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재집행을 앞두고 대통령경호처와 국방부에 협조 공문을 발송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재집행하기 위해 국방부·대통령경호처에 협조 공문을 보냈다고 13일 밝혔다. 윤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한 ‘체포 시나리오’를 준비한 데 이어 전날 공문 발송까지 마친 공수처는 이르면 15일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쪽에 무게를 싣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 3일 윤 대통령 체포가 무산된 이후 줄곧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와 영장 재집행 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대통령 관저 내에서 대치 상황이 발생할 경우 경호관 등을 현행범으로 체포하기 위한 법리 검토를 이어왔다. 관저에서 윤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한 이후 과천정부청사 공수처 영상조사실까지 데려와 조사하고, 서울구치소에 구금하는 등의 동선 점검도 끝마친 상태다.
공수처가 12일 발송한 협조 공문엔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재차 막을 경우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경호처에 대해선 경비안전본부장·경호본부장·기획관리실장 등 지휘부 6명을 지목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직권남용 등에 따른 형사처벌 가능성과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물론 연금 수령 제한 등의 불이익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영장 집행을 방해할 경우 국가공무원법과 공무원연금법에 따라 공무원 자격 상실 및 재임용 제한, 공무원 연급 수령 제한 등 불이익이 따를 수 있다”면서다.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기 위해 대통령관저에 진입한 공수처 소속 검사와 수사관, 경찰이 육군 수방수 55경비단에 둘러싸인 모습. 뉴스1
국방부의 경우 33군사경찰대·55경비단 등 대통령경호처 파견 부대가 협조 대상으로 지목됐다. 이 부대엔 장교·부사관뿐 아니라 의무복무 사병들도 있다. 경찰에 따르면 경호처는 지난 3일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집행 당시 공수처 소속 검사·수사관과 경찰을 막기 위해 이들 사병까지 동원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 6일 브리핑에서 “현장에서 영상 채증한 것을 토대로 사병들이 (영장 집행 방해에) 어느 정도 동원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공수처는 공문을 통해 “국방부는 국방부 소속 구성원들이 관여돼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사전에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
지난 12일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에 배치된 미니버스와 경호 인력들. 연합뉴스
공수처는 체포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관저에 동원된 경호처 직원들을 염두에 두고 공문에 ‘부당한 지시에는 불응하라’는 취지의 내용도 담았다. “경호처 직원의 경우 영장 집행을 막으라는 위법한 명령에 따르지 않더라도 직무유기죄 성립 등 명령 불이행에 따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면서다.
박종준 전 경호처장의 사표와 김성훈 경호처 차장(경호처장 대행) 등을 상대로 진행되는 경찰 수사로 지휘부의 리더십에 균열이 생긴 상태에서 발송된 공수처의 공문으로 경호처 소속 직원들의 심리적 동요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영장 집행을 방해하라는 지시를 이행하다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혐의가 적용될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지고 공무원 연금까지 감액되는 반면, 지시 이행 거부에 대해선 공수처가 그 명분과 법리 검토 결과까지 제시하며 안전판을 마련해줬기 때문이다.
박종준 전 대통령 경호처장은 지난 10일 경찰에 출석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 이날 경찰 출석 전 사표를 제출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를 수리했다. 뉴스1
경찰은 지난 10일에 이어 이날 서울과 경기 남부, 북부 등 수도권 경찰청 광역수사단 총경급 지휘관들을 소집해 윤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1000여 명의 체포조를 동원하겠다는 방침을 정하고, 구체적 집행 계획과 장비 등을 점검했다.
윤 대통령 측은 공수처의 공문 발송을 “대통령 경호 인력들의 경호 지원 활동을 위축시키기 위한 이간계”라고 비판했다. 석동현 변호사는 이날 브리핑을 열고 “공수처의 이런 체포 관련 겁박은 탄핵소추 피청구인인 윤 대통령의 방어권에 심대한 제약을 가하는 행위”라며 “국가원수를 공수처에 데려가 심문하겠다는 알량한 목표의식으로 대통령에 대해 경찰을 대량 동원하고 장비까지 쓰겠다는 것은 국민적 지탄을 받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 측 석동현 변호사는 13일 공수처의 공문 발송에 대해 "방어권에 제약을 가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뉴스1
석 변호사는 공수처가 영장 집행을 방해할 경우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고 압박한 데 대해선 “공수처가 겁박성 공문의 내용처럼 경호처와 국방부 산하 경호인력을 체포할 경우 저를 포함해 뜻 있는 변호사들이 나서서 변론으로 도와줄 것”이라며 “대통령 경호 임무를 맡은 경호처 직원들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공수처 조사에 대해선 진술을 거부하겠다는 점도 재차 강조했다. 석 변호사는 “공수처가 온갖 무력적인 무리수로 윤 대통령을 체포해 대통령에게 심문이라는 형태로 묻는다 해도 대통령은 아무 이야기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같은 상황이 예정됐음에도 공수처는 현직 대통령을 강제로 체포해 끌고 간 뒤에 구금 시설에 잡아 가두는 그 모양을 보여주기 위해 망신주기에 나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진우·김정민 기자 dino87@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