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나훈아는 노래 인생 마지막 곡으로 자신이 작사·작곡한 ‘사내’를 골랐다. ‘사내답게 살다가 사내답게 갈 거다’란 노랫말에 자신의 이름을 넣어 부르는 동안 그의 눈시울은 붉어지기 시작했다.
그는 지난 10~1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SPO돔에서 열린 ‘2024 고마웠습니다-라스트 콘서트’를 끝으로 마이크를 내려놨다. 그는 객석을 빈틈없이 채운 관객들에게 “구름 위를 걷는 스타로 사는 게 좋을 것 같아도 사는 게 쉽지 않았다. 이젠 땅 위를 걷겠다”며 작별인사를 했다. “절대 울지 않겠다”고 했지만 팬들의 꽃다발 선물 세례에 참았던 눈물을 보였다.
1967년 데뷔한 그는 58년 동안 불꽃같은 가수 인생을 걸으며 ‘가황(歌皇)’의 자리를 지켰다. 지금까지 낸 앨범은 200장이 넘고, 1200여 곡의 자작곡을 포함해 2600여 곡을 취입했다. 마지막 무대에서 그는 “내가 노래하는 동안 11명의 대통령이 바뀌었다”며 ‘고향역’ ‘홍시’ ‘사랑’ ‘영영’ ‘고장난 벽시계’ 등 히트곡을 이어 불렀다. ‘물레방아 도는데’는 스크린 속 자신의 80~90년대 음성과 듀엣으로 들려줬다. 흰 수염, 백발의 나훈아와 수줍은 미소의 청년 나훈아 모습이 대비됐다.
그는 남진과 나훈아 라이벌 구도가 심화했던 70년대 “남진이 사주했다”고 주장하는 괴한으로부터 테러를 당한 적도 있다. 2008년 일본 폭력조직에 의한 신체 절단설 등의 괴소문에 나자 기자회견을 열어 “바지를 내려 보여드리면 믿겠습니까”라며 바지 지퍼를 내리는 파격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는 나훈아의 거침없는 발언과 행동은 민감한 시사 이슈에도 예외는 없었다.
지난 10일 ‘라스트 콘서트’ 서울 공연에서도 “왼쪽이 오른쪽을 보고 잘못했다고 생난리다. 니는 잘했나?”라며 현재 정치 혼란 상황을 언급했다. 이에 야권이 반발하는 등 논란이 불거지자 12일 공연에서 그는 “양쪽 다 문제 있다는 얘기”라며 “둘이서 나눠 가지고 누가 잘났네 하고 있다”고 일침했다.
전국에 열풍을 일으킨 그의 무수한 히트곡 중 최신곡은 2020년 발표한 ‘테스형’이다. 마지막 무대에서 나훈아는 테스형의 이름을 빌려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꿈에 테스형이 나온다. 테스형이 하는 이야기가, 주변 신경 쓰지 말고 혼자 제대로 시간을 보내라고 한다. 하고 싶은 것을 다 해보겠다”면서 “또 중요한 것 하나는 힘들게 번 돈 다 쓰고 죽어야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