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尹 방어권 보장' 회의, 시민단체·직원 반발로 무산

국가인권위원회가 13일 전원위원회를 열고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 방어권 내용이 담긴 안건을 상정하려 했으나, 시민단체 활동가 및 인권위 직원 등이 막아서면서 회의가 미뤄졌다.

인권위는 이날 오후 3시 제1차 전원위원회에서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의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을 심의할 예정이었다. 이 안건은 윤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과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 철회 및 대통령 권한대행 복귀 등을 권고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회의 시작 20분 전인 오후 2시 40분부터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세우기 공동행동 등 시민단체 활동가 10여명이 인권위 14층에 있는 회의실에 인권위원들이 진입하는 것을 막아섰다. 회의실 앞 좁은 복도에는 시민단체 활동가 및 공무원 60여 명이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인권위 직원들은 ‘인권위 직원들은 인권 업무를 하고 싶다’ 등의 손피켓을 들고 늘어서 “내란공범 인권위원 즉각 사퇴하라”라고 구호를 외쳤다.

13일 오후 3시쯤 국가인권위원회 제1차 전원위원회 개회를 앞두고 김용원 인권위 상임위원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회의실 앞에서 대치하고 있다. 김 위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방어권을 보장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안건을 발의했다. 이아미 기자

13일 오후 3시쯤 국가인권위원회 제1차 전원위원회 개회를 앞두고 김용원 인권위 상임위원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회의실 앞에서 대치하고 있다. 김 위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방어권을 보장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긴 안건을 발의했다. 이아미 기자

오후 2시쯤 안건 상정을 주도한 김용원 인권위 상임위원이 등장하자 격한 고성이 오갔다. 김 위원은 회의실 진입을 두고 약 1시간 동안 시민단체 활동가와 대치했다. 안창호 인권위 위원장 역시 회의 참석을 위해 오후 3시쯤 회의실 앞에 도착했으나, 직원과 시민단체의 반발로 3분 후 돌아갔다.

이후 전원위 방청을 위해 방문한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과 면담을 한 안 위원장은 4시 35분쯤 “회의를 열어 제출된 안건을 논의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시민단체에 재차 요청했지만 이를 거부하는 활동가들에게 막혀 10분간 대치 후 돌아갔다.


13일 오후 4시 30분쯤 안창호 인권위 위원장이 회의실에 들어가려는 것을 시민단체 및 인권위 직원들이 저지하고 있다. 이아미 기자

13일 오후 4시 30분쯤 안창호 인권위 위원장이 회의실에 들어가려는 것을 시민단체 및 인권위 직원들이 저지하고 있다. 이아미 기자

인권위는 이날 오후 5시 30분쯤 전원위를 개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정확한 일정은 전해지지 않았지만 다음 주에 다시 전원위를 열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인권위 홈페이지 회의·행사 일정에 올라온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의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은 인권위 김용원·한석훈·김종민·이한별·강정혜 위원이 공동 발의했다. 안 위원장이 전원위에 상정하기로 결재까지 마친 상황이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등 시민단체는 오전 10시 30분쯤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란 세력에 동조하는 안건이 인권위에 상정되고 의결되면 인권위의 존재 의미를 잃는다”고 강력하게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