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사이드미러 충돌? 대전 골목길 사고, 알고보니 '손목치기' [영상]

지난해 11월 16일 대전시 동구 용전동 골목. 휴대전화로 통화하며 서성이던 남성이 골목 반대쪽에서 자동차가 들어오자 발길을 돌렸다. 자동차가 진행하는 방향의 오른쪽(조수석)으로 걸어가던 남성은 갑자기 오른팔을 사이드미러에 부딪혔다. 운전자는 조수석 쪽에서 ‘탁~’ 하는 소리가 나자 자신의 실수로 보행자와 부딪힌 것으로 알았다고 한다. 그는 남성에게 치료비 명목으로 20만원을 건넨 뒤 자리를 떴다.

지난해 11월 대전시 동구 용전동의 골목에서 50대 남성(동그란 원)이 고의로 택시 사이드미러와 부딪히고 있다. 남성은 치료비와 합의금 명목으로 수십만원을 받아 가로챘다. [사진 대전경찰청]

지난해 11월 대전시 동구 용전동의 골목에서 50대 남성(동그란 원)이 고의로 택시 사이드미러와 부딪히고 있다. 남성은 치료비와 합의금 명목으로 수십만원을 받아 가로챘다. [사진 대전경찰청]

같은 달 24일 용전동 골목에서 한 남성이 택시 사이드미러와 부딪히는 사고가 났다. 택시 운전기사는 황급하게 택시에서 내려 남성이 다쳤는지를 확인했다. 남성은 보험처리 대신 합의금과 치료비 명목으로 택시 운전기사에게 50만원을 받아냈다. 돈을 준 택시 운전기사는 남성이 자신을 ‘뺑소니’로 신고할 것을 우려, 인근 대전동부경찰서 용전지구대를 찾아 이런 내용을 설명했다.

신고를 접수한 용전지구대는 좁은 골목길에서 유사 사고가 발생한 것에 주목, 고의 사고를 의심했다. 용전지구대 조득성 경위 등은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 한 남성이 일부러 차에 부딪히는 모습을 확인했다. 이들이 택시 운전기사 신고를 받고 이틀이 지난 11월 28일 용전동 골목에서 비슷한 사건이 접수됐다. 열흘 사이 접수된 세 번째 사건이었다. 경찰은 피해자에게 CCTV에서 확보한 남성의 영상과 사진을 보여주고 16일, 24일 발생한 사건과 동일한 인물인 것을 확인했다.

지난해 11월 대전시 동구 용전동의 골목에서 50대 남성(동그란 원)이 고의로 택시 사이드미러와 부딪히고 있다. 남성은 치료비와 합의금 명목으로 수십만원을 받아 가로챘다. [사진 대전경찰청]

지난해 11월 대전시 동구 용전동의 골목에서 50대 남성(동그란 원)이 고의로 택시 사이드미러와 부딪히고 있다. 남성은 치료비와 합의금 명목으로 수십만원을 받아 가로챘다. [사진 대전경찰청]

용전지구대 조득성 경위 등 경찰관 3명은 세 번째 피해자가 남성과 만나 합의금(현금)을 주기로 했다는 사실을 확인, 현장에서 잠복에 들어가 돈을 받기 위해 나온 남성을 체포했다.

대전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이 남성은 A씨(50대 초반)로 용전동에 임시 거처를 마련한 뒤 골목에서 범행 대상을 물색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죄 수사를 통해 경찰은 A씨에게 피해를 본 운전자가 7명인 것을 확인했다. 피해자 7명 가운데 6명은 택시 운전기사였다. 이들은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보험료 인상과 회사 징계 등을 우려, 현장에서 현금을 주고 사고를 마무리했다고 한다.


대전동부경찰서 용전지구대 경찰관들이 고의로 차량의 사이드미러와 부딪히는 수법으로 돈을 뜯어낸 남성을 검거하기 위해 피해 운전자에게 확인을 요청하고 있다. [사진 대전경찰청]

대전동부경찰서 용전지구대 경찰관들이 고의로 차량의 사이드미러와 부딪히는 수법으로 돈을 뜯어낸 남성을 검거하기 위해 피해 운전자에게 확인을 요청하고 있다. [사진 대전경찰청]

조사 결과 피해 운전자들은 조수석 쪽 사이드미러가 접힐 정도의 충격이 발생하자 자신의 잘못으로 사고가 난 것으로 알았다고 한다. 특히 조수석 사이드미러 방향은 블랙박스 영상에도 잡히지 않아 운전자들이 A씨의 주장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A씨는 경찰에서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A씨를 사기 등 혐의로 구속 수사한 뒤 검찰에 송치했다.

대전동부경찰서 용전지구대 조득성 경위는 “(고의 교통사고가 의심되는) 사고가 발생하면 가까운 경찰서나 112에 신고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