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최근 ‘공천 거래’ 혐의로 정치 브로커 명태균(54)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유력 정치인 등과 친분을 과시하며 공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처럼 했다” 등 내용을 공소장에 적시했다. 검찰은 명씨를 정치자금법 위반, 증거은닉 교사 혐의로 지난 3일 구속 기소했다.
지난달 14일 창원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는 명태균씨. 뉴스1
4일 중앙일보가 확보한 A4용지 9쪽 분량의 공소장을 보면, 검찰은 명씨가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한 상황을 상세히 적었다. 검찰은 명씨가 2022년 지방선거에서 대구시의원과 경북 고령군수에 출마하려 한 이모(61)씨와 배모(61)씨를 2021년 6월 각각 국민의힘 정책연구소인 여의도연구원 청년정책기획위원회 위원, 지방분권정책기획위원회 위원에 임명되게 했다고 했다. 최근 검찰 조사에서 명씨가 당시 여의도연구원장인 지상욱씨와 자주 메시지를 주고받는 등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또 명씨가 2021년 8월 경북 고령의 배씨 사무실에서 “서울·수도권에 있는 시장도 아니고 시골 군수나 시의원 그거 뭐라고, 발로 차도 공천된다”, “당선되려면 선거운동도 하지 말고 나한테 맡겨놓고 가만히 있으면 당선된다”고 말하면서 이씨와 배씨에게 공천 대가를 요구했다고 공소장에 기록했다.
이씨와 배씨는 명씨 측에 쇼핑백에 현금을 넣어 전달하는 등 1억2000만원씩 2억4000만원을 공천 대가로 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명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다만, 이씨 등은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공천을 받지 못했다.
명태균 말에 동조…‘공천 준다’ 말 믿게 한 4선 국회의원
이 과정에서 김영선(64·국민의힘) 전 의원이 명씨 말에 동조하면서 이씨 등이 ‘명씨가 공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처럼 믿게 했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당시 김 전 의원은 전직 4선 국회의원이었기 때문이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명태균씨와 김영선 전 의원. 연합뉴스
검찰은 당초 여론조사업을 하던 명씨가 유력 정치인과 알게 된 통로가 김 전 의원이라고 봤다. 김 전 의원 소개로 유력 정치인과 만난 명씨가 “정치적 조언이나 선거전략 수립, 여론조사 결과 제공 등을 통해 인적 네트워크를 유지·확장했다”는 것이다. 실제 명씨는 윤석열 대통령,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 등 당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와 당대표와 같은 유력 정치인과 친분을 맺었다.
또 검찰은 이후 김 전 의원이 2022년 재·보궐선거에서 자신이 당선되는데 유력 정치인과 친분을 쌓은 명씨 역할이 주요했다고 여겨, 2024년 22대 국회의원에서도 명씨 도움을 받아 공천받길 기대하며 정치자금을 준 것으로 봤다. 김 전 의원은 재·보궐선거 당선 두 달 뒤인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자신의 회계책임자 강혜경(47)씨를 통해 16회에 걸쳐 약 8070만원을 명씨한테 준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명씨가 과거에 사용한 휴대전화 3대와 USB1개를 처남에게 숨기라고 지시하는 등 증거 은닉을 교사한 혐의도 적용했다. 명씨의 사라진 휴대전화 등은 일명 ‘황금폰’이라 불리며 사건의 주요 단서가 담겼을 것으로 추정, 검찰이 쫓고 있는 증거물이다. 실제 검찰은 해당 휴대전화 등을 “명씨의 김 전 의원과 다른 유력 정치인들 공천 관여 여부 등 형사사건 관련 증거”라고 규정했다.
지난달 8일 오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는 명태균씨. 뉴스1
‘대통령 부부 공천 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씨는 2022년 대선 과정에서 ‘맞춤형 여론조사’ 등 윤 대통령 후보를 도와준 대가로, 대통령 부부에게 김 전 의원 공천 받아왔단 의혹을 받아왔다.
창원=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