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母 이명희 지분 전량 매수…이마트 "책임경영 강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지난 달 방미 일정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 회장은 방미 일정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만나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지난 달 방미 일정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정 회장은 방미 일정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만나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뉴스1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모친인 이명희 총괄회장의 이마트 지분 전량을 사들인다. 이로써 이마트 최대주주인 정 회장의 지분율은 현재 18.56%에서 28.56%로 늘어나게 됐다. 지난해 계열 분리를 선언한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의 독자 노선이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정용진, 이마트 지분 28.56%로

이마트는 10일 임원·주요주주 거래계획보고서를 공시하고 정 회장이 이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 지분 10%를 주당 7만6800원에 매입한다고 밝혔다. 매수 규모는 총 2140억8600만원에 이른다. 정 회장은 다음 달 10일부터 오는 3월 11일까지 시간외거래로 매수할 예정이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주식 매매 계획에 대해 “정 회장이 이마트 최대주주로서 성과주의에 입각한 책임 경영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며 “불확실한 대내외 환경 속에서 정 회장 개인 자산을 투입해 이마트 지분을 매수하는 것은 이마트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책임 의식과 자신감을 시장에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 지분의 18.56%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 총괄회장(10%), 국민연금(8.2%) 등이 주요 주주다. ㈜신세계의 경우 정유경 회장이 지분율 18.56%로 최대주주다. 그 외에는 국민연금 11.2%, 이 총괄회장 10% 순으로 지분율이 높다. 두 남매의 모친인 이 총괄회장은 지난 2020년 남매에게 이마트·㈜신세계 지분을 각각 8.2%씩 증여했으며,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10%씩을 보유하고 있다. 

계열 분리 돌입한 신세계그룹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10월 백화점 부문과 이마트 부문의 계열 분리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마트 부문을 맡은 정용진 회장이 지난해 3월 회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백화점 부문을 이끌어 온 정유경 ㈜신세계 총괄 사장도 같은 해 10월 회장으로 승진하며 계열분리를 공식화했다. 당시 신세계그룹 측은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계열 분리 토대를 구축하기 위한 조치”라며 “향후 원활한 분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역량을 모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1년 이마트와 ㈜신세계로 기업을 분할한 이후 정용진 회장이 이마트를, 정유경 회장이 백화점을 운영하는 ‘남매 경영’ 체제를 유지해왔다. 계열 분리를 위한 사전 준비는 약 5년 전부터 시작됐다. 지난 2019년 백화점 부문과 이마트 부문을 신설하며 ㈜신세계와 ㈜이마트가 각 부문의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하도록 하면서다. 이에 따라 이마트 부문은 이마트, 스타필드, 스타벅스, 편의점과 수퍼 사업을 전개하고, 백화점 부문은 신세계백화점을 필두로 패션·뷰티, 면세, 아울렛 사업에 주력했다.

계열 분리에는 수년 걸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다만 계열 분리 작업이 완료될 때까지는 수년의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계열사 지분 정리 등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시하는 요건을 충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지분 정리가 필요한 대표적인 곳은 SSG닷컴이다. 현재 이마트가 45.6%, 신세계가 24.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신세계의정부역사는 신세계 27.55% 광주신세계가 25%, 이마트 계열사인 신세계건설이 19.9%의 지분을 갖고 있다. SSG닷컴은 이마트로, 신세계의정부역사는 ㈜신세계로 각각 지분을 몰아주며 정리할 가능성이 크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계열 분리는 1~2년 내에 끝낼 수 있는 작업이 아니다.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신세계그룹 총수(동일인)도 여전히 이명희 총괄회장”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