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주변도 판치는 법사…욕하면서도 무속 찾는 한국, 왜

추천! 더중플 - VOICE:세상을 말하다
무속, 진실과 오해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무속인들과의 관계에 대해서 여러 논란이 있었다. 대선 경선 TV토론 당시 윤석열 후보가 손바닥에 ‘왕(王)’자를 새긴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윤 대통령 부부와 친분이 있는 ‘건진법사’ 전성배 씨도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지난 10일 불구속 기소됐다. 용산 대통령실 이전 과정에는 대통령의 스승을 자처해온 천공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후 지난 2년여 간 공교롭게도 천공과 윤 대통령은 시차를 두고 부정선거 의혹, 포항 석유·가스 매장 등 현안에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이밖에 윤 대통령 부부와 사적인 관계를 이어오며 총선 공천개입 의혹이 불거진 명태균 씨가 “장님 무사” “앉은뱅이 주술사” 같은 말을 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12·3 계엄사태 계획·실행과정에 깊게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며 구속 기소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도 역술인으로 활동 중이었다.

 
일련의 사건을 보면 권력층과 무속이 얼마나 연관을 맺고 있는지 궁금해지게 된다. 무속은 원래부터 이랬을까. 대한민국 정치·사회를 뒤덮고 있는 무속의 실체와 본질은 무엇일까. 더중앙플러스 ‘VOICE:세상을 말하다’ (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101)에선 문화심리학자 한민 교수 인터뷰를 통해 한국 무속의 역사와 실체, 우리나라 종교의 독특한 특성이 한국인의 정체성과 어떤 맥락에서 닿아있는지 풀어냈다. 이 밖에 풍수학 관상학 전문가 등의 이야기를 실었다.

① 무속을 욕하면서도 찾는 이유

모든 국민이 태몽을 꾼다. 새 차를 사면 으레 바퀴에 막걸리를 붓고 ‘무사고’를 기원한다. 입시·입사 시험 땐 명산대천을 찾아 기도한다. ‘교인도 점 보러 간다’는 말이 나온다. 사주·타로 카페, 점집은 늘 문전성시다. 남녀노소 안 가리고 점을 친다. 최근 『숭배하는 자들, 호모 피델리스』라는 책을 펴낸 문화심리학자 한민 교수는 “한국인이 무속에 의지하는 건 한국인만의 독특한 욕망과 두려움이 투영된 현상”이라고 말했다. 

문화심리학자 한민 교수가 중앙일보 VOICE팀과 인터뷰하고 있다.

문화심리학자 한민 교수가 중앙일보 VOICE팀과 인터뷰하고 있다.

우리가 ‘미신’이라 통칭하는 무속은 동북아시아 샤머니즘의 한 갈래에서 뻗어 나와 오랫동안 이어져 온 한국의 민속 신앙이다. 다만 북방 샤머니즘과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신을 마주하는 방식이다. 한 교수는 “한국 무당은 신의 세계로 직접 가지 않고, 신을 모셔온다는 게 특수한 지점”이라고 말했다. 한국 무당은 왜 굳이 신을 불러올까. 그리고 왜 ‘떼를 쓰는’ 방식으로 신이 소원을 들어줄 때까지 돈을 쓰고 굿을 할까. 어떤 문화적 특성이 한국 무속에 투영된 걸까. 무속을 비난하면서도 사람들은 왜 기성 종교 대신 무속을 찾는 걸까.

신을 대하는 자세가 마치 부모에게 떼쓰는 자식과 같다.
그렇게 볼 수 있다. 신과 인간관계를 그렇게 분석한 게 프로이트다. 신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에 있어, 특히 기독교에서 ‘부자(父子) 관계 회복’을 종교의 개념으로 강조한다. 우리나라는 모자(母子) 관계가 그렇다. 


그래픽 이경은

그래픽 이경은

무당에게 떼를 쓰고, 때로는 혼도 난다.
굿하는 과정에서 신이 무당을 통해 인간을 혼내고, 또 결국 안아주고 갈등을 푼다. 그런 모습이 부모·자식 관계를 반영한 게 아닌가 싶다. 한국 무속에서 신이 무당을 선택하는 과정도 눈여겨볼 만하다. 특히 ‘신내림’을 받는 무당인 강신무(降神巫)는 신병을 앓는다. 신이 대상을 점지한다. ‘신내림’을 받아들이는 ‘내림굿’을 받기 전까지 무당은 매우 힘들고 괴롭다. 정신적으로 힘들다. 우리나라 부모·자식 관계도 이와 비슷한 지점이 있다. 엇나가는 자식을 어떻게든 바른길로 인도한다. 자식을 너무 사랑해서 그렇지만 한편으론 괴롭힘이기도 하다. 신과 인간관계에서 부모와 자식 관계가 엿보인다. 

