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용산·3기 신도시 '로또' 예고…3중 벽에 당첨 어렵다 [안장원의 부동산 노트]

안장원 부동산선임기자

안장원 부동산선임기자

새해 분양시장이 벽두부터 술렁이고 있다. 당첨만 되면 7억원 정도의 시세차익을 기대할 수 있는 ‘로또’가 분양하기 때문이다. 이달 분양 예정인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6구역을 재건축하는 래미안원페를라다. 국민주택 규모인 전용 84㎡ 분양가가 22억원 정도로 예상된다. 인근 새 아파트 시세는 최고 실거래가가 29억3000만원이고 호가는 33억원까지 나간다.  

새해에도 주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로또 분양'이 잇따를 전망이다. 사진은 시세보다 7억원가량 저렴하게 이달 분양예정인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6구역 재건축 단지)래미안원페를라) 공사 현장. 사진 삼성물산

새해에도 주변 시세보다 훨씬 저렴한 '로또 분양'이 잇따를 전망이다. 사진은 시세보다 7억원가량 저렴하게 이달 분양예정인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6구역 재건축 단지)래미안원페를라) 공사 현장. 사진 삼성물산

지난해 강남 청약경쟁률 289대 1

 
올해도 로또 분양이 잇따를 예정이어서 지난해 되살아난 청약열기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코로나19 이후 고금리 쇼크로 가라앉았던 분양시장이 지난해 완연한 회복세를 나타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2021년 전국 19대 1이던 1순위 청약경쟁률이 2022년 7대 1로 고꾸라진 뒤 2년 연속 상승하며 지난해 12대 1까지 올랐다. 서울은 2021년 164대 1에서 2022년 10대 1로 주저앉았다가 지난해 100대 1을 뛰어넘었다.  

지난해 분양시장 회복세에도
일부 지역 뜨거운 양극화 심화
강남·용산·3기 신도시 '로또' 예고
분양가 오르고 경쟁 치열할 듯
하지만 겉보기와 달리 지난해 분양시장은 양극화가 극심했다. 명암이 비슷하게 나뉜 게 아니라 일부만 전체를 밝힐 정도로 휘황찬란했다. 일반공급 물량으로 보면 전국의 5%에 불과했던 서울이 청약자(누적 60만명)로는 전체(150만명)의 40%를 차지했다. 서울에서는 25개 구 전체 물량의 25%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에 청약자 70%가 몰렸다. 강남3구 경쟁률이 289대 1로 이외 지역(40대 1)의 7배였다. 강남3구의 청약 돌풍을 전국 규모에서 보면 물량은 한 줌(1%)이지만 청약자는 28%였다.  

분양시장 음지에선 미분양이 속출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미분양이 전국 6만5000가구로 2023년 말 6만2000가구보다 되레 늘었다. 서울 미분양 사정도 나아지지 않았다. 지난해 5월 분양한 서대문구 S아파트는 이달 초 여덟 번째 미분양 청약을 진행했다. 분양 이후 3년 정도의 공사를 거쳐 다 지었는데도 팔리지 않은 장기 악성도 쌓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 미분양(931가구) 3가구 중 2가구(603가구)가 준공 후 미분양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분양 기간이 늘어나면 시장에서 찍혀 수요자가 아예 쳐다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분양가가 가른 양극화 희비

 
분양가 규제가 양극화를 날카롭게 갈랐다. 강남3구는 주변 시세가 아니라 감정평가한 땅값과 정부가 정한 건축비를 합쳐 가격을 산정하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지역이다. 전국에서 강남3구와 용산구만 남아있다. 지난해 용산에선 분양이 없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상한제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내려가다 보니 로또로 불리고 집값이 비싼 지역일수록 로또 액수가 커진다. 지난해 최대 로또는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펜타스였다. 전용 191㎡가 52억원에 분양했는데 같은 크기가 지난해 7월 91억원에 실거래됐다. 시세차익이 39억원이다.  

강남 상한제 다음으로 꼽히는 로또는 같은 상한제 적용을 받는 신도시·택지지구 아파트다. 서울이나 3기 신도시 공공분양의 인기가 높다.  

시세를 넘나드는 고분양가는 분양시장에 그늘을 지운다. 공사비 급등 등으로 분양가가 뛰었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민간 아파트 분양가 통계를 보면 지난해 11월 기준 서울 분양가가 3.3㎡당 4700만원으로 2023년 말보다 35% 상승했다. 2023년까지 15억원을 밑돌던 강동구 전용 84㎡ 분양가가 지난해 11월 20억원을 넘어섰다. 강동구 최고 실거래가가 20억4000만원이다.  

업계는 “분양률을 높이려면 분양가를 낮추는 게 상책이지만 원가 부담에 가격을 내리기가 힘든 실정”이라고 하소연한다.  

분양가 상승은 상한제 단지도 마찬가지이긴 하다. 건축비에 공사비 상승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분양하는 서초구 방배6구역 분양가는 지난해 8월 인근 방배5구역 분양가보다 3.3㎡당 300만원가량 오른 금액이다. 전용 84㎡ 기준으로 1억원 정도다.  

잠실르엘 조감도

잠실르엘 조감도

그런데도 상한제가 여전히 로또인 것은 기존 주택시장의 엇갈리는 집값 움직임 때문이다. 강남에선 집값이 분양가보다 더 많이 올라 분양가 상승에도 로또가 더 커진다. 강남 이외에선 집값이 주춤거리고 분양가만 올라 분양가 경쟁력이 떨어진다.  

올해 로또 당첨은 지난해보다 더욱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강남3구에 나올 상한제 물량이 많이 줄어든다. 현재 확실한 단지는 래미안원페를라(일반분양 482가구)와 송파구 신천동 미성·크로바를 재건축하는 잠실르엘(216가구) 정도다. 이미 착공에 들어가 언제든 분양할 수 있는 서초구 반포동 반포주공1단지 등도 분양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데 올해 분양할지 불확실하다. 용산에서 분양물량이 나올 수 있다. 아세아아파트·유엔사 부지가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고양 창릉 등 3기 신도시 본격 분양

 
올해 본격적인 분양에 들어가는 3기 신도시가 기대해 볼 만한 공공분양이지만 물량이 많지 않다. 사전청약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 미뤄진 물량을 포함해 올해 본청약 예정인 단지가 고양 창릉, 남양주 왕숙·왕숙2, 부천 대장, 하남 교산 17곳이다. 17개 단지 9895가구 중 앞서 사전청약한 물량이 95%인 9348가구다. 전체의 20% 정도인 당첨 포기 물량을 합치더라도 2500가구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본청약 분양가도 3~4년 전 사전청약 당시 추정가격보다 1억원가량 오를 것 같다.  

로또 물량이 줄면 청약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청약 문턱까지 낮아진다. 지난해 말 민간분양·공공분양 간 청약 벽이 허물어졌고 아파트 이외 공시가격 5억원 이하 주택 소유자도 무주택 자격으로 청약할 수 있게 됐다.  

로또 분양이 적은 물량, 오른 분양가, 치열한 청약경쟁 등 3중 벽으로 둘러싸인 셈이다.  

올해 로또 당첨만큼이나 어려운 상한제 단지에만 매달리지 말고 다른 물량에도 서서히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2~3년 뒤 준공 시점을 생각해서다. 이월무 미드미네트웍스 대표는 “분양 가구 수가 연간 30만가구 밑으로 내려간 2022년 이후 분양이 감소한 영향으로 향후 주택 공급 부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