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발의 전부터 ‘14일 또는 16일 본회의 처리’ 방침을 못 박으며 속도전을 예고했다. 이날 안건도 법안 숙려 기간인 20일을 채우지 않은 채 거수 표결로 상정했다. 국민의힘 의원 7명이 반대했고,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 10명이 찬성했다. 여당은 “베이커리에서 케이크 찍어내듯 법안을 찍어내느냐”(유상범) “조기 대선으로 가려는 조급증”(조배숙)이라고 반발했지만 정청래 위원장은 “전 국민이 불안해 내란 불면증을 겪고 있다. 한시가 급하다”고 반박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12·3 비상계엄을 빙자한 내란죄가 이미 만들어졌고 그 뒤에 위법상태가 계속 유지되고 있다”며 “여당 의원 안내로 국회에서 ‘백골단’을 자처하며 윤 대통령의 체포를 막겠다고 하는 것 또한 제2의 내란 행위”라고 주장했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석열 체포는 공수처와 경찰에, 파면은 헌법재판소에 맡기고 내란 특검 통과를 준비하자”고 말했다.
민주당은 그간 여당이 ‘독소 조항’이라고 지적한 특검 추천 조항을 정비한 점을 특히 강조했다. 새 특검법엔 조희대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를 모두 추천하게 돼 있고, 국방 외교 등 기밀 사항과 관련해서는 언론브리핑을 할 수 없게 하는 등 위헌 요소를 상당 부분 덜어냈다는 게 민주당 주장이다. 김석우 법무부 장관 권한대행은 이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새 법안에 대해 “그동안 정부 측에서 지적했던 핵심적인 위헌 요소가 많이 삭제된 것으로 확인이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당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을 중심으로 자체 내란특검법안 수정안 마련에 착수했다. 주 위원장은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수사 범위를 비상계엄 선포 후 해제까지 6시간을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야당 안대로면 수사 대상이 무한정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새 특검법안에) 선전선동과 외환(外患)죄가 들어간 게 문제”라며 “그런 걸 덜어내고 특검을 만들면 수사권 논란이 정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특검에서 신병 문제도 처리하게 될 테니 (국수본도) 체포영장을 무리하게 집행해 갈등 일으키지 말고 기다리는 게 맞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지난 9일 한 인터넷 언론사의 카메라에는 권영세 비대위원장이 본회의 도중 누군가가 보낸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중단을 전제로 내란 특검을 논의하면 어떠냐”는 문자에 “생각하고 있다”고 답하는 장면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선 “또다시 야 6당이 강행 처리하는 그림이 펼쳐질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다. 이 경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 여부와 그 이후 재표결에서 여당 이탈표 규모에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 관계자는 “대법원장에 추천권이 주어진 만큼 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고, 설령 행사하더라도 이번엔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관계자는 “독소조항이 해소되지 않은 만큼 여전히 100명 이상이 반대할 것”이라고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