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퇴임 연설서도 트럼프 비판…"초부유층에 권력 쏠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퇴임 전날인 15일(현지시간) 대국민 고별 연설을 통해 “권력이 소수 초부유층의 손에 집중되는 과두(寡頭) 정치가 부상하고 있다”며 오는 20일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대국민 고별 연설을 하며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대국민 고별 연설을 하며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는 이날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인 오벌오피스에 놓인 ‘결단의 책상(Resolute Desk)’에서 진행한 연설에서 “미국에 부와 권력, 영향력을 가진 과두정치가 형성됐다”며 “이는 우리의 민주주의와 기본적 권리, 자유를 비롯해 모든 사람들의 공정한 기회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17분간의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이름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지만, 뉴욕타임스(NYT)는 “일론 머스크 등 억만장자들이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로 들어오는 트럼프 행정부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말”이라고 해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 직후인 지난해 11월 13일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만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2020년 선거에서 패한 뒤 미국 정치의 전통을 깨고 당선인이었던 바이든 대통령을 초청하지 않았다. 로이터=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 직후인 지난해 11월 13일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과 만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2020년 선거에서 패한 뒤 미국 정치의 전통을 깨고 당선인이었던 바이든 대통령을 초청하지 않았다. 로이터=연합뉴스

바이든의 연설은 자신의 정책적 성과를 과시한 뒤, 관련한 트럼프의 공약을 우려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는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고별 연설에서 군수 업체의 재앙적 부상을 경고했다면, 60년이 지난 지금 나는 기술산업복합체(tech industrial complex)의 부상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며 “미국인들은 눈사태 같이 쏟아지는 잘못된 정보와 허위 정보에 파묻히고 있으며 이게 권력의 남용을 가능하게 한다”고 했다.


트럼프가 “사기”라고 주장해온 환경 문제와 관련해선 “나는 세계 역사상 가장 중요한 기후 및 청정 에너지 법안에 서명했고, 이 법이 일자리와 미래산업을 창출하고 있다”며 그러나 견제 받지 않는 영향력을 행사하는 강력한 세력은 우리의 조치를 없애고 권력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1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UFC 309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11월 1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UFC 309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바이든은 이어 “어떠한 대통령도 재임 중 저지른 범죄에 대해 면책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하는 개헌을 해야 하고, 억만장자들에게 막대한 감세 혜택을 줄 게 아니라 그들이 공정한 몫을 지불하도록 세법을 개혁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2021년 1월 물러나면서 바이든의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현직 대통령의 취임식 불참은 152년만의 일이었다. 트럼프는 환송식에 불참하는 대신 플로리다 자택으로 돌아가는 메릴랜드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셀프 환송식’을 열었다. 당시 그는 지지자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백악관으로) 되돌아올 것(We will be back in some form)”이라고 했다.

트럼프는 다만 2장짜리 손편지를 ‘결단의 책상’에 남겨 퇴임 대통령이 후임자에게 편지를 전달하는 전통은 지켰다. 바이든은 전통대로 트럼프의 취임식 참석은 물론 후임자에 대한 편지를 집무실 책상에 넣어둘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멜라니아 여사가 2020년 8월 백악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멜라니아 여사가 2020년 8월 백악관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트럼프 취임을 앞두고 바이든뿐만 아니라 영부인인 질 바이든 여사도 새 퍼스트레이디가 될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의 매너 없는 행동에 대한 불만을 언급했다.

워싱턴포스트(WP)가 바이든 여사를 인터뷰한지 열흘만인 이날 공개한 기사에 따르면 바이든 여사는 백악관의 전통에 따라 멜라니아를 초청했지만, 멜라니아는 이를 거절했다고 말했다. 멜라니아는 인편으로 따로 보낸 편지에도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질 바이든 여사와의 대화 장면을 활용해 자신의 이름을 내건 향수를 광고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질 바이든 여사와의 대화 장면을 활용해 자신의 이름을 내건 향수를 광고했다. AP=연합뉴스

바이든 여사는 또 트럼프가 자신과 나눈 대화 장면을 “적(敵)들 조차 거부할 수 없는 향기”라는 문구를 더해 ‘트럼프 향수’를 선전하는 광고로 활용했다고 불만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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