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난 음식, 맛난 우리술 〈끝〉
한국인 고객들에 의해 메뉴 계속 보강
네팔 구릉족 출신의 주인장 부부 죠띠 구릉(41)과 남편 기스너 구릉(42)은 김치찌개, 닭볶음탕, 계란말이, 제육덮밥, 수제비 등 다양한 한식을 선보이고 있지만 한국에는 단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다. 심지어 한식당에서 근무해본 적도 없다. 그런데 어떻게 이처럼 다양한 한식을 선보이고 있으며 심지어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식당보다 더 인기일까?
원래 이 식당은 한식이 아닌 뚝바, 모모 등 평범한 네팔음식을 팔던 곳이다. 2004년경 히말라야 트레킹을 왔다가 우연히 방문한 여러 한국인이 인심 후한 죠띠 사장을 보고 어떤 남성은 김치 담그는 법을, 어떤 자매는 찌개·계란말이·김치전 만드는 법을 가르쳐 줬다. 부부는 당시 갓 태어난 딸 소비따(21)의 이름을 따서 상호명도 바꾸었다. 여러 다른 한국인 관광객들에 의해 메뉴는 계속 보강됐고 어떤 이는 한국인을 위한 음식 메뉴판까지 만들어 줬다. 마음 따뜻한 한국인의 정이 만리타국 식당에 차곡차곡 지층처럼 쌓여갔다고나 할까.
이후 소비따네는 험준한 히말라야 트레킹을 다녀와 지친 한국인 관광객들에게 다양한 한식을 선보이는 곳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2016년 지금의 넓은 자리로 확장 이전했다. 작년부터는 택시기사였던 남편까지 본격 합류했다. 고추장, 라면 등 대체 불가한 식재료는 한국에서 어렵게 구해오고, 쌀은 현지에선 주로 인디카를 먹기에 자포니카로 유일하게 구할 수 있는 일본쌀을 사용한다. 식당 가장 구석에선 직접 닭을 키운다. 덕분에 계란말이 등은 물론 닭백숙, 닭볶음탕, 닭죽 등 다양한 한국식 닭요리도 맛볼 수 있다.
소비따네에는 한국인 관광객을 위한 또 다른 비기가 있다. 직접 양조해서 판매하는 네팔식 전통 막걸리 ‘창(Chang)’과 소주 ‘럭시(Raksi)’다. 두 술은 네팔 전역에서 나는 기장, 쌀, 밀, 옥수수, 보리 등 다양한 곡물을 사용해서 만드는데 우리로 치면 기장과 비슷한 곡물인 꼬도(Kodo)로 빚은 술을 가장 높게 친다. 소비따네는 꼬도와 함께 쌀을 사용해 네팔 누룩으로 술을 빚어 제공하는데 그 모습이 마치 옛 주막에서 막걸리를 빚어 과객들에게 판매하던 모습과 유사하다. 창의 시큼털털하고, 럭시의 톡 쏘는 맛조차도 우리술과 매우 유사하다.
세계 곳곳에 막걸리 양조장 생기고 있어
한국의 막걸리는 1988년을 기점으로 맥주에게 최다 시장점유율 주종의 위치는 내줬지만 2023년 출고금액 기준으로 맥주, 희석식소주에 이어 세 번째로 소비자들이 많이 소비하는 주류다. 2021년에는 ‘막걸리 빚기’가 국가무형유산(당시 국가무형문화재) 제144호로 지정됐고, 향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한 뜀박질을 하고 있다.
2010년경에는 일본인 관광객들의 관심을 시작으로 일본에 막걸리 열풍을 일으켜 많은 수출을 이루어 냈고, 결국 일본 고유의 도부로쿠(濁酒) 시장이 확장되기도 했다. 요즘 들어선 한류 영향으로 K푸드가 인기를 끌면서 베트남 등 쌀 문화권으로 막걸리 수출량도 증가 추세에 있다. 네팔처럼 가양주 형태로 남아 명맥을 이어 나아가는 곳도 있지만 아시아 지역 대부분에선 맥주, 와인, 보드카, 위스키 등에 밀려 자신들의 전통주임에도 불구하고 마이너한 주류로 산업화에서 뒤쳐져 있다.
한국은 쌀 문화권에서 가장 막걸리를 잘 지켜왔고 제일 맛있게 만들고 잘 마신다고 할 수 있다. 지금은 미국 뉴욕의 ‘하나 막걸리(Hana makgeolli)’, 프랑스 파리의 ‘메종 드 막걸리(Maison de makoli)’, 영국 런던의 ‘오감 타파스 바(Ogam tapas bar)’ 등 전 세계 방방곡곡에 막걸리를 포함한 우리 전통주 양조장들이 생겨나고 있다. 우리가 막걸리를 포함한 전통주에 더 관심을 갖고 더 자부심을 가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