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자 스타머 총리가 6일 기자회견을 통해 “당시 관련 사건을 적극적으로 다뤘다”며 “선을 넘은 거짓말과 허위 정보”라고 머스크의 주장을 반박했다. 당초 이날 기자회견은 노동당 정부의 의료개혁 계획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됐지만, 이처럼 머스크 주장과 관련한 스타머 총리의 대응이 더 부각됐다. 로이터통신은 “그가 눈에 띄게 화가 난 채 기자회견에서 말했다”고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스타머 총리는 또 보수당을 겨냥해선 “극우가 말하는 것을 확대한다”고 비판했다. 그러자 케미 베이드녹 보수당 대표는 X를 통해 “스타머는 20년 전 노동당의 중상모략 전술(smear tactics)을 쓰고 있다”며 “이런 중요한 사건을 신경 쓰는 사람을 ‘극우’로 몰아가지 말라”고 즉각 반박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머스크는 “미국이 영국인을 독재 정부로부터 해방해야 하는가”를 묻는 온라인 투표를 자신의 X에 게재했다. 자신의 발언으로 영국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지만 아랑곳 않고 도발적인 행보를 이어간 셈이다. 머스크는 이밖에도 우익 성향인 나이젤 패라지 영국개혁당 대표와 불협화음까지 내며 X를 통해 영국 극우 운동가의 석방을 여러차례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영국 언론은 이런 머스크의 소셜미디어(SNS) 선동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관계로 인해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가디언은 6일자 사설에서 “머스크는 트럼프가 한때 트위터를 활용했던 것처럼 X를 사용해 미디어, 국회의원, 정당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수백만 명과 소통한다”며 ”영국은 아직 트럼프 지지자(trumpian)라는 독이 우물을 오염시킨 미국과 같지 않다”고 했다. 더타임스는 “트럼프는 이 논쟁에 개입을 자제해 왔으나, 머스크와 가까운 관계라는 사실은 심각한 리스크를 제기한다”고 지적했다.
영국뿐만 아니다. 그간 머스크가 유럽의 극우 세력을 지지하며 내정 간섭을 계속해왔다는 점에서 유럽 정상들도 우려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머스크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진 않으면서도 “10년 전만 해도 세계 최대 SNS의 소유주가 새로운 국제 반동 운동을 지원하고 독일을 포함한 선거에 직접 개입할 것이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느냐”고 말했다. 오는 9월 총선을 앞둔 노르웨이의 요나스 가르스퇴르 총리도 “머스크가 노르웨이 정치에도 간섭하려 시도하면 정치권이 단결해 그와 거리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