그래픽 이경은

그래픽 이경은

한 교수는 인터뷰에서 한강을 중심으로 남북으로 나뉜 한국 무당의 지역별 계보와 무당이 행하는 굿의 종류와 의미는 무엇인지 상세히 풀어냈다. 우리가 접하는 무당은 어떤 계열에 속할까. 또 역사 드라마에 등장하는 한국만의 저주문화는 어떤 게 있는지, 구체적인 ‘저주술’은 어떤지도 자세히 전했다. 이밖에 한국만의 강한 종교성 발현의 이유와 기독교가 유독 성행한 이유, ‘K-귀신’만의 특징도 인터뷰에서 풀어냈다. 

신과의 만남, 무속의 모든 것

② 명당의 조건, 풍수학

김두규(64) 우석대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묫자리는 ‘무덤’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라고 말했다. 과거 신행정수도 건설추진위 자문을 비롯해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을 맡았던 김 교수는 강원도·경북도청 이전 등에 참여한 국내 풍수학 대가다. 조선 시대로 치면 지관(地官) 일을 해왔던 김 교수는 “시대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선영(先塋)은 ‘산 사람’에게 더 중요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좋은 묫자리와 나쁜 묫자리는 어떻게 다를까.

김두규 우석대 교수. 중앙포토

김두규 우석대 교수. 중앙포토

그는 “조선 시대 ‘파묘’는 일종의 권력 쟁탈전이었다”라며 과거부터 지금까지 ‘정치 투쟁의 도구’로 쓰인 풍수와 권력, 인간 운명의 관계를 논했다. ‘묫자리’는 어떻게 현대사에 이르기까지 정치가들의 권력욕이 투영된 일종의 ‘신전’이 됐을까. 김대중 전 대통령, 이해찬 전 총리를 비롯해 김덕룡·한화갑·이인제·정동영 등 대권에 나선 유력 정치인들의 선영 파묘·이장 현장을 가까이서 지켜 봐온 김 교수가 명당의 조건이 무엇인지, 왜 여전히 풍수는 중요한 결정 과정에 앞서 고려할 수밖에 없는지 등을 이야기했다.

풍수학 대가 말한 '명당'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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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 후 뼈 색깔 보면 딱 안다” 현실판 최민식 찍은 최악 흉지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33581 

③ 얼굴에 담긴 운명, 관상학

지난 50년간 주역(周易)을 연구한 한국 최고의 주역 학자 초운(草雲) 김승호 선생은 주역의 원리를 통해 인간의 관상을 연구해왔다. 인터뷰에서 그는 얼굴형·눈·코·귀·입·인중·머리카락 등 얼굴 이목구비에 담긴 주역 원리와 관상학적 의미를 구체적으로 풀어냈다. 그는 "관상이든, 경치든, 물건이든 모두 주역을 통해 그 형상의 뜻이 밝혀진다"며 "인간도 오장육부가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운명이) 결국 단순한 형태인 얼굴에 드러난다"며 "얼굴은 ‘껍질’이 아닌 ‘결론’”이라고 말했다.

그래픽 최수아

그래픽 최수아

이목구비의 이상적인 위치는 어디며 모양은 어떨까. 부자들의 이목구비에는 우리가 모르는 공통점이 따로 있는 걸까. 코와 귀는 큰 게 마냥 좋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사실일까. ‘매부리코’ ‘부처님귀’ ‘주걱턱’ 등 개인마다 코와 귀, 턱의 특징도 제각각이다. 이런 특징은 관상학적으로 무엇을 의미할까. 만약 나의 관상이 좋지 않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그는 인터뷰 말미에서 유독 겸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선생은 “관상은 곧 심상(心想)”이라며 "관상이 나빠도 마음을 바꾸면 운명이 바뀐다. 얼굴과 마음의 상호작용이 중요하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