 효과에 국토부는 “양보 못 해”
특히 올해 출시된 신생아특례대출은 출생·혼인율을 높이는데도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출생아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516명(7.9%) 늘며 7월 기준으로 2012년(1959명 증가) 이후 1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7월 혼인 건수(1만8811건)도 전년 동월보다 4658건(32.9%) 증가하며, 1981년 통계 작성 이후 7월 기준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미뤄졌던 결혼이 2022년부터 증가한 영향이 일단 크지만, 신생아특례대출도 도움을 줬을 거란 분석이다.
이런 효과 때문에 박상우 국토부 장관도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책대출 (확대를) 가지고 정부 내에서 굉장히 국토부가 공격을 받고 있는데, 제가 절대로 양보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