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은 4일 애스펀전략포럼(ASF)이 워싱턴 DC에서 개최한 행사에서 '한국의 비상계엄을 미국이 인지하지 못한 것은 정보 입수 실패인가'라는 물음에 “(이번 일은) 너무나 예측할 수 없고 있을 법하지도 않은 일이었다”고 답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심한 오판을 했다(badly misjudged)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깊고 부정적인 울림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사람들이 나와서 이것이 매우 불법적인 과정임을 분명히 할 준비가 돼 있었다”며 “여기서 우리가 위안과 확신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오판’ ‘불법적’ 등의 표현을 써 가며 계엄 선포에 대한 부정적 관점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됐다. 캠벨 부장관은 전날에는 한국 계엄 선포 소식에 대해 “우리는 중대한 우려를 갖고 상황 전개를 주시하고 있다”고 했었다.
백악관 “민주주의 강조 목소리 낼 것”
숀 사벳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도 ‘민주주의 가치’에 방점을 찍으며 계엄 선포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피력했다. 그는 이날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 보고된 이후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 “한국은 민주적인 회복력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민주적 가치와 법치는 한ㆍ미 동맹의 핵심이며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모든 정치적 의견 불일치는 평화롭고 법치에 따라 해소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 첨예한 대립이 있더라도 공권력을 동원하는 예외적 상황의 계엄 대신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주의 기본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뼈있는 메시지로 풀이됐다.
NYTㆍWP “尹 정치적 미래 불확실해져”
워싱턴포스트(WP)는 “(탄핵에 이르기까지) 비록 상당히 많은 장애물이 있지만 윤 대통령의 정치적 미래가 불확실한 것은 분명하다”며 자진 하야 또는 탄핵에 의한 축출 등 앞으로 전개될 수 있는 상황을 짚었다. 또 이번 계엄 선포가 미국 정권교체기에 발생한 점을 거론하며 “미국과 한국의 안보 관계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뉴욕 유엔본부 앞에서는 ‘윤석열 불법계엄 규탄 및 즉각 탄핵 촉구 미주동포 비상행동’ 소속 교민 20여 명이 “윤 대통령이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파괴했다”며 탄핵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