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산물 이어 기름값까지 '들썩들썩'…깊어진 자영업자 시름

13일 한국석유공사(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L당 1702.3원으로 새해 들어 31.65원(1.9%) 상승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시민이 주유를 하고 있다. 뉴스1

13일 한국석유공사(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L당 1702.3원으로 새해 들어 31.65원(1.9%) 상승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시민이 주유를 하고 있다. 뉴스1

강원도 원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윤모(36)씨는 요즘 한숨이 잦다. 지난달 계엄사태 이후 고객 발길이 급격히 준데다 새해 들어 기름값은 물론 채소 등 식재료값이 들썩이고 있어서다. 윤씨는 “식당 매출은 쪼그라드는데 배추ㆍ무값 등 식재료 가격이 다시 오르고 있어 장보기가 두렵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지갑이 닫힌 데다 고물가까지 겹치면서 자영업자의 시름이 깊다. 기름값은 다섯달 만에 L당 1700원을 넘어섰다. 13일 한국석유공사(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L당 1702.3원으로 새해 들어 31.65원(1.9%) 상승했다. L당 1700원 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8월 10일(1700.22원) 이후 다섯달 만이다. 지역별로 주유소 기름값(휘발유)이 가장 비싼 서울은 지난달 초 L당 1700원 선에서 현재(13일) 1770.17원까지 한달여 만에 4% 넘게 뛰었다. 경유 가격(전국 평균)도 L당 1551.8원으로 같은 기간 4.9%올랐다.  

기름값 상승세가 두드러진 것은 새해 국제유가가 고공 행진하면서다. 미국 영향이 크다. 미국 동부 한파 예고에 에너지 수요가 는데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 원유에 대한 제재를 가하면서 오름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러시아의 전쟁 자금조달의 주요 수입원인 석유 거래를 막기 위한 조치다. 유럽ICE선물거래소에 따르면 한국시간으로 13일 오후 4시 기준 브렌트유는 배럴당 81.35달러에 거래됐다. 넉달여 만에 최고가다. 미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올해 들어 8.6% 뛴 77.92달러에서 움직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제유가는 2~3주가량 차이를 두고 국내에 반영되기 때문에 당분간 기름값 오름세는 이어질 수 있다.  

기름값뿐이 아니다. 새해부터 농ㆍ수산물 가격도 들썩여 식당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의 재료 가격과 설 명절을 앞둔 ‘장바구니’ 부담이 커지고 있다. 1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마른김 10장 평균 소매가격은 지난 10일 기준 1562원이다. 김 한장 값은 156.2원으로 1년 전(100원)보다 50원 넘게 뛰었다. ‘국민 생선’으로 꼽는 고등어(국산 염장 두 마리) 평균 소매가격도 지난 10일 기준 6276원으로 지난해보다 37% 비싸다. 통계청에 따르면 12월 전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9% 올랐는데 수산물 물가 상승률은 3.1%로 훨씬 높았다. 농산물 물가 상승률 2.6%보다도 높은 수치다.

폭염으로 작황이 부진한 배춧값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소매 가격은 지난 10일 기준 한 포기에 4928원으로 1년 전보다 55.8% 뛰었다. 무는 한 개에 3182원으로 1년 전보다 76.1% 올랐다. 


최근 원화값 약세(환율은 상승)도 식재료는 물론 원유 수입가격 오름세를 부추겼다.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전 거래일보다 달러당 5.8원 하락한 1470.8원(주간 종가 기준)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30일 이후 약 2주 만에 다시 1470원대로 미끄러졌다.

한편, 정부는 설 연휴를 앞두고 물가안정 대책을 고심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농식품부는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배추 등 비축물량 1만1000t을 하루 200t 이상씩 시장에 공급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