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국방송(KBS) 이사장과 문화방송(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위원회 이사장 등을 해임한 것은 부당했다는 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9일 서울행정법원은 남영진 전 KBS 이사장과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각각 낸 해임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모두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 2부(부장 고은설)는 이날 오후 남영진 전 이사장이 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피고(대통령)가 2023년 8월 원고(남 전 이사장)에 대해 한 해임 처분을 취소한다”고 말했다. 선고 이유는 법정에서 따로 밝히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듬해인 2023년 KBS·MBC·EBS 등 공영방송의 이사·이사장 등이 각종 이유로 교체되는 대규모 해임 사태가 벌어졌는데, 남 전 이사장도 그중 한 명이다. 지난해 8월 14일 방송통신위원회는’KBS 경영에 대한 관리·감독 의무 해태’ ‘법인카드 부정 사용’ 등을 이유로 남 전 이사장에 대한 해임안을 의결했고 같은 날 윤 대통령이 이를 재가했다.
남 전 이사장은 곧바로 불복소송과 함께 해임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 법원은 집행정지 신청은 받아주지 않았지만, 1년 4개월 뒤인 이날 결국 해임이 부당했다며 남 전 이사장의 손을 들어줬다. 다만 남 전 이사장의 임기는 올해 8월로 만료돼 이번 판결이 확정된다 해도 이사장으로 복귀하진 못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 김순열)도 이날 오전 권태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낸 해임 처분 취소 소송에 대해 “피고(방송문화진흥회)가 2023년 8월 원고(권 이사장)에게 한 이사 해임처분을 취소한다”고 주문했다.
재판부는 방송통신위원회가 권 이사장을 해임하며 이유로 들었던 ‘과도한 MBC 임원 성과급 인상 방치’ ‘MBC 및 관계사의 무리한 투자로 인한 경영손실 방치’ ‘MBC 안형준 사장 선임 과정에서 부실 검증’ 등이 모두 “정당한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이른바 주식 차명 소유 논란이 있었던 안형준 전 기자를 결국 사장으로 선정한 것에 대해, 재판부는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의혹이 제기된 경우 사장 선임 절차를 중지할지 당사자 소명을 듣고 추가적인 절차를 취할지는 정답이 없는 문제”라며 권 이사장을 해임할만한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당시 안 전 이사장과 12기 방문진 이사회는 안 사장에 대한 제보를 받은 뒤 토론을 거쳐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권 이사장은 이번 소송에 앞서 낸 집행정지 신청이 이미 지난해 9월 인용돼 현재 이사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임기는 원래 지난 8월까지였으나, 권 이사장이 방통위의 새 이사 임명을 막아달라며 법원에 낸 또 다른 신청이 받아들여져 새 이사 취임이 정지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