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한테 설거지 마무리를 시켜? 홍콩 식당 갔다 화들짝 [홍콩백끼]

홍콩백끼 - 홍콩 식당 문화

한국인 여행자가 홍콩 식당에 들어갔다가 맞닥뜨리는 흔한 상황. 자리에 앉자마자 종업원이 뜨거운 물과 큰 사발을 내려놓고 가버린다. 홍콩 식당에선 물을 돈 주고 사야 한다고 들었는데, 이 물은 뭐지? 마셔도 되나? 그런데 왜 이렇게 뜨겁지? 사발은 왜 이렇게 크고?

홍콩의 식당 문화는 한국과 사뭇 다르다. 한국 식당 대부분이 반찬은 기본으로 깔아주고 모자라면 공짜로 더 주는데, 홍콩 식당에서는 물은 물론이고 휴지도 돈 내고 사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알아두면 쓸모 있는 홍콩의 식당 문화를 정리했다.

뜨거운물은 찻잔·식기 씻는 용도

식전에 주는 뜨거운 물과 큰 대접은 식기를 씻는 용도다. 백종현 기자

식전에 주는 뜨거운 물과 큰 대접은 식기를 씻는 용도다. 백종현 기자

홍콩에서 식사 전 큰 사발과 뜨거운 물을 먼저 주는 식당이 더러 있는데, 무턱대고 마시면 곤란하다. 마시라고 주는 물이 아니어서다. 이 물과 사발은 찻잔·젓가락 같은 식기를 씻는 용도다. 설거지 과정에서 미쳐 제거되지 않은 이물질을 한 번 더 소독한 뒤 먹으라는 뜻이다.

한 음식을 여럿이 나눠 먹어야 하는 식당에선 젓가락이 두 벌씩 놓인다. 안쪽이 먹는 용도, 바깥쪽이 음식을 덜어오는 용도다. 식탁에서 식기를 한번 더 닦고 젓가락을 두 벌씩 놓은 것 모두 2003년 홍콩에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대유행한 이후 자리 잡은 위생 문화다.


홍콩 사람은 딤섬을 차와 함께 즐긴다. 주전자에 찻물이 떨어졌으면 뚜껑을 반쯤 열어두시라. 직원이 알아서 찻물을 채워 준다. 종업원이 찻물을 채워 주면 손으로 테이블을 똑똑 두드리는 게 예의다. 감사의 표시다.

동의없는 합석은 홍콩만의 문화

우리네 포장마차를 닮은 홍콩의 서민 식당 다이파이동. 백종현 기자

우리네 포장마차를 닮은 홍콩의 서민 식당 다이파이동. 백종현 기자

다이파이동(大牌檔·홍콩식 포장마차), 차찬텡(茶餐廳·찻집과 식당이 결합한 대중음식점) 같은 홍콩 서민 식당에서는 합석이 기본이다. “합석, 괜찮아요?” 같은 동의는 구하지 않는다. 식당 직원도, 손님도 자리가 나는 대로 앉히고 또 앉는다. 그게 홍콩 식당의 룰이다. 4인석 자리에 네 명이 다 남남인 경우도 봤다.

테이블 수가 많지 않은 서민 식당에서는 합석이 일상이다. 이 세 남자도 전혀 모르는 남남이다. 백종현 기자

테이블 수가 많지 않은 서민 식당에서는 합석이 일상이다. 이 세 남자도 전혀 모르는 남남이다. 백종현 기자

합석 문화가 불편한 점이 있긴 하다. 놀리는 자리가 없다 보니 가방이나 짐이 있으면 메든지 무릎 위나 의자 밑에 두고 식사해야 한다. 캐리어 끌고 식당에 들어왔다가 어쩔 줄 몰라 하는 한국인 관광객을 여러 번 목격했다. 의외로 편한 점도 있다. 회전율이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 아무리 긴 줄이 섰어도 30분 이상 기다리는 법이 없다.

포켓용 티슈는 홍콩 여행의 필수품이다. 차찬텡·다이파이동 같은 서민 식당은 티슈가 없는 경우가 많다. 현금도 필수다. 전통시장은 물론이고 상당수의 일반식당도 ‘Only Cash’를 써 붙이고 장사한다. 팁은 필수가 아니다. 호텔 레스토랑 같은 고급 식당은 음식값에 10% 남짓의 봉사료가 이미 포함돼 있다.

홍콩먹방 필수템은 ‘한자 20개’
홍콩에는 한글은커녕 영어 메뉴판도 안 갖춘 서민 식당이 많다. 이미지만 촬영해도 스마트폰 AI가 외국어를 번역해 주는 시대라지만, 요리에 자주 쓰이는 필수 한자 몇 개만 외워두면 홍콩 먹방 투어가 훨씬 편하고 풍요로워진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가령 ‘燒’라는 난해한 한자 다음에 ‘鵝’라는 어려운 한자가 붙은 ‘燒鵝(씨우오)’라는 요리가 메뉴판에 있다고 하자. ‘燒’는 바비큐 즉 구운 요리를 뜻하고, ‘鵝’은 거위고기를 가리킨다. 따라서 燒鵝(씨우오)는 거위 바비큐 요리다. 거위 찜 요리는 앞서 배운 거위고기 ‘鵝’ 자 앞에 찜을 뜻하는 ‘蒸’ 자를 붙이면 된다. 위의 20개 한자만 알아둬도 어떤 식재료를, 어떤 조리 과정을 거쳐 어떤 형태로 내는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홍콩백끼는 100가지 음식 이야기로 재구성한 홍콩 여행 안내서입니다. 홍콩 맛집 100개를 소개하는 이 여정에 국내 중식당 최초로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에 오른 ‘진진’의 왕육성 사부와 글 쓰는 요리사 박찬일 셰프도 동행했습니다. 중앙일보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 더중앙플러스(The JoongAng Plus)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