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인스턴트 커피 제품. 연합뉴스
홈카페 시장을 잡기 위한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믹스커피 신제품이 출시되고, 기존 제품 리뉴얼과 마케팅도 활발하다. 원두 가격 고공행진으로 인한 커피값 인상이 내년에도 예상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저렴한 스틱커피와 캡슐커피 수요가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동서식품은 16일 커피 브랜드 카누의 제품 디자인과 품질을 개선했다고 밝혔다. 2011년 출시한 카누는 누적 100억잔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한 동서식품의 효자 상품이다. 이번에 카누의 BI(브랜드 아이덴티티)와 패키지 디자인이 전면 변경된다.
맛도 소비자 의견을 수렴해 바뀌었다. 조사를 통해 소비자가 가장 선호하는 아메리카노 맛을 찾아냈고, 카누 ‘다크’ ‘마일드’ ‘라이트’ 각 제품 특성에 맞게 원두 배합비를 변경했다. 각 원두의 속성을 가장 잘 발현할 수 있는 공법을 적용해 제품별로 차별화된 향미를 구현했다는 것이 동서식품의 설명이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카누는 국내 최초 인스턴트 원두커피라는 새로운 개념을 시장에 도입한 이래 캡슐, 원두까지 카테고리를 확장하며 혁신을 거듭했다”며 “앞으로도 언제 어디서나 소비자들에게 특별한 경험과 가치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더본코리아의 커피 프랜차이즈 ‘빽다방’도 이날 홈카페 시장 도전을 선언했다. 빽다방은 스틱 커피인 빽다방 아메리카노, 빽다방 커피믹스 클랙식을 선보인다. 더본코리아는 “고물가 시대에 부담없이 커피를 즐기고 싶어하는 홈카페 트렌드가 대중적인 라이프스타일로 자리잡았다”면서 “편의성과 가성비를 고려한 스틱커피를 출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빽다방 아메리카노 스틱커피는 베트남·브라질·콜롬비아 등 유명 산지의 원두를 최적의 비율로 블렌딩해 찾아낸 초콜릿과 캐러멜향의 풍미가 특징이다. 빽다방 커피믹스 클래식 스틱커피는 산미를 줄이고, 프림과 설탕의 균형을 맞춘 믹스커피 형이다. 이들 제품은 일부 오프라인 빽다방 매장에 출시됐으며, 더본코리아 공식몰 ‘빽쿡’과 스마트스토어(더본마켓), 이마트, 컬리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캡슐커피 기기 시장에선 1위인 네슬레코리아의 네스프레소 돌체구스토와 동서식품 카누 바리스타머신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네스프레소는 기기 가격만큼 커피 할인을 제공하는 100% 페이백 행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2월 이 시장에 진출한 동서식품은 지난 10월전용 캡슐 2종과 타사 커피머신과 호환 가능한 캡슐 3종 등 신제품 5종을 선보였다. 여기에 올해 초에는 다이소가 개당 300~500원짜리 초저가 캡슐 제품을 출시하며 경쟁에 가세했다.
돌체구스토의 페이백 프로그램. 사진 네슬레 코리아
국내 커피 시장은 2023년 기준 3조4713억원(식품의약품안전처) 규모다. 이중 믹스 커피시장은 1조원 정도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캡슐커피 시장은 2018년 1000억원 정도였지만 코로나19를 거치며 2022년 4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커피가격 인상과 고물가 기조로 믹스·캡슐 커피 등 홈카페 시장 규모는 계속 커질 전망이다. 지난 10일 뉴욕 국제상품거래소(ICE)의 아라비카 원두 선물 가격은 0.45kg당 3.44달러(약 4936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들어서만 80% 가량 급등한 수준으로, 47년만에 최고치다. 브라질ㆍ베트남 등 주요 커피 원두 생산지의 가뭄 등 기후 위기로 생산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원두가격 인상으로 스타벅스와 동서식품 등 커피 업체들은 올해 들어 잇따라 가격을 올렸다.
업계 관계자는 “원두가격 인상이 계속될 추세라 내년에도 커피 가격은 인상을 피하기 어렵다”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홈카페 시장이 지금보다 성장할 것으로 보고 관련 제품 출시와 마케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jang.joo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