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부실 수사”, 법원 “검사 판단 합리성 인정”
청주지법 민사5 단독 노승욱 판사는 성폭행 피해로 경찰 조사를 받던 중 극단적 선택을 한 A양(당시 15세) 부모가 대한민국과 청주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19일 기각했다. A양은 2021년 5월 12일 충북 청주 한 아파트에서 친구 B양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숨진 두 여학생 모두 B양 의붓아버지 원모(59)씨에게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였다. 원씨는 징역 25년이 확정돼 현재 복역 중이다.
박씨에 따르면 A양은 2021년 1월 B양 집에 놀러 갔다가, 잠든 사이에 원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박씨는 A양 친구 부모에게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그해 2월 1일 경찰에 신고했다. 계부와 함께 지냈던 B양 피해 사실은 그해 2월 청주의 한 병원 정신과 진료 과정에서 드러났다. 3개월 넘게 경찰 조사가 진행됐지만, 원씨를 분리하지 않았다.
가해자 분리 기회 3번 놓친 검·경
A양 부모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씨 구속 사유가 충분했지만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박씨는 “경찰은 2021년 3월 10일 검찰 측에 A양의 진술이 일관되고 정신과 기록과 B양 피해 사실에 비춰 범죄의 상당성이 인정되는 점, 원씨가 증거인멸 우려를 넘어 이미 증거인멸을 시도하고 있는 점, 원씨와 B양이 단둘이 거주하고 있는 점 등 강조하며 구속 영장 발부를 강조했으나, 검찰이 반려했다”고 비판했다.
유족 “수사 지연돼 딸 잃었다”
이어 “2021년 5월 10일 경찰이 구속영장 신청했을 때 검찰이 접수 취소 방법으로 보완수사를 요구한 것 역시 합리성을 인정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날 판결을 지켜 본박씨는 “정의로운 판결을 원했는데…. 역시”라고 말하며 재판장을 나갔다. 박씨는 “재판부가 딸 사건을 배제한 채 B양 사건만 놓고 구속 영장 발부 적절성을 따진 것 같다”며 “최초 신고했을 때 신속하게 수사했더라면 딸이 세상을 등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